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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Feb 23. 2024

그들만의 세계, 보이지 않는 벽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독자분이라면 비록 가보지 않았어도 생활 면에서 피부로 느낄 만큼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부분을 아실 거다. 바로 보이지 않는 만리장성, '인터넷 검열 및 차단'이다. 


중국 국경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인터넷을 연결하면 여태 습관처럼 들어가던 웹사이트와 앱들이 무한로딩을 반복하다 먹통이 된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 X와 같은 미국 웹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다음, 네이버, 심지어 카카오톡은 메시지 10개 중 2개도 올까 말까이고 독일에서 잘 쓰던 Whatsapp(와츠앱: 카톡과 비슷한 앱) 역시 먹통이 된다. 

 



이는 중국이 온라인 검열을 하고 일부 해외 사이트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유튜브와 인스타엔 적지 않은 중국발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VPN을 사용한다. VPN으로 자신의 위치를 중국 외의 국가로 우회하면 막혔던 모든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VPN 제작 및 유통은 불법이지만 사용자체는 위법이 아니기에, 특히 젊은 중국인들 거의 모두가 VPN을 사용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많다). 


중국이 이러한 해외 사이트 차단을 하는 이유는 대외적으로 테러방지, 내부적으로는 사회주의 사상 강화 및 검열이다. 이 글은 그들의 체제에 대한 이야기 말고 그 세계를 수 차례 경험하며 느꼈던 나의 개인적인 느낌을 남겨보려 한다. 어떠한 정치적 견해 없는 주관적 글이며 토론을 하고자 하는 글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 




자유의지가 있는 인간에게서 자유를 빼앗는 건 고통이다. 스스로 선택하여 '반납한 자유'가 아닌 내 의사와 상관없이 '빼앗긴 자유'라면 고통의 크기는 더하다. 하지만 아무리 빼앗긴 자유라도 더 이상 내 손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이에 적응해야만 한다 아니, 적응하게 되어있다. 나는 이번 방문 전 미리 VPN이 탑재된 심카드를 준비했다. 그러나 24시간 내내 VPN과 LTE를 사용하자니 데이터 및 배터리 소모가 심했다. 처음엔 핸드폰을 위해 잠깐씩 VPN을 꺼두었다가, 나중에는 일부러 하루에도 수 차례씩 끄고 현지 인터넷망에만 접속했다. 


비록 타의에 의해 시작했지만 나름 '디지털 디톡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SNS 및 사실확인도 안된 무분별한 정보들을 쉴 새 없이 알려주는 기계에서 벗어나니 비로소 정신적으로 쉬는 기분이 들었다. 신체가 아무리 쉬고 있어도 머리가 쉬지 못하면 온전한 휴식이 아니라고 하지 않나. 현지 인터넷망에서는 중국 내에서 제공되는 정보만 볼 수 있는데, 언어가 완벽하지 않고 몸도 피곤하니 그냥 지도와 맛집 찾을 때 빼고는 핸드폰 자체를 거의 안 보게 되었다. 요즘은 일부러 디지털 디톡스도 한다는데, 휴식 면에서 썩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양면이 존재하는 법, 정보 접근 자체를 제한하다 보니 예를 들어 '구글에 다른 정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귀찮아서 안 찾아보는' 경우가 발생했다. 해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지금 보는 것보다 훨씬 방대한 정보가 존재한다는 걸 알겠지만 그렇지 않고 VPN조차 모르는 수많은 소도시나 시골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작은 스크린에서 접근 가능한 정보만이 세상의 전부라 믿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위험한 건 '알면서도 찾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 말인 즉, 외부의 정보를 몰라도 생활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의미이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사람도 많은지라 자국 내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중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나 다름없었다. 여행도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 없다. 다른 성도(省都)만 가도 생김새, 말, 음식, 자연이 다르니 평생 국내여행도 다 못할 규모인데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만의 벽 안에서 그들만의 규칙에 순응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 반대로 순응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는 곳. 이러한 부분이 특히 강조되어 언론에 나오기에 마치 들어가면 안 되는 악의 소굴처럼 보여지는 곳. 그러나 내가 겪은 평범한 소시민으로서의 중국은 그저 '평범한 사람 사는 곳'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란 내 눈에는 물론 불편하고 답답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곳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살았다면 아마 당연한 것들일 테니까.



제목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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