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때 아주 작은 습관, 퇴사 후 억대 자산이 되다

- 넥타이 부대? 월급쟁이? 쓸모없는 인생은 없다. 반드시 쓸모있다.

by 스톤처럼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프리 선언 후 나의 일과는 도보 0.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나만의 작은 서재'에서 시작된다. 책상 앞으로 커다란 창문이 있다. 날씨를 확인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불 정리를 한다. 할 일 목록을 확인한다. 커피를 마신다. 감사일기를 쓴다. 아주 짧은 명상을 한다. 책상에서 하는 일들을 마친 순간, 직장인 시절 사용하던 명함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다이어리를 확인한다. 아직 시간이 있다. 노트북을 켠다. 글을 쓰기 시작한다.




네, 저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목부터 무슨 말인지 싶은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프리 선언한 주제에 회사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니, 게다가 공짜로 얻었다니 이해하지 못하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공식적으로 퇴사하던 무렵,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고 이미 몰입하고 있던 상태였던 터라 '이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한참 해야 하는 일도 많고, 어느새 불안과 두려움은 나의 친구가 되어서 하루하루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말이죠, 어느 날 뜬금없이 '내가 부딪히고 깨지면서, 나름 지속까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20대 초중반 시절의 저라면 나약한 의지를 명분으로 내세워 '이쯤에서 그만두자'라고 포기하였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고꾸라질 수 있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리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일상은 아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글 상단에 있는) 루틴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뭐 그 구분이 없어진 지 좀 되었지만 말이죠.




자연스레 가장 최근에 다녔던 회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감사하게도 사람과 회사가 싫어서 그만둔 케이스가 아니기에, 회사에 대한 억한 감정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회사를 떠난 입장에서 '이제는 남이 된' 그곳이 생각나는 건 도통 적응되지 않는 발상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배운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것도 '월급'이라는 돈을 받으면서 말이죠. 특정 분야에서 사용되는 특정 기술을 배웠을까요? 그보다, 조금 더 상위 개념에 있는 것들을 공짜로 배웠습니다.




저는 배움에 있어서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드 스킬'이라고 칭하는 것은 (전문 자격증 등) 업무와 관련된 전문기술이고, '소프트 스킬'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와 관련된 마인드셋입니다. 프리 선언 후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하드 스킬'보다 '소프트 스킬'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회사에서 배운 '소프트 스킬'은 무엇이 있을까요?







1. 거절당하기



- 회사를 다니던 시절, 매일 출근하면 오늘 돌려야 하는 전화 목록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영업'은 아니었지만, '영업'과 유사한 업무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음성 전화를 통해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부탁하는 일은 그리 이상적이지 않은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상대가 전화를 받아주면 '그래도 통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라고 긍정하였습니다. 적어도 대화라도 나눌 수 있으니 1차적으로 안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의 거절에 대응하는 건 별도의 문제였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상대에게도 이득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수락해줄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화 상이지만) 문전박대당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가니 업무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거절' 속에서도 관계가 생기고, 상대가 나의 요청을 들어주는 일도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그다음 날에도 계속하여 상대가 요청을 들어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수차례 전화를 통해 가장 많이 변화한 것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어느새 '거절 전화'는 두렵지 않게 되었고, 작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매 전화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되, 망설이는 시간에 한 통이라도 더 많은 전화를 하려고 노력하였던 것 같습니다.




- 프리 선언 후 콘텐츠 발행 등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오니 매일 성적표를 받아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원하는 목표가 나오거나,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가끔 이 일에 대한 목적 (왜 내가 이런 일을 하는지 등)을 자문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의외로 도움이 되는 경험이 바로 (회사에서 겪었던) '거절당한 경험'이었습니다.



아, 바짓가랑이 잡고도 거절을 당해봤고,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설득의 반복을 통해서 '거절'을 '수락'으로 돌린 경험도 있는데, 내가 이렇게 무너진다는 게 말이 되나? 다시 정신 차리자.





2. 하루 돌아보기



- 신입사원으로 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을 무렵, 그룹 이인자 임원분의 강연을 들은 적 있습니다. 그때 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00 님께서 신입사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계신 습관이 있으세요?'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임원 분께서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항상 하루 일과가 끝나고, 퇴근할 때 자기 자리를 돌아봐. 무엇이 빠진 게 없는지 돌아보는 거야. 그게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이야'




그 질의응답 시간 덕분이었을까요? 남들보다 일처리가 빠르지 않고, 그렇다고 쉴 틈 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퇴근하느라 바쁠 때 '내가 일한 자리'를 돌아보는 것이 소소한 습관이 되었습니다. 습관이 들어도, 바쁘게 일하다 보면 깜빡하게 되는 업무들이 있습니다. (업무 스킵을 방지하기 위해) 오늘 해야 할 일이 정해지면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간략히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프리 선언 후 달라진 점은 그 누구도 저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계획해야 하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합니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야 합니다. 퇴사 직후에는 '나'를 믿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였습니다. 체계가 없으면 의외로 약해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전날 또는 당일 아침,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합니다. 아무리 피곤한 날이어도 '나의 고객'과의 약속은 어떻게든 지키려 하고 있으며, 나도 모르게 놓친 일이 없는지 돌아보고 있습니다. 사람은 실수를 하지만, 100% 완벽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니 일종의 자신감이 생기는 혜택은 덤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과의 일이 아니더라도,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도, 일종의 '약속'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약속을 놓치지 않고 매일 이행하고자 하는 태도.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는 그 회사의 임원 분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고 싶다. 정말로.






3. 본질에 집중하기



- 가장 최근에 다녔던 회사는 상당한 부분에서 뛰어난 분들을 인재로 보유한 회사였습니다. 단적인 예로, 외적인 세련된 모습과 지성을 두루 갖춘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에 반해, 입사 초기에는 (나에게는 없는) 그들의 조건들에 자격지심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모델처럼 잘 생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자타공인 지적인 면모를 뽐낼 수 있는 지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매일 마주하는 외적인 현실이 자연스레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고, 그들과 비슷한 레벨을 갖추고자 따라 하고자 노력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성 / 인성 / 외모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각자 맡은 바를 잘하는 것만이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이, 내가 맡은 바를 훌륭하게 해내어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이 '나'에 대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즉, 내가 맡은 업무와 역량,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방향을 갖게 된 것입니다.





무작정 외적으로 뛰어난 분들을 따라 하는 것을 그만두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면 할수록 '비교'하며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당연한 소리지만 성장하면 할수록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나만의' 본질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따라만 하던 시기보다) 그들과 자연스레 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 프리 선언 후 하나 깨달은 점은, '회사'라는 울타리보다 더 넓은 세상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더 넓은 세상이 가진 '빛'은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반면 '그림자'는 '비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나만의 기준이 없고 스스로 비교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였다면,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자주 더 많이) 무수한 대중과 비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물론 지금도 대중을 타깃으로 살피면 부러운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모든 것을 다 가진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회사에서 익힌) 본질에 집중하였던 경험을 떠올리며,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본질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죄 없는 비교는 그만둘 수 있으며, 나의 의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모델처럼 외모를 꾸미는 것이 '나의 본질'일까? 유명한 사람들을 통해 '척'하는 것이 의무인가?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잖아. 비교하며 낭비하는 시간에 해야 하는 게 있잖아. 오늘 네가 해야 하는 일이 있잖아. 집중해. 본질은 나에게 있어. 남에게 있는 게 아니라고.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공짜로 얻었던 소프트 스킬 3가지를 기록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할까 싶습니다.






글을 적다 보니 대학생 시절 인턴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는 하나라도 '하드 스킬', 즉 지엽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술을 배우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제는 그 기술이 업계에서 사용되지도 않을뿐더러, 인턴 하였던 회사에서도 사용하는지 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미 지나가버린 기술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에는 왜 그렇게 '하드 스킬'에 집착하였을까요? 아마도 사회초년생 입장에서 멋있어 보이는 기술이고, '그것만 익히면 그들처럼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라고 1차원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 돈까지 받아가며 익힌 '소프트 스킬'은 생생하게 기억에 남고, 지금도 태도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스킬이 돈벌이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만, 저는 '태도가 전부다'라는 말을 어느 정도 믿습니다. 매년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트렌드가 달라지는 시대에서, 영구적으로 남는 것은 (위에서 말한) 태도 또는 마인드셋 같은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직장을 다니느냐 vs 직장 안 다니고 창업하느냐'라고 조언을 구하는 분이 계시면, 만약 특별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면, 저는 '회사 생활'부터 하라고 감히 조언드릴 것 같습니다. 크든 작든 어느 회사에서 '맡은 업무' 관련하여 최정점을 찍어보면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것이야말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무 이력이 없는 분야에서 '소프트 스킬'을 적용하고 있는 저처럼 말이죠. 앞서 말한 것처럼 과거의 나에서 성장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멋있어 보이는 것'에만 집착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달라졌습니다. 퇴직금, 예적금 통장에 모아둔 돈은 의외로 빠르게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 익힌 습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근육이 붙은 것처럼 언제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되었습니다. 제가 죽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다면 나의 '소프트 스킬' 자산을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회사에서 치열하게 사는 직장인 모두 파이팅입니다.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 처절히 살아가는 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지금은 시간 / 에너지 낭비처럼 보이겠지만, 지금의 경험과 역량이 언젠가 사용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어른들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네요.




쓸모없는 인생은 없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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