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초에 시작된 법적 분쟁이 드디어 마무리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시 우리는 부당한 관리비 및 난방비 청구에 항의하기 위해 변호사 상담을 받았고, 단순히 편지 몇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걸 예상한 변호사는 소송을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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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보험이 있었으니 천만다행이지, 없었다면 아마 소송은 엄두도 못 냈을 것 같다. 아무리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변호사 편지 몇 번 오가고 재판 한두 번 열리면 1000~2000유로는 우습게 깨지는데, 승소해서 받을 돈이 그 이상이라는 100%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독일에서는 1000~2000유로 이하의 사기는 변호사 보험 없이 돈을 돌려받기가 매우 어렵다. 보험의 나라답게 온갖 보험종류가 다 있지만 그중에서도 독일에선 변호사보험이 필수중 필수다. 만약 학생이거나 비용이 부담된다면 시마다 있는 Mieterverein(세입자협회)라도 가입하길 추천한다. 그곳에 상주하는 담당자 혹은 변호사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법적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또한, 변호사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SB(자가부담금)가 적은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이미 손해 본 상황에서 분쟁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어떻게든 추가 지출을 줄여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속 썩은 건 3년 이상, 소송을 시작한지는 거의 2년이 다돼갈 때쯤 판사의 재판결과가 담긴 편지가 왔다. 제목은 <재판결과 및 합의 제안>.
결과는 책임소재 20:80으로 우리의 승소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책임 20, 피고(관리회사) 책임 80으로 완벽하게 100의 한쪽 책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판결문에 '합의'라는 단어를 쓴 걸로 보였다.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상대 책임이 100이었지만, 법원의 시각은 다양한 상황을 고려했다.
첫째, 우리 변호사는 '관리회사가 관리비 영수증을 보낸 시점'에 주목했고, 우리가 기한 내에 받지 못했기 때문에 책임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고(관리회사)도 분명히 내역을 보냈다고 증거를 내밀며 팽팽히 맞섰고, 결국 왜 영수증을 못 받았는지는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다. 우편은 분실되고 이메일은 기술적 오류로 누락된 걸로 보이는데 이걸 누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그래도 결과적으로 판사가 우리의 말을 믿어준 걸로 보인다(수차례 메일에도 답변 못 받은 내역을 제출했다).
둘째, 법원은 '이사 나올 때 강제교체한 싱크대'를 핵심 쟁점으로 보았다. 관리회사가 강제로 교체를 요구한 것은 무리한 요구가 맞으며, 싱크대가 조금 낡았다고 해도 세입자가 전액 부담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해 법원이 피고에게 추가 증빙을 요구했지만 피고는 끝내 대응하지 못했다.
정황상 싱크대 교체를 강요받은 건 맞지만, 그게 강제든 뭐든 우리가 받아들였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일부 동의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우리가 살면서 싱크대를 사용한 점을 고려해 약간의 감가상각을 고려했다. 즉, 잘못이 아니라 정황상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관리회사)가 우리에게 지급하지 않은 보증금의 일부 중 약 200유로를 제외하고 돌려줄 것을 명령했으며, 마지막 해에 일방적으로 뜯어간 난방비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렇게 우리는 이미 약 350만 원을 잃고, 더 나갈 뻔 한 돈을 막는 것으로 소송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법적분쟁 또한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에 특히 이처럼 집이나 보증금 관련해서 문제가 있다 싶으면 최대한 빨리 변호사를 찾아가는 게 답이다. '계산 잘했겠지', '내가 잘못 봤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복잡한 독일 법 가지고 끙끙대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자.
그게 귀찮고 어렵다면 그냥 멍청비용 냈다,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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