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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트바리 Feb 02. 2020

남들은 모르지만, 나만 아는 사소한 비밀

영상제작자의 영감,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큰 결과

우리가 창작물 또는 문서 작업을 할 때 나만이 아는 디테일이 있다.

그런 점들은 사실 큰 디테일은 아니어서 남들은 몰라주는 사소한 디테일로 남을 때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의미 없다고 생각하면 그냥 시간만 쏟는 시간 낭비일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은 왜 하는 걸까? 이런 일을 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게 있을까?

영상 제작의 업무를 하는 내게 이런 생각이 퍼질 때 멈출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작가는 꽤 많은 시간을 들인 듯했다. 현장을 보고 나서 그 시간들이 느껴졌다.

우리 회사에서는 때때로 작가에게 장비를 지원해준다. 이런 장비들은 매우 고가의 장비이기도 하지만 민감한 작업에도 그 감성을 잃으면 안 되기 때문에 어울리는 촬영이어야 한다. 이 날은 조명 회사의 신제품을 촬영하는 현장이었다. 우리 장비를 활용해서 촬영을 한다기에 직접 방문해서 간단한 제품에 대한 코멘트를 듣고, 현장을 스케치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촬영 현장은 언제나 철저한 준비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조명을 촬영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민감한 촬영이다. 중심이 되는 피사체, 주변 배경의 조도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어디 하나가 노출 오버가 되거나 노출 언더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매달아놓은 조명이 행여나 문을 열고난 뒤 부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게 모든 스태프들은 긴장감 있는 세팅 작업을 진행한다.



조명의 각도만으로도 큰 변화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그것도 그들만의 변화점이었던 것일까. 옆에 있는 클라이언트는 한 콘셉트를 촬영하는데 30~40분이 걸리는 부분에 대해서 딱히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디테일에 감동하진 않았다. 하지만 작가는 묵묵히 세팅을 하고 세심하게 포커스를 맞춘 뒤 촬영을 하고 사진을 100%로 확대해서 보며 체크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진짜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때때로 현실에 순응하며 '그냥 결과물'을 제출하기도 한다.

나 또한 의무적으로 결과물을 생성해낼 때가 많았고, 그 변명은 '위에서 그냥 빨리빨리 내라잖아.' 정도였다.


사소한 디테일부터 챙기는 것은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현실적으로 챙길 수 있는 부분까지만 챙겨도 꽤 많은 발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왜냐면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작업을 준비하는 것이며, 사전 준비부터 100%에 가깝게 준비하기 때문에 변수 통제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바꾸는 건 귀찮을 수도 있다. 그건 인정한다.
박승기 작가님 (@0816.studio) 촬영 이미지

결국엔 사소한 디테일의 차이는 큰 변화가 된다. 결과물을 당장 받지 않아도 믿을 수 있다.

한 장의 사진에도 여러 가지 작은 부분들에 대한 집착은 결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


조금 느리기도 하고, 작업자만이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일 수도 있지만

아주 작은 부분들은 결국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한다는 것을 언젠가 세상은 알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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