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어려움이 따른다.
문화와 생김새가 완전히 다른 나라(예: 유럽)에 살면 인종, 음식, 문화, 의사소통방식, 사람들의 반응 등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새로 적응해야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나처럼 완전히 혼자 온 사람들은 한국에서 손내밀면 도움받을 수 있던 가족이나 친구마저 없기에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상황이 된다.
또하나, 해외살이에서 반드시 잊지말아야 할 점이 있는데 바로 '신분'이다. 외국 땅에 발을 디딘 그 순간부터 우리는 외국인이자 이방인이며, 환영받지 않은(받을지 안받을지 모르는) 손님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이 '신분문제'를 잘 해결해두어야 한다. 이거 정말 중요하다.
종종 일상에 지쳐 "다 때려치고 내 사업이나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몇 달만 쉬고 싶어요."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전에 다음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때려친 후에도 이 땅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가?
한국에선 일을 안해도, 돈을 안 벌어도, 몇 달 몇 년을 쉬어도 내가 불편할 뿐이지, 누구도 "너 당장 이 땅에서 사라져"라고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외국에 살아보면 모국(국적을 가진 나라)이라는게 상당히 큰 혜택이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내 자유, 내 권리 운운하기 전에 체류상태부터 안정시켜야 한다.
독일에서 처음 받는 취업비자는 기본적으로 '회사 종속 비자'다(독일 대학 졸업자, 비 졸업자 상관없음).
즉, 근로계약을 기반으로 비자가 발급되며 계약 관계가 종료되면 내 비자도 효력을 잃는다는 뜻이다. 비자가 효력을 잃었는데 독일에 계속 있다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단순히 근로계약이 성사되었다고 곧바로 취업비자가 나오는 게 아니다. 지원자의 학력, 직군, 거주 도시의 생활수준 등을 고려하여 연방노동청이 승인을 해줘야 한다.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거절하고 재심사에 들어가야 한다(내가 겪었던 사례). 심사는 1개월~몇 년이 걸릴 수도 있으며, 이 기간에는 모든 경제활동이 금지된다(과거 경제활동 가능했던 비자가 있을 시 제외). 독일이 타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비자를 잘 주는 편이라고 하는데 이정도니, 다른나라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생으로 취업비자를 받는 게 어려운 사람들은 결혼비자를 고민하기도 한다. 농담이 아니라, 여전히 태국이나 베트남 등에서는 단순 독일이주를 목적으로 매매혼을 감행하는 여성들이 많다. 오래 살다보니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보고 들리는 게 많다. 그럴리 없겠지만, 독일체류를 목적으로 있지도 않은 사랑을 만들어내는 한국분들은 없길 바란다. 단언컨대 이곳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올 만큼 매력적인 나라도 아닐 뿐더러, 경제력 없는 기혼여성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단지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이 빠르게 성립되어버리는 곳이기에, 파트너의 감정에 따라 순식간에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
그래도 해외로 가야겠다면, 안 가면 죽을 것 같다면, 가서 최우선적으로 '체류상태'부터 안정시키자. 자유나 여유는 그 뒤로 미뤄야 한다. 최소한 영주권은 받고 나서, 이직이든 휴직이든 백수생활이든 세계여행이든 뭐든 계획하자. 잊지말자 그 전까지 나의 신분은 시한부 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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