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고백
지난 일요일 아침, 사무실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던 남편이 다시 돌아와 내 앞에 앉았다. 산처럼 커다란 남자가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은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사람인데
그 안에 나는 없는 느낌이야.
남편의 말보다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표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반쯤은 억울해 보이고, 또 반쯤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얼굴. 아이가 태어난 뒤로 여전히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 신세를 면치 못한 나는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그 말을 몇 번이고 삼켰을 남편을 생각하니 속이 아려왔다.
왜 그래, 여보?
혹시 내가 요즘 글을 쓴다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래?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우리 부부는 늘 함께 움직인다.
아침이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같은 사무실로 출근한다. 점심도 함께 먹고, 퇴근 후에는 다시 어린이집으로 가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주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셋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핑계 같지만, 항상 붙어 있다 보니 남편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남편은 산과 같은 사람이다. 늘 한결 같이 그 자리에 서서 나와 아이 곁을 지켜주는 사람.
그 산이 마치 공기처럼 너무 당연해졌던 건 아닐까.
멀리서 보면 하나의 커다란 산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많은 나무들과 꽃들이 자라고 있다. 그 나무들과 꽃들이 잘 자라려면 물도 필요하고, 따스한 햇빛도 필요하고, 영양분 있는 흙도 필요하다. 그래야 산이 그 모습 그대로 푸르게 유지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산은 언제나 푸른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어 주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혼자 버텨내느라 무너지기 직전에야 산이 조용히 구조 신호를 보낸 건 아닐까.
남편의 뜨거운 고백 덕분에
나는 산속을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오늘은 남편에게 먼저 물어봐야겠다.
산속의 나무들과 꽃들은 오늘 하루 어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