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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May 09. 2024

비싸서 못 가는 동남아

"지금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세요?"


한국에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 적지 않은 분들이 유럽이라고 대답하실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대답은 그와 정 반대, 동남아다. 그러면 이렇게 되물으신다. 


"그 좋은 유럽에 있으면서 뭐 하러 동남아를 가."


이 문장에서 '그 좋은 유럽'과 '뭐 하러 가'는 틀린 말, 적어도 우리는 전혀 동조할 수 없는 말이다. 

유럽사는 우리는 동남아를 쉽게 갈 수 없다. 왕복 직항 비행기값만 200만 원 잡아야 하고, 14시간 이상의 비행을 버텨야 한다. 한국에서 유럽여행을 꿈꾸는 분들도 같은 이유로 실천이 쉽지 않을 것이다. 역시 멀고 비싸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말 가고 싶은 여행지는 명소나 특정 국가라기보다 '일상과 익숙함에서 최대한 물리적으로 멀고 문화적으로 다른 곳'이라는 것을. 그래야 지겨운 일상으로부터 제대로 '단절'되기 때문이다. 


독일과 스위스에 살며 우리가 보는 유럽은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다. 이 도시가 저 도시 같고, 먹는 것도 거기서 거기, 이 나라가 저 나라 같다. 국가별 차이는 조금씩 있을지언정 유럽이라는 틀 안에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리저리 치이는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일부러 비행기 타고 몇 시간을 왔는데 비슷하다. 물론 안 가는 것보다 훨씬 낫지만 제대로 일상과 단절되었다는 느낌이 덜하니, 유럽여행을 하면 매번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세상 어디든 그곳이 '생계의 터전'이 되기 시작하면 휴식공간으로서의 의미는 퇴색한다. 유럽을 반드시 여행으로만 오시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살기 시작하면 완전히 딴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어디로든 떠나고 싶겠지만 유럽사는 우리에게 한국 혹은 그보다 몇 배는 정신없는 중국은 머무는 동안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힐링의 장소와 시간이다. 


먼 해외에 산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다양한 곳을 다니며 살지만 역시 여행의 참묘미는 쉽게 갈 수 없는 먼 곳에 가는 것이다. 독일사람들의 단골 여행지 중 하나가 태국인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물가가 아무리 싸도 비행기 값 따지면 200만 원부터 시작하니 돈 쓰는데 박한 독일인들에게 결코 저렴한 목적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의 일상과 단절되어 이국적인 문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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