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글을 쓰지 않았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글쓰기에 대한 나의 열정은 엄청났다.
퇴근 후 몇 시간씩 TV 앞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던 스물아홉의 나는 이제 없었다. 하루에 하나씩 30일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썼다. 퇴근 후 밥을 먹고 노트북 앞에 앉는 것이 일상이 됐다.
원래도 종종 글을 쓰곤 했지만 회사에서 정해둔 주제가 아닌 자유롭게 글을 썼을 때 이렇게 큰 기쁨이 돌아온다는 걸 전에는 몰랐다. 처음으로 내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 종일 ‘오늘은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했다.
내 글을 읽고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거나, 내 글을 읽고 더 궁금한 점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를 살았다.
그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와 이미지를 동원해서 구체적으로 글을 썼고, 자신의 블로그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위해 타인의 블로그를 30분, 1시간씩 분석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긴 장문의 답글을 써줬다.
4년차 마케터인 내 눈에는 이런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며 – 이 부분을 한 번 고쳐보는 게 어떻겠냐며. 어쩌다 블로그에 한 줄짜리 댓글을 남긴 사람에게 10줄이 넘는 댓글로 답글을 주기도 했다.
무언가 보상을 바란 건 아니었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이 일이 누군가에게는 오랜 시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자꾸만 알려줬다.
나의 기나긴 답변에 누군가는 그냥 지나치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내게 커피쿠폰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중에 내가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판다면 꼭 사주겠다고, 은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매일 쓰는 게 일상이 됐다.
내 글을 쓰고 나면 내 글에 답글을 써줬던 사람들의 블로그에 놀러가 그들이 쓴 글을 읽었다. 전국 각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동안 내가 알고 자랐던 세상이 사실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됐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의 서른도, 가족도 관심을 갖지 않는 너의 과거와 현재도 모두 다 반짝이고 아름답다는 것을 글로 풀어낸 뒤에야 깨닫게 됐다.
그렇게 나는 나와 가장 가깝던 친구에게도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온라인에 토해내듯 풀어냈다.
그들은 나를 잘 몰랐으니 판단하지 않았고, 그들은 나를 잘 몰랐으니 그저 위로해주었다. 나는 직장인 4년차의 우울감과 막막함 그리고 아직도 캄캄하지만 무언가를 향해 찾아가는 나의 걸음을 담담하게 글로 썼다.
언젠가 한 번쯤 누구나 겪어봤을 그 캄캄한 도전을 사람들은 조건 없이 응원해 주었고 기꺼이 같이 걷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