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너무 늦으니까
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후 시간이 지나면 생각보다, 생각나는 것이 많지 않음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곳에 언제 갔었지?
어떻게 갔더라?
기억은 마치 오래된 앨범 속 사진처럼 선명도가 바래고 조각조각 팔랑거린다. 푸르고 깊었던 바다, 낮은 하늘, 썬 라이즈 그리고 썬 셋, 커다란 무지개와 오후의 드라이브, 롱보드, 파이어락, 빅웨이브(이것은 맥주의 이름 :) 그리고 커피 브레이크.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엘비스프레슬리 분장을 한 청년이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대여 나를 안아주세요. 키스해주세요.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너무 늦어요.
It’s now or never, come hold me tight
kiss me my darling be mine tonight
tomorrow will be too late
it’s now or never
my love won’t wait.
그때였다. 햇살이 내리쬐는 구름 사이로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커피를 든 내 팔에 떨어지던 비의 느낌을 기억한다. 멀리 바다에서 불어온 짭조름한 바람을 기억한다. 구수한 커피의 향을 기억한다. 청년이 부르던 노래를 기억한다. 기억이란 아무래도 머리가 아니라 몸이 하는 일. 내가 만난 세계는 티비 속에 있지도 않고 책 속에 있지도 않고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 있지도 않았다. 오직 내 몸속에 그리하여 기억 속에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이다.
여행은 온 몸으로 경험하는 이 순간을 껴안고 키스하는 일.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너무 늦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