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인사이동에 따른 업무 분장이 있는 달이다. 내담자와 심층 상담을 할 수 있는 업무를 희망했으나, 결과는 꽝이었다. 나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부서 내 기피 업무(민원 강도가 높고 바쁜 업무)를 맡게 되었고, 바로 옆에서 근무하던 남편도 새로운 팀으로 가게 되었다.
업무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기도 전에 밀려드는 방문 민원과 전화 민원을 응대하느라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빚을 지고 도망 다니는 사람이 된다.
“선생님, 검토 후 연락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업무 다이어리에도, 노란 포스트잇에도 연락을 드려야 할 전화번호가 점점 더 쌓여만 간다. 어린 시절 집에 있었던 두툼한 전화번호부 책이 부럽지가 않다. 야근을 해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퇴근 후엔 곧장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집으로 달려가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자동차 엔진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차를 정비소에 맡긴 뒤 택시를 타고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아이의 볼멘 목소리가 이어진다. 혹시나 해서 어린이집 연장반을 쓱 둘러보니 역시나 우리 아이 밖에 없다.
잔뜩 밀린 업무로 마음은 불편하지만 빠르게 엄마 모드로 전환을 해야 한다. 아이의 밥을 챙기고, 목욕을 시키고, 하루 일과는 어땠는지 아이의 마음도 들여다봐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고운 엄마의 목소리는 여러 권의 책 사이로 비행하다 아이가 잠이 들면 그제야 멈춘다.
고요해진 밤이 밀린 업무로 분주해진 마음을 다독여준다. 식탁 등 아래에서 노트북을 켜고 밀린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남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급한 일들만 겨우 처리를 한 뒤 허리를 편다. 시계는 어느덧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이가 잠든 방의 문을 열어본다. 최근에 연속해서 독감을 두 차례나 겪은 아이의 숨소리가 고르다. 다행이다.
“여보, 나 너무 힘들어. 다 그만하고 도망가고 싶어. “
꼴랑, 아이 하나 키우면서
맞벌이를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일인가?
한숨처럼 내뱉은 나의 말에 남편이 대답했다.
“여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앞으로 도망가는 것뿐이야.”
“뭐라고? 도망을 가려면 뒤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
“뒤로 도망치지 말고, 전속력으로 앞으로 도망가야 해. ”
우문현답이다.
앞으로 도망가겠다는 건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어제 퇴근길에 마주한 한 쌍의 철새처럼
우리 부부는 부지런히 날개짓하며 앞으로 도망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