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오늘 수술을 받아야 해, 수술 끝나면 데리러 올게.”
오늘따라 아이는 어린이집 문 앞에서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고 울먹인다. 하지만 내게도 오늘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아이를 달래서 어린이집에 들여보낸 후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은 그래도 수술인데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며 따라나서겠다고 했지만 괜히 수선을 피우는 것이 싫어 거절했다.
“여보, 이건 간단한 시술 수준이야.”
“그래도.. 조직 검사도 해야 한다는데... 괜찮겠어?”
“당연히 괜찮지. 나 잘 다녀올 테니까 걱정 말고 출근해요”
내 인생의 네 번째 수술이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수술대에 누우니 긴장이 됐다. 남편이 같이 와주겠다고 할 때 못 이긴 척 그러라고 할 걸 그랬나 싶다. 예약시간 보다 한 시간이나 더 기다려 수술대에 올랐지만 밀려드는 환자들을 받느라 의사 선생님은 수술실에 오실 기미가 안보였다.
미안했는지 간호사 선생님 한 분이 누워 있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긴장이 되는지 물어보며 마취할 때 조금 아프긴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실력이 좋으셔서 예쁘게 잘해주실 거라 하셨다. 신경을 써주는 그 마음이 너무 고와 아파도 꾹 참아야지 생각했다.
한 달 전 감기로 병원을 방문했을 때였다.
의사 선생님이 내 귀를 보시더니 놀라시며 말씀하셨다.
“아니, 이게 뭐예요? 언제부터 있던 거예요?”
내 귓바퀴 라인을 따라 안쪽으로 자리 잡은 작은 검은콩을 가리킨다.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미련하게도 나는 이 작디작은 콩만 한 녀석이 태어날 때부터 내 귀안에 있었던 건지 후천적으로 생겨난 건지 정확히 모른다.
“악성일지도 모르니 일단 제거하고 조직 검사를 해야 합니다.”
의사 선생님이 으레 하시는 말씀 같아 알겠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내 몸을 돌보는 걸 소홀히 했다. 아이가 콧물만 훌쩍여도 소아과에 달려가면서 정작 내 건강을 챙기는 일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2년에 한 번 받는 건강검진도 미루고 미루다가 해가 넘어가기 직전에야 가까스로 병원에 가는 지경이다. 매일매일 회사와 가정에서 주어지는 일들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래서일까. 우연한 기회에 동네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수술대에 오르게 되어 참 고마운 마음이다. 누가 이렇게 등 떠밀지 않으면 엄마란 존재는 늘 자기 일을 뒤로 미루게 되니까.
마취 주사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수술 내내 “생각보다 너무 깊은데..”를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마취를 해서 감각이 없어진 귀에는 석션 소리와 찢어진 부위를 봉합하는 실의 서걱거리는 소리만이 크게 들릴뿐이었다.
수납을 기다리며 병원 벽에 걸려있는 증명서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의사 선생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눈썹이 진한 배우 이름과 같은 송ㅇ헌.
웃음이 피식 흘러 나왔다.
오늘 내 귀도 그 이름처럼 멋지게 아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 자신을 뒤로 미뤄 둔 채 아이만 챙기는 일이 결코 아이를 위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엄마가 건강해야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더 크게 안아줄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