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에만 한국에서 출국한 여행객 수가 82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해외여행을 안 다녀오면 친구들과 못 어울리고, 20대 대학생이라면 응당 유럽여행이나 워킹 홀리데이, 적어도 교환학생 정도는 다녀와야 한다. 직장 휴가 때는 가까운 동남아라도 가야 하고, 신혼여행으로 스위스나 유럽여행은 마치 결혼에 포함된 패키지처럼 여겨진다.
인구대비 유독 해외를 많이 나가는 한국의 트렌드를 보면 해외여행은 이제 '못하면 바보가 되는 숙제'가 돼버린 것 같다. 돈이 있으나 없으나, 목적이 있으나 없으나 누구든 언젠가는 꼭 해야 하는 일처럼 말이다.
나 역시 20개가 넘는 나라를 여행했지만, 해외여행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목적이 없다면 굳이 안 해도 되는 일"라 생각한다. 목적이라 함은 휴식, 배움, 경험, 체험 등이다. 은퇴한 분들이 노년을 즐기거나, 편안한 휴가를 즐기거나, 외국어를 제대로 배워본다거나, 꼭 그곳에 가야만 체험하는 것들은 모두 목적이 될 수 있고, 실제로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떠날 것이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여행만큼은 정말 뜯어말리고 싶다. 마치 스탬프를 찍으며 게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듯 다니는 여행은 그저 "단기간에 최대 소비를 할 수 있는 돈낭비"에 불과하다. 인스타그램에 종종 'n개국 클리어'와 같은 해시태그가 달리는데, 내 돈이 아니니 상관없지만서도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장소의 공기, 분위기, 일상을 느끼기보다 예쁜 옷 입고 사진한 장 더 찍는 것에 집중된 여행은 여행이 아닌 단순 소비행위다. 사진 수 백장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과 국내 예쁜 카페에서 사진을 올리는 행위는 배경만 다를 뿐, 본질은 다르지 않다.
SNS에 올리는 행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게 다른 어떤 목적보다 우선순위가 되는 여행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해외여행은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기에 보여주기식 여행은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차라리 그 돈의 1/10로 맛있는 거 사 먹고 집에서 쉬는 게 진정한 휴식의 의미에 더 부합한다.
제목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