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도 일하는 주 5일제 직장인 부부의 마음가짐
여러 시간을 거쳐 드디어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힘겹게 돌려 시계를 봤다. 선명하게 찍혀있는 일요일 오후 6시. 내일은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고, 오늘은 한 주가 끝나는 날이건만 우리는 한 주의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일하기 바빴다. 쉬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만족스럽기만을 바랄 뿐.
올해는 유달리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내의 직업이 카메라 잡지 기자가 되면서부터 꽤 오랜 시간 주말을 할애해왔다. 수석기자로 진급하면서부터는 더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 분주히 다녔다. 주말 시간의 사용을 두고 쌓인 케케묵은 감정 같은 건 치워버리고 내 마인드를 바꿨다.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을 사진에 취미를 붙인 게 다행스러웠다.
그 덕에 외장하드가 가득 차 버렸다. 벌써 6개째. 이렇게 많은 용량이 언제 찼나 생각해보면서 대충 둘러보면 정말 많은 곳을 다니며 기록했다. 때때로 몸은 피곤하다고 아우성칠 때도 있지만 몇 번의 슬럼프를 넘어서며 제대로 자리 잡은 사진은 그 모든 걸 상쇄했다. 유명한 말인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가 떠올랐다. 그만큼 난 쌓인 시간과 피곤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가끔은 데이트를 제대로 하지 못한 통에 서운함을 표출하다 결국 싸우게 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아내를 이해해주지 못한다면 그녀는 누구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뒤로는 나는 여행 다니는 기분으로 일을 함께 한다. 우리는 9년을 연애한 통에 누구보다도 손발이 척척 맞으며 서로의 웃음 코드를 잘 알기 때문에 지루해하거나 따분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게 환상적인 콤비 같다는 느낌도 든다.
"오빠, 나 카메라 뷰파인더의 측거점을 디자인에 넣고 싶은데 포토샵으로 만들어 줄 수 있어?"
"측거점? 껌이지."
"우와, 최고야!! 그럼 나 이따가 부탁할게. 내가 음료 쏜다!"
무게라곤 1g도 느껴지지 않는 허세를 듣고 일로 느껴지지 않았는지 연신 내게 애교를 피우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몇 분만에 원하는 것을 만들어줬다. 아내는 그게 신기했던지 나를 향해 투 따봉을 날려줬고 나도 그런 반응 때문에 즐거워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그보다 내가 잘하는 걸로 아내에게 도움을 줘서 능력을 선보였다는 지점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웃으며 작업을 하다 보니 저녁이 밤으로 변해간다.
가끔 주변의 지인들은 '너희들은 그렇게 일요일까지 일해야겠니?'라고 묻는다.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피곤해지고 소파에 조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일하는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게 무슨 요일인지 중요할까. 우리가 즐겁고 웃을 수 있다면 다음날이 월요일인들 어떠한가. 일요일라고 꼭 쉬란 법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