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을 전공했고 회사에서 온라인홍보와 브랜딩을 담당했지만 여전히 내게 홍보와 브랜딩은 어려웠다. 특히 소비자의 마음속에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브랜딩’은 여전히 내게 모호한 개념이었다.
그렇지만 이 모호한 개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나의 브랜드에 가치를 부여하여 소비자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 이는 곧 구매로 연결이 됐다. 참 신기했다. 나 역시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했다. 그게 편했고, 그게 좋았다. 어떤 날에는 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 신뢰하는 내 자신이 멋져보이기까지 했다.
바야흐로 1인 브랜드의 시대였다.
제품을 가진 브랜드가 아니라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가 된 사람들에 열광했다. 나는 인플루언서가 되고싶은 건 아니였지만 온라인 상의 나만의 이름을 갖고 싶었다. 10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내가 사용하던 이름은 ‘클로이’였다.
클로이는 ‘성장하다’라는 뜻을 가진 나의 영어이름이었는데 사실 나는 이 이름을 좋아했다. 누군가 ‘클로이!’하고 부르면 외국의 영화배우가 된 것 같기도 했고 도시적인 향기가 이름에서 뿜어져나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클로이’는 영화제목이기도 했고 외국의 영화배우 이름이기도 했다. 심지어 브랜드 이름이기도 했다. 그래서 포털사이트에 ‘클로이’라고 검색하면 내가 쓴 글이나 블로그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우연히 나의 글을 접한 사람이 다시 나를 찾고자 했을 때 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이름, 나만의 브랜드가 필요했다.
오랫동안 고민을 하다 세상에 없는 나만의 이름을 만들었다. 나의 온라인상 이름 노마드클로이. 노마드(Nomad)는 자유로운, 방랑가 라는 뜻을 클로이(Chloe)는 성장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금보다 더 성장하여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내 이름에 담았다.
그 때부터 나는 노마드클로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알리고 온라인에 글을 썼다.
회사에서 마케팅과 기업브랜딩 관련 일을 같이 했던 난 브랜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은 브랜딩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구체적으로 답할 자신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일관성’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모든 글의 앞부분을 이렇게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디지털노마드를 꿈꾸는 작은 회사 홍보마케터 노마드클로이입니다.'
그리고 블로그 주소를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이버에 ‘노마드클로이’를 검색해보세요. 가장 첫 번째 나오는 블로그가 제 블로그에요! 자주 놀러오세요.
나에게 이렇게 블로그 주소를 소개받은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네이버에 노마드클로이를 검색해봐’라고 말했다. 말의 힘, 반복적인 행동의 힘은 위대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네이버에 내 이름을 검색해서 블로그에 찾아왔고 내 글을 읽었다.
그렇게 나는 온라인에 나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었다. 언젠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던 꿈이, 온라인상에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