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인상 성과급 인센티브, 호구 같은 직원의 생각

by 스톤처럼

연봉인상은 참 달달하다. 직장인으로 직장에 있으면서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지만 그래도 연봉인상을 받아본 적 있다. 그런 통보를 받고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는 날이면 드라마틱하게 높아진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좋은 건 직장인으로서의 숙명인 것 같다. 내가 받는 실수령액이 조금이라도 '더' 받는다는 것인데 누가 싫어할까 싶기도 하다.


연말이 되면, 또는 연초가 되면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이 '연봉 협상'인 것 같다. 사실 사회초년생으로 일을 하던 회사가 포괄임금제라는 악명 높은 제도에 기인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연봉이란 오르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먼저 배웠던 사람으로서, 지금 있는 회사에서의 '연봉인상' 또는 '연봉협상'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말들을 내 앞에서 듣다보니, '매년 연봉인상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동료들 앞에서 나의 과거들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종종 있었다, 여기서 조용히 고백해본다.


무엇보다 '연봉'이라는 것에 대해 호불호가 심한 것 같다. 누군가는 그 이상의 업무를 해내고 있는데도 오르지 않는 연봉에 불평을 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그의 반에 반도 하지 않는 역량에서 하방이 보존된다는 점에서 안정을 느낄 수 있다. 주식으로 치면 박스권이요, 어찌보면 나의 일년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이 계산된다는 뜻이다.


사실 가족 간병, 사업 실패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밑바닥을 기어본 사람으로서, 그 지옥 같은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서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게 딱히 없는 사람으로서, 아르바이트 또는 용역 일부터 시작한 사람으로서. 연봉이 주는 의미란 '감사함'에 가까운 것 같다. 단돈 얼마 그조차 없어 어두운 뒷골목에서 소외된 채 하염없이 좋지 않은 생각을 해본 사람으로서 연봉은 따스하다.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만난 지금의 회사에서 '연봉인상' 제의를 받던 날은 정신이 얼얼할 정도로 몇 초간 정신을 차리지 못 했던 날이 기억난다. 꼴에 아주 작은 사업체라도 사업 비스무리한 흉내를 내본 사람으로서 한 직원의 월급(연봉)을 주기 위해 대표와 경영진이 얼마나 많은 고독감을 가지고 있는지 먼 지척에서 공감할 수 있다. 좋지 않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당시 내가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편의점 도시락 하나라도 먹을 수 있는 날이면 입에 밥풀이 묻도록 행복에 치인 날이 생각난다.


주변에서 연봉인상을 제안해보라 한다. 하기사,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연봉을 받을 수 있어 또 감사해, 나의 현실을 잊고 일에 묻혀 살 수 있는 기쁨에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보니 감사하게도(?) 이런 말들이 나왔던 것 같다. 연봉인상, 나도 역으로 제안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겨울을 떠올리며 연봉에 감사해하는, 감정의 역설이 보란듯이 살아있다. 누군가는 그러겠지, 호구 여기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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