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나라 독일, 이건 꼭 확인하세요

by 가을밤

"학생을 위한 나라. 공부하기 좋은 곳."


이건 내가 십 수년 전 처음 독일에 왔을때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는 생각이다. 꼭 독일과 인연이 없는 분이라도 독일이 유학하기 좋은 나라라는 말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그 이유와 실제로 그런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보통 독일대학은 학비가 무료라고 알려져있는데, 이는 일부만 맞는 말이다. 독일도 공립/사립으로 나누어지며 사립은 한국대학 등록금 이상의 금액을 내야한다. 학교/과에 따라 매년 5000~1만 유로다. 또한 공립일지라도 다시 학교/과에 따라 매학기 1000~1500유로 수준의 등록비를 요구하거나 외국인에 한해 차등 등록금을 적용하는 학교도 있다. 소위 '무료'라고 불리는 학과여도 학기마다 200~400유로의 등록금을 지불하는데, 이건 학생증(교통카드)을 갱신하는 행정 비용이므로 사람들이 "무료나 다름없다"고 하는 것이다. 즉, 독일대학의 낮은 등록금 장점을 누리려면 공립+추가등록금 없는 학과를 선택해야한다. 다행히 독일에는 공립대가 사립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니, 준비만 되었다면 선택의 폭이 넓다.


학생신분이 되면 부수적인 장점들을 누릴 수 있다. 박물관, 미술관, 각종 공연, 놀이공원, 쇼핑, 일부 온라인 구독서비스에서 학생할인을 받을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유효한 학생증을 갖고있고, 이를 증명할 수만 있으면 된다. 또한 기숙사 신청 자격도 주어진다. 독일대학 대부분의 기숙사는 대학이 직접 운영하지 않고, 도시마다 있는 Studentenwerk(학생지원처)라는 독립된 조직이 운영한다. Studentenwerk Berlin(베를린 학생지원처), Studentenwerk Mainz(마인츠 학생지원처) 등으로 불리며, 해당 도시에 있는 대학들의 행정전반 및 기숙사를 관리한다. 기숙사 뒤에 대학 이름이 붙어있더라도 실질 관리주체는 Studentenwerk인 경우가 많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숙사는 해당 도시에 학생신분으로 등록된 사람만 지원 가능하다. 보증금 및 월세가 모두 상당히 저렴하고 Hausmeister(하우스마이스터: 관리인)가 상주하기 때문에, 웨이팅 리스트가 항상 길고 경쟁이 치열하다. 교환학생이나 외국인 유학생들은 독일에 오기 전부터 기숙사를 픽스하고싶어 하는데, 학생등록이 되어있지 않으면 지원조차 못하는 도시가 많기 때문에, 일단 급한대로 다른 곳에 살면서 기숙사 배정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나역시 유학 초창기 기숙사도, 원룸도 구하지 못해서(일반원룸은 소득증명을 해야하므로 기숙사보다 더 구하기 어렵다) 잠깐 고향에 갔던 다른 유학생 집에 살다가, 굉장히 외진 곳에 있던 구축 호텔을 개조한 원룸에 살았었다. 기숙사 방도 신축/구축/쉐어플랫(WG)에 따라 경쟁률이 달라서 원하는 방을 받으려고 쿠키나 초콜릿 등을 들고 매일 아침 담당자에게 얼굴도장을 찍었던 경험이 있다. 보통 기숙사 지원시 원하는 룸타입과 위치를 적는데, 담당자 맘대로 배정해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원하는 방을 받기 매우 어렵다. 당시 선물 공세 후 희망하던 방이 나오는 걸 보고 '독일은 인맥이면 안되는게 없다'는걸 처음 깨닫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법칙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훨씬 더 견고하게 굳어졌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인맥의 힘이 상당히 강하게 작용하는 나라다.




이밖에도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자유로운 토론문화(잘 들어보면 다들 다른 소리를 하고 있으나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자전거로 통학하기, 날씨 좋으면 풀밭에 앉아 책보기, 한국에선 접하기 어려웠던 유럽 고서 및 각종 자료 접근성 등이 학생으로서 많은 자유로움과 학문에 대한 열망을 느끼게 해주었다. 딱 한가지, 24시간 도서관이 없던 게 아쉬웠는데 이건 오히려 독일문화에서 보기에 말도 안되는 시설이다. 24시간 인건비와 관리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대체 누가 24시간 동안 공부한단 말인가? (한국인은 한다.)


지금도 내가 유학했을 시절이랑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유학은 여전히 추천할 만 하다. 다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등록비가 저렴하다고 생활비도 저렴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 생활비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면 원룸을 구해야하는데, 학생신분으로 원룸 구하기도 어렵지만 구한다 해도 기숙사의 2~3배 이상이며, 외식비는 한국의 1.5~3배, 전기세나 관리비, 난방비는 한국의 약 2~3배다. 따라서 등록금으로 아낀 비용이 그대로 생활비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또한 학생비자로 일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으니, 외국인 학생은 공부를 하면서 풀타임 직업을 가질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독일대학은 입학보다 졸업이 어렵다. 한 과목 시험을 3번 떨어지면 그 학과에서 제적을 당할 수 있다. 이건 단순히 그 학교 제적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독일전체 대학에서 해당 학과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경우에 따라 비슷한 전공으로의 진학까지 막힐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독어로 강의 따라가기도 벅찬데 시험까지 합격해야하니 피말리는 시간을 경험하게 되고, 나 역시 그랬다.




따라서 학비 저렴하다는 점에만 현혹되지 말고, 매우 현실적으로 검토하고 유학을 결정하길 추천한다. 우스갯소리로, 10명이 유학을 와서 6명이 대학에 들어가고 2명이 졸업하며 그중 단 1명만 졸업과 동시에 직장을 구한다는 말이 있다. 최근 독일의 경기가 좋지 않아 이 말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제목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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