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이 중국인 덕에 나는 결혼과 동시에 행복한 만두지옥에 빠졌다 (브런치북 '국제결혼은 했지만 이방인입니다'의 06화 참고).
매년 설(춘절) 시댁에 갈 때마다 어머님은 우리에게 손수 만두를 빚어주셨고 덕분에 나는 결혼 이전에는 몰랐던 수많은 만두의 종류와 맛을 알게 되었다. 언어도 그렇듯 음식 역시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얼마 전 어머니께서 독일에 오셨을 때, 이번에는 만두 말고 다른 전통음식을 소개해주시겠다고 하셨다. 다행히 남편 고향음식 대부분 워낙 내 입맛에 잘 맞는지라 긴장보다 설렘이 앞섰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음식은 바로 춘빙(春饼)이었다.
춘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봄(春)의 전병(餠)이다.
입춘에 먹는 음식으로, 봄과 같이 다양한 색상의 고기나 야채 등을 전병에 싸먹는다. 베이징과 동북지방의 춘빙이 가장 전통적이고 맛이 좋다고 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먹는 음식엔 베이징덕(烤鸭: 카오야)이 있다.
어머니께선 독일 현지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멋스럽고 맛스러운 중국 전통식을 만들어내셨다. 심지어 독일에 오신 지 채 일주일도 안되어서 만두부터 각종 중국음식을 갖가지 만드셨는데, 역시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독일의 주식이 밀가루인데, 흔하고 저렴한 재료인 밀가루로 왜 나는 여태 전병 해 먹을 생각을 못했을까?
우리나라의 메밀전병, 베트남의 월남쌈, 멕시코의 브리또, 터키의 뒤림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맛을 내는 중국의 춘빙은 정말 내 입에 잘 맞았다. 몇 장을 먹었는지 잊고 다음날 또 먹고 싶다고 할 정도로 중독성 있는 음식이었다. 중국 현지 식당에서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만, 어머니께서 손수 해주신 정성스러운 춘빙보다 맛있을 것 같지 않다.
행복한 만두지옥에 이어 행복한 춘빙지옥을 알게 된 기쁨을 지금도, 앞으로도 맘껏 누리고 싶다.
제목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