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혹은 굴튀김 이론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을 보다가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어떤 독자가 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얼마 전에 취직시험을 봤는데, 그때 '원고지 4매 이내로 자기 자신에 관해 설명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도저히 원고지 4매로 저 자신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불가능하지 않나요, 혹시 그런 문제를 받는다면, 무라카미 씨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에 대한 하루키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안녕하세요. 원고지 4매 이내로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제 생각에 그건 굳이 따지자면 의미 없는 설문입니다. 다만, 자기 자신에 관해 쓰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예를 들어 굴튀김에 관해 원고지 4매 이내로 쓰는 일은 가능하겠죠. 그렇다면 굴튀김에 관해 써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굴튀김에 관한 글을 쓰면, 당신과 굴튀김의 상관관계나 거리감이 자동적으로 표현되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다시 말해, 그것이 이른바 나의 '굴튀김 이론'입니다. 다음에 자기 자신에 관해 쓰라고 하면, 시험 삼아 굴튀김에 관해 써보십시오. 물론 굴튀김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민스 커틀릿이든 새우 크로켓이든 상관없습니다. 도요다 코롤라든 아오야마 거리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든 뭐든 좋습니다. 내가 굴튀김을 좋아해서 일단 그렇게 말한 것뿐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자기 자신에 관해 원고지 4매로 설명하라고 한다면, 정말이지 나 역시 쓰지 못할 것 같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을 읽다 보니 ‘굴튀김 이론’이야말로 그 어떤 자기소개보다 자신을 설명하기에 적절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에 관해 쓰면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제일 먼저 ‘여행’이 떠올랐다. 하루키가 굴튀김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여행을 좋아하니까. 나에게 여행은 굴튀김이다. 일단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