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내 인생에 대한 예의
네팔을 여행할 때였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한 거점이자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호수를 품은 도시, 포카라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딱히 하릴없이 빈둥거리던 어느 날, 책을 펼쳐 들었다. 여행길에 배낭 한 구석에 쑤셔 넣었던 책이었다. 첫 장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한밤중에 깨어나
'지금 내 삶이 정말 내가 원하던 것일까?'
물으며 잠을 설쳐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순간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내 삶이 이 질문 앞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잠시 멈추고 말았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삶의 흐름이 멈추는 때를 만난다고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인생에 대해 문득,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답게 산다는 건 뭘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더 늦기 전에 그것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낯선 여행지에서 길이 헷갈릴 때는 잠시 멈춰 서서 지도를 찾아보거나 지나가는 이를 붙잡고 길을 물어본다. 하지만 삶에 대해서는 지금 가는 이 길이 의심스러운데도, 어디로 가야 할지 분명히 헷갈리는데도, 멈춰서 물어보기를 주저하곤 했다. 바쁜 일상 덕분에 다행히 미치지 않고 그럭저럭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문은 끈임 없이 나를 찾아왔다. 그것은 자주 어색하고 불편했다. 어쩌면 피하고 싶은 질문이 오히려 깊이 생각해야 할 질문은 아닐까? 저 멀리서 울리는 북소리처럼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나는 낯선 곳을 향해 배낭을 울러 맸다. 여행을 하는 동안엔 잠잠했지만 돌아오면 다시 고민에 빠지곤 했다. 그러면서 차츰 알게 되었다. 일상에서의 많은 고민들은 질문을 잘못해서 생기기도 한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덜 불안할까?'로 시작된 질문은 여행을 한 뒤엔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질문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고 오직 나만이 판단할 수 있는 솔직한 답변과 그렇지 않은 답변만이 있을 뿐이었다. 설령 답을 찾지 못한다 해도 내 인생에서 반드시 답해야 할 나만의 질문을 찾는 것이야말로 내 인생에 대한 예의는 아닐까. 그러므로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