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클로이 Jul 24. 2020

내 생애 첫 동영상 강의 #20

일단 작게 만들고 세상에 내놓기 


제안을 받기 전까지 나는 막연하게 ‘온라인으로 일하고 싶다’라고 생각했을 뿐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가져와야 할지 잘 몰랐다. 강의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주세요 라는 한 마디 말에 고등학생 시절 수강했던 인터넷 강의를 떠올렸다.

      

인터넷 강의 속 선생님들은 커다란 칠판에 본인이 직접 등장해 칠판 가득 내용을 채워가며 강의를 진행했다. 카메라를 앞에 두고 선생님 혼자 수업을 진행하며 촬영된 영상 강의도 있었고 실제 강의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업을 실시간으로 촬영한 강의도 있었다. 


그 때의 나에게는 강의장도 마이크도 칠판도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동영상에 내 얼굴이 나오지 않았으면 – 하는 마음 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나의 이야기를 올리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었지만 내 얼굴이 그대로 영상 안에 드러나는 건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학생들이 내 얼굴 때문에 수업을 듣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첫 동영상 강의에 내 얼굴을 넣지 않았다. 동영상 안엔 강의장도 칠판도 마이크도 없었다. 내가 가르치는 ‘블로그 운영법’이나 ‘마케팅’은 컴퓨터 화면만 가지고 설명이 가능한 수업이었기에 굳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수업 커리큘럼을 정리하고 각각의 수업내용을 PPT로 정리했다. 그리고 나는 컴퓨터 화면에 PPT를 띄워놓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내 목소리, PPT로 제작된 강의안 그리고 PC 화면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촬영했고 간단하게 편집했다. 그 때의 나는 영상편집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온라인에 배포되어있는 ‘뱁믹스’라는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용감한 도전이었다. 


마이크 없이 노트북 하나로 촬영했고 영상편집을 잘 몰랐기에 편집을 최대한 하지 않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편집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연습 또 연습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동영상 30개를 가지고 나의 첫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매일 밤 자정에 맞추어 강의를 하나씩 수강생들에게 발송하고 수강생들은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수업을 들었다. 형식은 엉성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과 나의 목소리를 사람들은 알아봐줬다. 

     

목소리만 등장하는 동영상을 여러 번 찍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나중에 나는 정식으로 영상편집을 배웠고 프리미어라는 영상편집 프로그램으로 동영상 강의 편집을 다시 했다. 강의에 얼굴이 드러나지 않으니 전달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해 여름 동영상 강의를 전체 개편했다. 개편한 영상에는 내 얼굴이 들어갔다. 영상 앞/뒷부분에 나만의 강의임을 표시하는 인트로 영상도 삽입했고 마이크를 이용한 덕분에 강의 전달력이 더 높아졌다.


     

과거에 나는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결과물이 완벽해야 한다고 믿었다. 완벽하지 않은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나의 수치이자 이 것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큰 실례라고 믿었다. 그런데 회사 바깥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으려고 노력하되 완벽하지 않은 결과물도 내놓고 피드백을 받아라’라는 말을 했다. 


나중에서야 나는 이 말을 이해하게 됐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방식에서 ‘완벽하다’의 기준은 나 자신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때로는 완벽하다고 믿었던 결과물이 세상의 기준에서는 완벽하지 않기도 했고 때로는 너무 과하기도 했다.

      


만약 해보고 싶은 것, 내놓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단 작게 만들고 세상에 내놓는 것을 권한다. 나의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우리는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때로는 답이 없음으로 그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고민하여 개선하고 완성해나가면 된다. 한 가수의 콘서트 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공연을 위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마음 졸이며 1년간 준비를 했어요. 그렇지만 이 공연을 완성하는 건 관객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 것을 만들고 지금 바로 세상에 내놓아보자.

작가의 이전글 디지털노마드의 첫 걸음, 온라인의 오프라인화 #1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