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느 도시 공무원이 가장 일을 잘할까?

청계천 고기, 서울시청에서 다 잡아먹었냐는 민원에 대한 민원공무원의 답변

by 치유하는 뚜벅씨

1.

말은 청산유수인데 내용이 없는 경우, 혹은 말에 영혼이라고는 1그람도 없는 경우에 우리는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거꾸로 말은 어눌하지만 마음이 느껴질 때도 우리는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생각한다. 진정성이 있을 때 진짜라고 하고 진정성이 없을 때 가짜라고 한다. 진정성은 공감의 기둥이고 소통의 핵심이다.


2.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진정성 있는 글은 울림이 있고 진정성 없는 글은 감동이 없다. 문장이 아무리 수려하고 문법적으로 정확하고 리듬이 뛰어나더라도, 진정성이 없을 때 그 글은 그냥 글이다. 결코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못한다.


3.

민원 대응의 글쓰기에서도 진정성은 무조건 필수다. 진정성 있는 대응을 민원인은 알아본다. 진정성 없는 대응에 민원인은 더 분노한다. 몇 개의 공공기관 민원게시판에서 진정성의 유무를 확인해보자. 과연 어느 도시의 어느 공무원들이 진정성 있는 일처리를 하고 있을까?


4. ㄱ시 , ㅅ시, 그리고 서울특별시


<사례 1- ㄱ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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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이 화났다. 인력 변동 신고하려고 시에 전화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큰소리치더란다. "아침부터 기분 드러워진다"며 민원 게시판에 글 올렸다.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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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2번, 3번 번호 매긴다. 내용 전달을 핵심적으로 할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은 역으로 내용이 빈약하면 기계적으로 보일 수 있다. 역시나! 민원인이 화가 나서 전화 응대 똑바로 하라는 민원에 한 줄의 답변이 달렸다. 앞으로 잘하겠다. 1번, 2번, 3번, 5번은 그냥 형식이다. 답은 4번 하나, 그런데 저 한 줄에 민원인의 마음이 풀어질까? 행여나!

오히려 빈정이 더 상할 것이다.


ㄱ시는 이 민원에만 저런가, 다른 것을 살폈다.

<사례 2- 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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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개체수가 너무 많아 로드킬을 당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민원인이 제기했다. 과연 이 감정의 온도에 담당 공무원은 얼마나 비슷한 마음을 포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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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1번과 3번은 형식, 2번이 핵심. 그 핵심은, 중성화 수술 신청하세요, 라며 전화번호 안내한다. 이 한 줄 어디에도 민원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흔적은 없다.


ㄱ시의 민원 대응 업무 매뉴얼이 있다면 이렇게 적혀있을 것이다.

1) 1번, 2번, 3번 번호 달 것

2) 1번에는 인사, 마지막 번호에는 담당 전화번호 기재

3) 법적 근거 필히 제시, 정서적 답변은 자제, 전체 답변은 최대한 간단하게

4) 끝


ㄱ시 말고 이번에는 ㅅ시의 민원게시판을 살펴보았다.


<사례 3- 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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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놀이동산에서 다쳤다. 시에 전화하니 책임 떠넘기기 바쁘다. 민원을 넣은 부모는 답답하다. 그런데도 글은 차분하다. 차분해서 오히려 더 이 부모의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이 민원의 답변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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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숫자 대신 동그라미로 문단을 나눈다. 앞의 ㄱ시와 매우 유사, 처음은 인사, 끝은 담당 연락처. 핵심 답변은, 떠넘기기. 관련기관에서 조치 중인 것으로 파악, 협조 요청했음.


민원 답변은 결과 통보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억울하고, 답답하고, 하소연하고 싶고, 속상한 민원인의 온도는 결코 결과 통보 방식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았다면 과정을 충실하게 말해줘야 한다. 이 경우라면, 현재 결재가 어디까지 올라가 있고, 몇 번의 회의를 했고 앞으로 어떤 회의를 할 것이고, 파악한 내용은 어디까지 인지 등을 상세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럴 때 민원인은 기다릴 수 있고 담당 공무원을 신뢰한다. ㄱ시나 ㅅ시나 같은 매뉴얼의 도찐개찐이다.


< 사례 4- 서울특별시>


서울시는 <응답소>라는 민원게시판을 따로 운영한다. 시장이 답하고 공무원이 답한다. 인터페이스가 매우 직관적이다. 서울시청은 물론 서울시 산하 관련 기관 홈페이지(예를 들어 서울 신용보증재단, 50 플러스 재단 등) 상위 메뉴에 <응답소>가 고정적으로 배치돼있다. 시민의 소리를 귀찮아하거나, 형식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운영면에서도 보인다.


서울시 응답소 1.jpg


청계천 깨끗하게 해 달라는 민원이다. 특히 청계천 고기는 다 어디 갔냐고 묻는다. 서울 시청에서 잡았나? 죽였나?라고, 어찌 보면 약간 생떼 피듯 민원을 한다. 그런데 답변 내용을 함 보시라.


번호 매기지 않고 서술형으로 설명한다. 청계전의 구조와 상황을 매우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어류의 유입 경로, 그리고 지금은 수온이 올라가는 시기라 다시 어류가 올라오고 있으니 양해와 더불어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청한다. 이 상세한 답변에 민원인의 기분이 풀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 제삼자가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서울시는 여기만 이렇게 답변을 달았던 것일까?


<사례 5- 서울특별시>

서울시 응답소 2.jpg

은행 냄새 제거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민이 준다. 나무 밑에 큰 그물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일반적인 예상이라면,

1. 귀하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2. 귀하의 의견을 검토하여 시정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답변을 달 것 같다. 그렇게 해도 무리 없다. 살고 죽는 위중한 민원이 아니니까. 그런데 역시 답변을 보라. 현재 몇 개 구에서 시범 운영 중이고, 문제점 검토 후 확대할 예정이며, 비록 안물 안궁 일지언정, 은행 냄새 제거 관련 다양한 행사를 안내한다. 이쯤 되면 3 개시의 민원 공무원 배틀에서 압승은 서울시다. 서울시 공무원 짱먹어라.


5.

기업이라면 이 사례를 통해 고객 컴플레인을 어떻게 대응할지 참조하면 좋겠다.


모든 글에는 진정성이 필수다. 민원의 글에서는 더 필수다. 번호 매기고, 법적 근거 제시하는 거는 인사와 담당 연락처 남기는 것처럼 형식이고 구성이다. 내용이 있느냐 없느냐, 그 내용이 얼마나 상세하냐, 그리고 민원인의 고충에 담당 공무원이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느냐, 그것을 글로 녹여냈느냐, 이것이 민원 대응 글쓰기의 알맹이다. 진정성이 있을 때 이것이 가능하다. 이것을 동사로는 " 업무 한다"라고 한다.


관련 내용 유튜브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sPhGBIZYu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