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연말 고요한 정돈 필요해

by 스톤처럼

떡볶이가 먹고 싶어 떡볶이소스를 사러 마트에 다녀왔다. 직접 만들려니 휴일 특유의 귀차니즘이 몰려온다. 서울역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다녀왔는데 확실히 사람들로 붐비는 기차역에 오니 정신없는 곳에서의 기빨림 현상이 지속된다. 확실히 서울역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서던 그 날도, 세상물정 모르고 살던 20대 기차여행 가겠다고 들린 그 날도.


요즘들어 사람마다 다른 취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애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저런 사람,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겠다. 같이 일을 하는 동료는 연말 약속으로 분주한 것 같다. 퇴근 후 약속들이 가득하다. 어쩌면 이 사람은 이렇게 보내는 연말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조용히 한 해를 정리하는 느낌의 연말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성격에, 연말이면 북적이는 음식점을 예약해서 음식을 즐기는 것보다 단골집이나 늘 가는 그 곳에서 과음하지 않는 식사를 즐기는 것 같다. 이도저도 아니면 집에서 요리를 해서 나를 위한 좋은 술 한 잔과 스탠드 하나 켜두고 한 해를 돌아보는 사치도 즐긴다. 내년에는 어떨지, 올해는 또 어땠는지 정돈하는 느낌의 연말을 좋아한다.


사실 부끄럽지만 지금보다 어릴 적에는 미디어에서 비추는 연말과 크리스마스처럼 흥이 겹고, 연인을 만나야 하는 운명적 12월을 보내야 제대로 보냈다고 착각했던 적도 있다. 비록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이것저것 경험을 해보니 그 미디어에 비춘 연말과 크리스마스가 나랑은 맞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돈된 저녁, 하루를 마감하는 밤과 고요를 사랑하는 이유는 머무는 생각을 한 줌 정도 잡아보고, 또 이 시간을 과하지 않게 보내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식의 날을 사랑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재미로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누군가 그러더라. 과하지 않은 하루, 만약 비즈니스를 하게 된다면 하루에 한 두개의 모임 정도를 하는 것이 적당하며, 이 또한 대부분은 저녁 전후로 끝내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야 나란 사람이 에너지를 충전해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하더라. 사주를 믿진 않지만 어느정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의 일치하는 점이 많아 혼자 조금 놀랬다.


아침에도 차오르는 충만함에 시작해, 그 작은 에너지를 조금씩 나눠 하루를 살아내고, 그 날 저녁이나 밤이 되면 나의 공간으로 들어와 조용히 충전을 해야 하는 나는. 도파민과는 거리가 멀고 우습지만 자기 일을 마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스스로 충전하는 로봇청소기랑 비슷하다.


활동 반경은 크지 않아도 직장을 제외하고, 적어도 하루에 한 사람 정도는 만날 수 있는 정도 에너지는 있는 사람이라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사람을 통해서, 하루 돌아봄을 통해서 나를 제외한 외부의 무언가를 이해하는 시간보다는, 요즘은 깊게 나를 알아가는 것 같다.


남은 12월은 무슨 일이 있을까. 올해 내가 참 잘한 것 세 가지를 생각을 해봐야겠다. 나의 한 해도 정돈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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