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첫 갈림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수능, 수능을 치룬 학생과 그의 가족, 주변 지인까지 피말리는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다. 수능을 보고나서 20대, 30대 중후반 되어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결과에 상관없이 이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모두에게 고생하셨습니다 나지막히 말하고 싶다.
수능은 인생에서 본격적으로 갈림길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지나고야 알았다. 그 시절은 돌아오지 않으며 비범한 노력과 태산 같은 운이 아니라면 그 갈림길은 좁혀지지 않는다는 걸. 안간힘을 써도 그 차이는 넘지 말아야 하는 금단의 울타리처럼 견고하고 차갑다. 현실이 말해준다.
수능은 중요하다. 또, 며칠 전 직접 들은 조언을 인용하면 공부야말로 평균 이상의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10대는 아름답지만 가혹하다. 냉혹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사회에서 만든 시스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수능을 그리 잘 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공감하고 싶지만 부인할 수도 없다. 다른 재능을 찾아서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많이 보이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수능 찬양론이 오늘의 주제는 아니다. 30대 중후반이 되어버린 아저씨 입장에서 제3자의 시선에서의 오늘 아침 그대들이 교문 안으로 들어가고 난 이후에 본 광경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출근길에 지나는 고등학교가 있다. 이 동네에서는 나름 이름과 전통있는 학교다. 잘은 모르지만 내 주변에 사는 이웃 중에서도 이 학교에 취학하고 있는 자녀분이 계신 분들도 있으리라.
오늘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은 출근길이었다. 수능날인 것은 진즉이 알고 있었지만 고등학교 교문 앞에 경찰차와 경찰들을 보고 있으니 뼈속까지 새겨진 추억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성인 남성 팔뚝처럼 튼실한 철문이 닫혀진 그 앞에는 한 학생의 어머니가 있었다. 수수한 차림에 검은 테로 된 동그란 안경을 코 끝에 걸친 그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사실 부모가 되어본 적 없는 사람으로서 이 모든 감정을 어찌 다 공감할 수 있으리랴. 하지만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감정이 있었다.
바로, 우리 아이가 성인을 앞두고 현실이라는 첫 번째 관문 앞에 서서 그 시험대에서 잘 걸어갈 수 있기를, 또 하나는 내 안에서 낳은 그 아이가 커서 벌써 20대를 앞둔 나이가 된. 어쩌면 나의 인생을 모두 걸고 넘어져도 쓰러져도 키워낸 그 아이가 이제는 나의 품을 떠나 차가운 현실에 사회 구성원으로 벅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었을 거라는 추측.
그대여, 수능이 대단한 시험은 맞지만 그 시험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면, 그대를 멀리서 가까이서 지켜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퇴근 후 집에 와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아저씨는 그러지 못 했다. 수능 이후에도 철없는 시간을 보냈다. 개구리가 빗물을 피해 몸을 숨기는 커다란 연꽃잎 같은 나의 사람의 사랑을 뒤늦게 알았다. 지금은 그대보다 덩치가 큰 부모가 있을테지만 언젠가 돌아보면 느릿느릿한 걸음에 그대보다 덩치가 작은 사람이 서있을 거라는 걸.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앞으로 나오는 세상에서는 그대는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고 밀려나고 하겠지만, 그대를 믿어주는 사람, 그대를 바라봐주는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한 가지로도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그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만약 나보고, 수능을 치루던 그 시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무관심을 걷어내고 물어봐준다면 나는 공부 머리는 없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참으로 초라한 답변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를 지켜봐주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굳이 수능이 아니더라도 망나니처럼 살지는 않을거다. 가까운 듯 멀리 있는 듯 나를 지켜봐주는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 것이다.
30대 중후반이 되어 이제야 알아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한 살이라도 일찍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대를 응원하는 그 사람도 어떤 때는 연약하고 보호가 필요하다. 적어도 그 사람에게 보답을 한다는 마음으로 일어서서 굳건히 나아가길.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본 그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교문을 붙잡고 울었다. 그 마음을 꼭 기억하자. 그 시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영원하지 않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 눈물을 알아주는 사람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