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스타벅스가 있고, 한국에 최고 가성비를 자랑하는 메가커피와 빽다방 등이 있다면 중국에는 이에 준하는 '루이싱(Luckin) 커피'가 있다. 비록 스타벅스만큼 잘 나가지 않고 분식회계로 말이 많았지만 스타벅스와 흡사한 콘셉트와 다양한 음료를 제공하는 중국의 최대 커피 체인이다.
루이싱은 중국간체자로 瑞星(rui xing, 루이씽)이라고 적는데, 루이싱의 창업주는 원래 회사 이름을 'lucky'로 짓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같은 이름을 가진 중국의 필름사가 있어서 '행운'의 의미를 가진 신조어를 만들어 탄생한 것이다. 인플루언서를 일컫는 신조어 网红(왕홍)과 같은 느낌의 단어이다.
루이싱 커피는 아주 독특한 메뉴를 밀고 있는데, 마오타이주가 들어간 라테이다. 이 메뉴의 정확한 이름은 '장향라테'이며, 중국어로 장샹이란 붉은 수수로 만든 술종류이다. 마오타이주는 '백주(白酒, 바이주)'로 역시 장향주에 속한다.
마오타이주는 낮은 가격부터 수백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급 제품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술로 (나는 술에 대해 잘 모른다. 시아버지께 들은 말이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가품도 판을 치고 구매할 때 신중히 잘 구매해야 하는 술 중 하나이다. 우리 상견례 때 시아버지께서 친정아버지께 선물로 마오타이를 몇 병 주셨던 게 기억난다.
아무튼 이 마오타이를 넣었다는 커피의 가격은 약 20위안으로 한화 3700원밖에 하지 않는다. 고가의 마오타이를 넣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가격일 텐데, 아마도 '마오타이 같은 종류의' 장향백주나 마오타이 생산지에서 나온 백주를 소량 넣은 게 아닐까 싶다.
술이 들어간 음료는 아메리카노나 다른 음료류는 없고 '라테'만 있었다. 우유를 넣은 커피가 알코올 맛을 중화시키고 부드럽게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실제 음료의 맛도 기대 이상이었다. 첫맛부터 중간까지는 평범한 라테 맛이 나다가, 끝맛에서 고량주의 쓴맛이 살짝 남았다. 기분 나쁘지 않고 알코올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마저 있었다.
그래도 술은 술인지라, 커피를 공복에 빠르게 마시니 살짝 취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루이싱 직원이 음료를 주며 "마시고 운전하지 말라"는 코멘트를 덧붙였다. 이 음료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수 십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만큼 핫하지 않지만, 호기심이 생기거나 술은 마시고 싶은데 많이 먹긴 부담스럽고, 살짝 취한 기분만 즐기고 싶을 때 한 번씩 맛보면 좋을 것 같다.
제목 및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