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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11. 2024

혼자서도 잘해요

해외생활은 외롭다.

한국에서 아무리 친구가 많고 사람을 거느리던 소위 '파워E' 성향이었어도 해외에 살면 순식간에 혼자만의 세계에 고립되기 쉽다. 설령 고독한 생활 자체를 좋아해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할지라도, 낯선 나라는 당신을 결코 방 안에 틀어박혀 사색에 잠기는 '럭셔리한 고독'을 즐기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 나라는 당신에 대해 끊임없이 증명하고, 또 증명하라는 요구를 할 것이다. 범죄 가능성은 없는지, 언어는 할 줄 아는지, 공부는 얼마나 했는지, 생활 수준에 맞는 경제활동을 하는지, 통장엔 얼마가 있는지 등등. 그걸 증명한 사람한테 주는 게 바로 비자(체류증)이다. 


한국이었다면 하나도 필요 없을 절차들이기에 때론 버겁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어쩌겠는가. 외국인으로 남의 나라에 사는 대가다. 그래서 좀 더 쉬운 길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지인과 결혼해서 결혼비자를 받거나, 이미 비자가 있는 배우자에 종속돼서 비자를 얻는 방법이다. 이 방법들은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지만, 비독립적이라는 맹점이 있다.




독립적이지 않다는 건 '타인이나 어떤 관계에 종속' 되어있다는 뜻이다. 즉, 관계를 주도하는 사람의 신변에 위협이 생기면 내 신변도 같이 위협받는다. 배우자 비자에 종속되어 있다면 이혼 시 내 비자도 사라지고, 회사에 종속되어 있다면 퇴사와 함께 비자가 사라진다. 만약 배우자 비자에 묶여있고 언어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혼이라도 했다간, 잘못하면 낙동강 오리알에 해외에서 말 그대로 오갈 데 없이 버려지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가? 실제로 꽤 자주 보이고 들린다. 모든 사람이 언어와 경제력을 갖추고 해외에 오는 게 아니고, 오래 산다고 그런 능력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독일이라면 이 독립성을 강조 또 강조하고 싶다. 언어를 하고, 직업을 갖고, 경제활동을 하고, 운전을 하고, 내 생각을 똑바로 말하고, 부당한 건 항의하고, 잘못된 건 싸울 수 있는 힘. 독일인들을 보면 남녀불문 참 강인하고 독립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옳고 그름을 떠나서 독일이라는 사회가 그런 독립성을 요구하는 곳이다. 특히 장기거주를 해보면 '스스로 개척하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독일에 살 계획이 있다면 종속될 관계가 있든 없든 혼자 합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근거를 반드시 마련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적어도 해외에서의 삶을 꿈꾼다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오는 것일 텐데, 평생 어딘가에 묶인다면 결국 '그 관계'가 무너지면 나도 함께 무너진다는 뜻이니까.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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