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젊은이들에게 "돈모으려면 이것만큼은 절대 하지 마세요"라는 목록이 교과서처럼 존재한다. 각종 구독, 고급 식당, 명품, 자동차, 보험 등등. 독일사는 나는 이런걸 들으면 자연스레 독일상황에 비춰 생각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몇가지 항목은 한국과 완전히 다른 기준을 세워야했다. 그게 무엇인지, 왜 그런지 풀어보겠다.
#1. 보험
한국에서 보험이라고 하면 마치 받는 것 없이 야금야금 돈 먹는 지출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독일은 정 반대다. 독일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한국보다 더 차가운 절차중심이라, 철저하고 예상가능할 것 같다는 이미지가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일상에서 상상도 못한 일이 터지며, 일이 한번 터졌다 하면 액수가 상당히 크고(수백~수천유로 이상), 더구나 외국인으로 살면 깜깜이로 뜯어가거나 우습게 보고 뒤통수 치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에 현지인들보다 금전손해를 볼 확률이 더 크다. 예를 들어, 하지도 않은 일을 뒤집어 씌워서 1000유로 뜯어가고, 쓰지도 않은 서비스를 갑자기 수백유로씩 청구하기도 한다(내 경험). 하다못해 깜빡하고 열쇠만 놓고 나와도 순식간에 200유로 이상이 깨진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한국처럼 '좋은게 좋은거'란 것도 안통하고, 상대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공감능력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한번 터지면 시간적, 체력적,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럽다. 이를 방지하는 방패가 바로 보험이다. 독일에 장기거주 하신다면 꼭 추천하는 보험은: 치아보험, 법률보험, 손해보험, 집보험(열쇠보험 포함), 근로불가보장보험이다. 특히 법률보험이 없다면 1000~2000유로 수준의 손해는 돌려받기 거의 불가능하다. 경찰도 변호사를 대동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2026년에도 독일에 좀도둑들이 여전히 들끓는 이유다. 때문에 독일에서 보험은 아깝다 생각말고 더 큰 손해를 막기위해 필수중 필수로 들어야 한다.
#2. 자동차
자동차는 100% 소비재다. 기름값, 보험료, 감가상각 등. 단 1원도 돌려주지 않으면서 지출은 계속 발생하기에 돈모으려면 차를 사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선 '그럼에도불구하고 차가 있어야할 이유'가 명확하다. 먼저,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도시(수도권)집중화 현상이 덜하다. 유명 대기업의 본사가 아주 작은 소도시에 있는 경우도 많고, 사무실이 여러 도시에 흩어져 있거나, 작은 위성도시에 있어서 꼭 대도시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우리로 치면 삼성본사가 가평이나 홍천에 있는 거다. 남편의 이전 직장만 해도 글로벌 대기업인데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소도시에 본사가 있었다. 이렇게 회사를 따라 소도시로 이사하게 되면 자동차는 소비재가 아니라 필수재가 된다. 중/소도시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마트 갈때도 차를 갖고 가는게 매우 일반적이다.
또한 독일의 대중교통은 연착이 매우 심하고(특히 도이체반: 기차), 치안에 취약하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묻지마 공격이나 인종차별의 십중팔구가 대중교통 내에서 발생한다. 나역시 언어공격 및 쓰레기를 머리에 던지거나, 시비를 거는 등의 괴롭힘을 모두 지하철과 버스에서 당했다.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묻지마 살인, 플랫폼에서 모르는 소녀를 데리고 동반자살한 사건, 탈출한 늑대가 사람 얼굴을 물어뜯은 사건도 모두 기차역이었다.
물론 대도시 중심에 산다면 자동차가 없어도 좋다. 5정거장 이하에 모든 인프라가 갖추어져있으면 차는 오히려 사치재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시내에 산다면 그만큼 월세가 높아지니, 결국 선택의 문제다. 월세를 낮추고 자차를 소유하면 - 이직, 여행, 장보기가 자유롭고 활동반경 자체가 매우 넓어지며, 신변도 안전해지는 효과가 있다. 좋은 차를 사란 의미가 아니다. 본인의 예산 내에서 안전하게 자차를 운용하는 건 독일생활을 매우 윤택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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