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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Jun 04. 2024

간짜장은 간짜장이 아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한국식 중식으로 아주 유명한 맛집이 있다. 

시내에서 멀고, 공항과도 가깝지 않을뿐더러 교통편 마저 편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7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한국 교민들 및 출장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이젠 독일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전국적 맛집이 되었는데(상호는 광고가 될 수 있어서 쓰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이곳을 찾았다.


남편은 한식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편이다. 부대찌개와 닭볶음탕을 주기적으로 찾을 정도로 한식 팬이지만 유일하게 탕수육을 안 좋아한다 (중국인이 탕수육을 싫어하다니?). 사실 한국에서 먹는 탕수육은 중국에 없는 음식이다. 비슷한 요리가 있지만 완전히 같은 형태는 없다. 굳이 비유하자면 납작하고 달달한 꿔바로우와 동북식 요리인 段(유육단)을 합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음식도 물 건너서 정착하면 현지에 맞게 변형되는 법이니, 탕수육은 그 자체로 한국요리인 것이다. 남편을 만난 이래 중국 정통식을 주로 먹다 보니 나도 이젠 탕수육보다 우육단이 더 맛있게 느껴져서 (간장과 굴소스로 맛을 낸 탕수육. 달지 않고 짜다), 시댁에 갈 때면 우육단과 만두부터 먹자고 조르기도 한다.




아무튼 이곳 프랑크푸르트 중식 맛집의 1등 메뉴는 '간짜장'이다.

심지어 한국보다 맛있다고 소문이 난 메뉴라 우리는 고민하지 않고 간짜장 두 개를 시켰다. 


간짜장을 한창 맛있게 먹던 남편이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이게 왜 간짜장이야?


(출처: 직접촬영)


그도 그럴 것이, 간짜장의 '간'은 건조하다/마르다는 뜻의 乾의 중국식 발음이다. 이름대로라면 분명 건조해야 되는데 면도 촉촉하고 소스는 촉촉하다 못해 흥건한데 남편 눈엔 이름과 요리가 영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 또한 짜장면이 한국으로 넘어오며 변형된 형태다. 


실제 짜장면의 본고장 중국 베이징에서 짜장면을 먹는다면 한국분들 열에 아홉은 실망하시게 된다.


야채 고명 몇 개 올리고 볼로네제 파스타 소스같이 생긴 것을 살짝 면 위에 얹어서 비벼먹는데, 한국의 짜장면에 비하면 아주 재미없어서 두 번은 먹고 싶지 않아 진다. 


(출처: 바이두 사진검색)




비슷한 다른 음식으로는 짬뽕이 있다. 짜장면과 더불어 중국집 2대 메뉴인 짬뽕은 실제 중국엔 없는 요리다. 오히려 일본과 연관이 있는데, 19세기 일본에 살던 화교들이 남은 해물이나 채소 등을 함께 끓여낸 것이 짬뽕의 시작이었다. 이게 한국으로 전해지며 칼칼한 매운맛이 더해져 지금의 짬뽕으로 굳어진 것이다. 


즉, 우리 입에 착 감기는 짜장면이나 짬뽕은 미국으로 전해진 중국음식 찹수이(chop suey)와 비슷한 기원을 가진 '오직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제목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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