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비행기로 10시간이 넘는 곳에 살고 있는데다 독일 내 출장 및 여행도 잦다 보니 몇 년 전부터 기내에 갖고 타는 키트를 만들어 놓고 여행 전날 배낭이나 핸드백에 넣어두는 게 습관이자 여행의 절차가 되었다.
처음에는 '뭐 이런 게 필요하겠어' 싶었지만 10년이 넘도록 비행기를 수십 번 넘게 타다 보니 없을 때와 있을 때 기내에서의 비행 퀄리티가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아주 작은 차이일지 모르나 비행의 쾌적함에 꽤 많은 도움이 되어 독자분들과 정보를 나누고자 적어본다.
비행기 안에서 무엇이 필요할지는 '기내에서의 환경'을 떠올려보면 된다.
기내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 시끄럽고, 건조하다. 그것도 매우.
그래서 나는 길든 짧든 비행기만 타고나면 피부에 반드시 트러블이 생겼다. 워낙 건조하다 보니 주름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연예인들은 심지어 비행 내내 마스크팩을 붙여놓기도 한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게'하는 게 트러블 예방에 좋다.
준비물 1) 수분크림
미스트보다 수분크림을 선호하는 이유는 미스트는 분사형이기에 의도치 않게 옆좌석 승객에게 피해를 줄 수있고, 수분을 직접 분사하는 특성상 곧바로 증발되어 피부를 오히려 더 건조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물 2) 무알콜 소독용 티슈
기내의 여러 기물들은 생각보다 매우 지저분하다. 따라서 좌석 주변을 닦고 얼굴에 크림을 바르기 전 손을 깨끗이 하기 위한 소독티슈를 준비한다. 알코올이 포함되면(포장에 화기표시) 기내반입 불가이므로 무알콜로 준비한다.
준비물 3) 오일페이퍼
기름진 얼굴에 수분크림을 냅다 바르면 오히려 안 바르니만 못 할 수 있다. 따라서 오일페이퍼도 준비한다.
나는 10시간 이상 비행이라면 이륙 후 4-5시간 후 한 번, 그리고 내리기 직전에 수분크림을 한번 더 발라준다. 타고난 도자기 피부가 아닌 데다 피부가 워낙 민감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뒤집어져서 오래 고생한다.
극도로 건조한 환경은 우리 눈에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 게다가 영상을 본다고 눈을 잘 깜빡거리지도 않으니 눈건강에는 최악인 환경인 셈이다.
준비물 4) 인공눈물 + 온열패드
온열패드는 안 챙겨도 되지만 잘 때 안대 겸 사용하면 눈의 피로가 함께 풀리기에 추천한다. (뜯자마자 발열되므로 사용 직전에 뜯는다).
준비물 5) 귀마개 혹은 노이즈캔슬링 이어폰/헤드셋
기내는 소음이 상당하다. 게다가 날개 근처 좌석에 앉거나 주변에 시끄러운 승객이 있으면 소음은 두 배가 된다. 따라서 그나마 쪽잠이라도 제대로 자려면 소음을 차단하는 도구를 챙기는 게 좋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챙기면 '비행의 퀄리티가 더 상승'하는 물건은 다음과 같다.
준비물 6) 핸드크림
준비물 7) 호텔 슬리퍼
손도 피부다. 기내 화장실에 비치된 손세정제가 아무리 촉촉해도 금세 건조해지므로 핸드크림 사용을 권장한다. 호텔 슬리퍼는 예상하셨듯 장시간 붓고 피로해지는 발을 편하게 하기 위함인데 여기서 핵심은 '바닥이 두툼한 슬리퍼'를 챙기는 것이다. 항공사에 따라 슬리퍼를 줘도 바닥이 너무 얇아 물이 스며들고 오염되면 오히려 불쾌한 경험을 줄 수 있으므로 바닥 두께를 신경 써서 고르자. 슬리퍼는 호텔에 묵을 때 남는 슬리퍼를 챙겨두거나 온라인에서 대량으로 미리 구매해 두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아래는 실제로 내가 가지고 다니는 기내용 필수품들이다. (슬리퍼 제외)
이 물건들 중 액체류는 '100ml 이하 크기의 병'에 넣어 투명한 지퍼백에 담는다. 내용물이 100ml가 안되더라도 병 크기가 100ml를 초과하면 가지고 탑승할 수 없으니 따로 작은 병에 옮겨 담거나 포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100ml 병에 담긴 액체, 총 합 1L'까지 핸드캐리를 허용한다. 즉 100ml짜리 병 10개까지 들고탈 수 있다는 뜻이며, 크림이나 머리 왁스 등도 액체류에 해당한다.
이렇게 기내용 파우치를 만들어 갖고 다닌 게 벌써 5년도 넘었는데 이젠 아예 습관이 되어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비행의 퀄리티가 저하되는 걸 체감한다.
이미 알고 계셨던 독자분들도 있을지 모르나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계신다면 다시 한번 체크하시기 바란다.
제목 및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