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정말 대단한 예능을 봤다. 넷플릭스 시리즈 <피지컬 아시아>.
이전 <피지컬100 시즌1>을 정말 재미있게 봤던터라, 아시아편도 매우 흥미롭게 봤다. 참고로 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동네 헬스장 출석률 상위 3%이지만 체중감량이나 몸만들기엔 별 관심없는 '구색만 좋은' 회원이다.
호주, 터키, 대한민국, 일본, 태국, 몽골, 필리핀, 인도네시아 총 8개의 국가가 참여한 이 서바이벌의 우승자는 내 예상을 완전히 깬 국가가 차지했다. 일부러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봤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 컸다. 신체조건을 감안하면 참가국중 솔직히 호주보다는 중국이 들어갔어야 맞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은 넷플릭스를 서비스하지 않는 국가이기에 참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각설하고, 서바이벌 참가자들이 그 국가의 모든 특징을 다 대변할순 없지만, 일부 각 국가의 특성을 부분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고, 또 해외에 살며 내가 항상 느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호주의 경우 자신감이 대단하고 그것으로 일단 상대방을 제압하는 - 잘하든 못하든 자신감 하나는 짱짱한 서양인들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독일서 다양한 서양인들을 만나고 함께 일해보면 유럽인들도 마찬가지로 '부풀리기'를 은근히 잘한다. 일단 말부터 하고보는, 결과는 미미해도 말하나는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장황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일본에게서는 한 분야를 오랫동안 우직하게 파온 장인정신, 그리고 오로지 내 앞에 주어진 일에만 전념하는 그들의 문화가 엿보였다. 경기중 강한 상대를 만나도, 심지어 패배 위기에 놓여도 "내 할 일을 합시다"라든가, "한 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게 중요하다"라는 말이 너무나 일본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일본을 잘 모르지만 장기거주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회사에서도 그저 주어진일을 평생 묵묵히 한다는데, (물론 단점도 있지만) 그런게 일본의 단단한 바탕이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일단 개개인의 능력이 반짝반짝 빛날 정도로 참 훌륭하다. 내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해외에서 봐도 한국분들 정말 똑똑하고, 관리 잘하고, 야무지다. 학력과 상관없이 사리에 밝고, 대부분 상식적이고(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또 잘하는 분야가 뭐 하나라도 존재한다. 피지컬아시아 참가자들도 그랬다. 프로그램 특성상 "협동"하는 미션이 주어지는데, 그것도 참 잘하더라. 으쌰으쌰 서로 응원하고, 약한부분 보완해주는 것도 끝내줬다.
하지만 이런 '특수상황'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협동"은 우리나라사람들에게 가장 부족한 면이 아닐까 싶다. 나를 비롯하여 한국 밖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다른 교민분들도 종종 하시는 말이지만, 한국인들은 생각보다 뭉치는힘이 부족하다.
맘먹고 합심하고 도우면 무조건 잘하고 잘될텐데, 문제는 뭉치는 것부터 잘 안 된다.
내가사는 독일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아시아인이 중국인과 터키인들인데, 그들은 정말 잘 뭉친다. 예를 들어, 아파트만 해도 입주하자마자 얼른 '중국인/터키인 단톡방'을 따로 만들어 활발하게 집과 관련된 정보를 그들끼리 공유하고 있었다. 만약 회사 매니저급에 중국인이 있으면 그 팀은 정말 높은 확률로 중국인이 더 들어오고(실제로 많이 봤다), 그 사람들은 나중에 회사 곳곳에서 활동하게 된다. 말그대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인들은 그런 힘이 약하다. 매니저급에 한국인이 있어도 그 팀엔 한국인이 없다. 한국인이 있다고 하면 입사 전부터 경계부터 하거나, 어떻게든 끌어내리려는 사람도 많다. 내가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렸을때도 주범은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막상 잘 뭉치는 중국인들에게 직접 대놓고 "너희들은 참 잘 뭉친다"라고 하면 그들은 다른 답을 내놓는다. 아니라고, 서로 은근히 비교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물론 그룹 안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밀당이 존재할지 모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인 내 시각에선 '그룹에 들어오기 전까진 일단 끌어주고 보는 같은편이자 같은팀'이다. 즉, 상대의 존재를 알자마자 밀어내진 않는다는 뜻이다.
슬픈 얘기지만 남편이 독일에서 구직할때 면접관으로 같은나라 사람을 만나면 언제나 '장점'으로 작용했던 것과 달리, 나는 한국인 면접관을 만나면 항상 '긴장'해야했다. 심지어는 "이렇게 잘났는데 뭐하러 지원했냐, 다른데 가라"와 같이 내 지원 동기를 듣지도 않고 비꼬기부터 시전하는 기업도 몇 있었다. 어느 구직자가 일자리 찾는데 자랑하려고 지원서를 보낸단 말인가. 그럴거 처음부터 이력서를 받지를 말던가.
그런 면에서 <피지컬아시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다져야할 부분을 잘 보여준 것 같다. 뭉치는 힘, 끌어주기, 응원해주기, 비교하지 않기. 서바이벌에서 보여준대로만 한다면, 우리나라와 사람들은 국내든 해외든 지금보다 훨씬 더 빛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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