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엄마가, 사탕은 아빠가

육아 전쟁터의 분업과 협업

by 하띠

“아이는 B형 독감입니다.”


무방비 상태로 깊숙이 찔렸던 코의 감각, 아찔하게 따끔했던 주사 바늘의 통증이 아직 느껴지는 듯한데 또다시 독감이라니.


고열로 얼굴이 발개진 아이가 애처롭게 서있다.

“엄마, 또 주사 맞아야 해요? ”

엄마는 말없이 고개를 떨군다.


오늘은, 엄마도 울고 싶다.




우리 부부는 육아 독립군이다.


양가에서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육아는 오롯이 엄마, 아빠 두 사람의 몫이다. 오늘처럼 평일에 아이가 아픈 날이면 지원군이 절실하다. 전쟁터에서는 일단 생존이 먼저이기에, 맞벌이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것인가?

아니라면 아픈 아이를 누가 어떻게 케어할 것인가?

우리 셋을 위한 최적의 동선은 무엇인가?


엄마는 순식간에 전쟁터의 사령관으로 변신해 작전을 진두지휘한다. 엄마가 불덩이를 끌어안고 병원으로 향하면, 그 시간 아빠는 출근하여 급한 일들을 처리한 뒤 오후 반차를 낸다. 오전 내내 엄마는 밥과 약을 챙기며 아이를 돌본다.


아빠가 퇴근을 하면, 그때가 엄마의 출근 시간이다. 엄마는 아직 엔진이 식지 않은 차에 시동을 걸고 사무실로 향한다. 아픈 아이가 눈에 어른거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지만, 다시 아이에게 달려가기 위해 최대한 집중해 본다.




우리 부부에게 분업과 협업은 일상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 육아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분업과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평소에는 집안 내 업무 분장에 따라 분업을 하고, 오늘처럼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협업 스위치가 자동으로 켜진다.


쓰디쓴 약을 거부하는 아이를 달래 엄마가 약을 먹이면, 아빠는 아이가 좋아하는 사탕을 입 속에 쏙 넣어준다. 엄마가 아이의 애착 이불을 덮어 주면, 아빠는 애니메이션 채널을 튼다.


열이 조금 떨어진 아이는 긴장이 풀렸는지 소파에 스르르 눕는다. 아빠와 엄마는 안도의 눈빛을 주고받으며 한숨을 돌린다.


가족이라는 단단한 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분업과 협업의 끈을 놓지 않는 일, 우리 부부가 오늘도 육아전쟁터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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