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by 스톤처럼

"위에서는 저 새끼 왜 안 그만두나 싫어하고 밑에서는 저 새끼 왜 안 잘리나 싫어하고"


요즘 인기가 많다는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 속 대사다. 이 대사를 하는 구간에서 상무가 부장에게 그런 말을 한다. "20년 넘도록 붙어있음 우리 좋아하는 사람 없어"


3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체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는 현실이 있다. 불편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고 꺼려지지만 피할 수 없는 바로 그런 명제다. 바로,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나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 일을 한다고 해도 나 혼자 일을 해서 밥을 벌어 먹고 사는 게 싶지 않다. 프리랜서든 사업가든 나의 서비스, 제품, 아이디어 등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에 돈을 벌 수가 있다. 사람이 관여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 다시 말해 사람과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음을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운좋게 20대 초반부터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과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종종 있었다. 그들이 펄럭이는 멋진 정장과 안정된 가정, 재정적으로 풍요로움에 접어든 모습에 미래를 꿈꾼 적도 있었다. 그들 앞에서 모두가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 관계에서 인간다움, 화목함을 느끼는 이상도 품은 적 있다. 내가 잘 하면 상대 또한 호의적일 수 있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순진하고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지나오고, 스쳐가고, 흘러간 인연 중에서 좋은 분들도 많았지만 내가 그들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다. 이 정도로 나이가 먹을만큼 먹고, 어디가서 사회초년생이라는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 시기가 되니 사실 그들의 웃음 뒤에는 일련의 이해관계가 있었다. 인사고과, 승진, 업무적 관계, 밥벌이. 냉혹하고 치열한 고무줄이 팽팽히 당겨진 채 생존을 위해서 누가 먼저 놓더라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긴장감이 있었다.


일보다 사람. 그 문제에서 표류하고 잇는 지금, 나보다 손 위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며 다시 한번 시리게 다가온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아니, 좋게 말해서 '호의적인 관계'라는 허울좋은 휴머니즘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라는 실질적인 명분이 존재하는 것이 휴머니즘에 가까운지 모르겠다.


어릴 적 바라본 그들은 이런 경험을 알고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던 그 사람들. 문득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좋아해달라고 구애하지 않아도 내 길을 가는 데만 신경을 쓰더라도 참으로 바쁜 현실을 살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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