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으로 일을 하게 되었고 행복한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부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우리의 신혼집을 시작했다. 스무 살부터 서울에 올라와 고시텔 – 원룸텔 – 원룸 – 오피스텔 – LH전세임대 아파트를 10년간 떠돌던 내게 방이 세 개나 있는 오피스텔에서 신혼을 시작한다는 건 아주 행복한 일이었다. 집 한 켠에 나만의 작업실을 만들었고 나는 신혼 가전으로 새 컴퓨터와 모니터 두 개를 구입했다.
가을이 다가오던 어느 날 기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작은 특강을 진행했다. 그 특강에 부산에 살던 한 분이 참석하셨고, 그날의 만남은 또 나에게 커다란 변화를 만들었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그 분은 기존에 내 수업을 들었던 분이었다.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실 때에도 초보자들을 위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투자방법에 대해 글을 쓰셨고 우리가 노동수익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줄곧 이야기를 해주시던 분이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돈을 버는 방법과 아끼는 방법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벌어둔 돈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돈을 불릴 만큼의 종자돈이 내게 없어서였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그저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그 날 강의가 끝나고 난 뒤 3시간동안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나는 그 분에게 투자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그 분은 내가 딸처럼 느껴졌는지 내 집 마련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다. 투기를 하라는 게 아니라 내 집마련을 해야 한다고, 지금 당장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내가 지난 1년간 달려왔던 에너지의 1/10만 쏟아서 관심을 가져보라고. 그렇게 조금씩 관심을 가지다 보면 언젠가 내가 해볼 수 있는 범위가 눈에 들어온 게 된다고.
무수히 많은 이야기 중 한 가지가 마음에 박혔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동산을 알지 못하면 결국에 벌어놓은 돈 모두를 부동산에 쏟아야 할 거에요. 노동수익이 아무리 올라가도 시장물가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 날 집으로 돌아가 부동산 강의를 신청했다. 남편과 함께. 부동산 강의를 들으러 갔을 때의 충격 또한 아직도 생생하다.
100명이 넘는 강의 장을 꽉 채운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연령대가 나와 비슷한 20대, 30대라는 것을 보았을 때의 당황스러움. ‘지금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건 빠르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내 집마련에 간절한 사람들을 보았고 우리도 추진력에 불이 붙었다.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일주 일만에 그대로 실천해 우리는 ‘부동산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게 된다. 강의에서 알려준 내용은 정말 많았지만 그 안에서 또 한 가지를 배웠다.
“남들이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형태를 고르시는 게 좋아요. 그게 경쟁이 낮아요. 여러분은 나이가 어려서 청약이 당첨되기 너무 어려우니까 욕심 부리지 마시고 경쟁이 낮을 것 같은 집을 고르세요”
그렇게 내 생에 첫 아파트가 생겼다. 그 집은 앞으로도 3년이 지나야 입주할 수 있는 곳이었고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비싼 아파트였지만 마음이 든든했다. 10년간 정처 없이 떠돌던 내게도 아늑한 우리만의 집이 생겼다는 것이 정말 정말 기뻤다.
이후로 나는 사람들이 내게 건네는 말을 귀담아 듣게 됐다. 사람들이 걱정스레 건네는 말, 사람들이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것들, 평소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아닌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들. 나만의 중심을 잡고 걸어가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세상엔 사기꾼도 많지만 이렇게 아무런 대가없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주는 선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배웠다.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시그널을 잘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