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다른 세상의 냄새가 배어 있는 것 같아
공항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를 찾던 중 한 항공사가 공항청사에서 일할 사람을 구한다고 올린 글을 보고 한달음에 연락을 했다. 집도 가깝고 내일부터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내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사실 집에서 공항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버스를 타고 도중에 지하철도 두 번 갈아타고 2시간 남짓 걸리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루하지 않았다. 일하러 가면서 설레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 매끈한 슈트케이스를 끌고 잰 걸음을 하는 비즈니스맨들. 막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린 이국의 승무원들.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향하는 그들의 들뜬 듯 상기된 표정이 좋았고, 일상에서 벗어난 작은 소란스러움이 좋았고, 완전한 떠남도 아닌 그렇다고 도착도 아닌 모호하고도 자유로운 경계에 놓인 그 상태가 좋아서 공항에 도착할 때면 나는 코로 한껏 숨을 들이쉬곤 했다. 공항의 공기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세상의 냄새가 배어 있는 것 같아 맡아도 맡아도 질리지 않았다.
그곳은 불이 꺼지지 않고 3교대로 24시간 돌아가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비행기가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바람의 세기라든지 방향을 체크하고 비행기에 몇 사람이나 타는지 짐은 얼마나 싣는지 확인했다. 그것은 일종의 여행 일정표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런 사항들이 빼곡히 적힌 서류를 파일럿에게 전달해주는 일을 맡았다. 얼마나 많이 전해주었던지 나중에는 비행기 번호만 보아도 이건 샌프란시스코로 가는구나. 저건 파리로 가네. 중얼거리곤 했다. 그건 마치 밤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이건 북두칠성이고 저건 카시오페아야하고 말하는 일 같았다.
일을 그만두던 날의 하늘을 기억한다. 순환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 나오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날씨가 맑았다. 해 질 녘의 바람은 더없이 선선했으며 짙고 푸른 하늘엔 오렌지색 구름이 고호의 붓 터치처럼 걸려 있었다. 멀리서 비행기들이 그림 속으로 차례로 날아 올랐고 곧 작고 붉은 별이 되어 하늘에 점점이 박혀 반짝거렸다. 그날 나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아주 긴 여행을 떠나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