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에 대한 다른 생각, 그거슨 동상이몽

- 시간을 짝사랑했건만, 현실에서 연인이 된 시간은 이상형과는 좀 달랐다

by 스톤처럼

퇴근만 했으면 좋겠다. 퇴근하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야. 퇴근 이후만 기다리던 시기가 있었어요. 퇴근이라는 단어가 있으니 당연히 회사에 다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하얗게 불태우고 근무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습니다. 운동도 좀 하고. 어제 미룬 유튜브 영상도 좀 보고요. 아마도 회사 이외의 모든 일이 포함된 시간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갈망하였어요.



지금 돌아보면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본 적이 있어서 공통점을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하나를 뽑자면 돈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이었어요. 그 쓰는 재미에서 고된 회사 생활을 견디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비한 무언가는 다음 날 수다 주제가 되기도 했어요. 소비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았고, 그런 시간이 다음 날도 있다고 생각했으며,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월급이 입금되니까. 걱정은 저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습니다. 퇴근 후 시계는 그렇게 흘러갔죠.



퇴사 직전에는 어땠을까요? 그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퇴사 준비생이었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퇴근 후에는 시간을 퇴사 이후 인생을 준비하는데 투자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성장한다는 감흥이 떨어지던 시간이 회사 밖에서의 삶에서 빛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만은 스스로 빛났습니다. 한편으로는 퇴사만 하면 무엇이든 다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었어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도록 제2의 인생을 준비하였습니다. 동시에 퇴사 이후 시간이 주는 새로운 삶을 꿈꿨습니다. 소비 항목도 좀 달랐습니다. 이때는 나와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배우고자 투자했습니다. 언젠가 저렇게 될 거야. 생각했죠. 하고 싶었던 게 많았습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역량도 업그레이드하며, 한계 없는 가능성으로 살아가는 그런 삶을 그렸죠.



퇴사를 했죠. 그리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합니다. 스스로 확신하고 있어요. 좋은 분들과 같이 일을 하고, 퇴사 준비생 시절과도 마인드적으로 다릅니다. 또 배우는 것도 예상과 다르고요. 만약 이직을 선택했다면 얻었을 것도 있지만, 반대로 지금 이 자리에서 배우는 것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망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시간입니다.



금전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오늘 하루 내 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주제로 전쟁을 치릅니다. 이 시간은 단순히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에요. 무엇을 사거나, 근사한 맛집에 간다거나, 아니면 힐링을 위한 시간이 아닙니다.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무엇이든 풀 때는 풀어야죠. 실제로 제가 많이 했던 것들이고요.



제가 원하는 시간은 바로 자기계발을 위한 것이에요. 시간 확보 전쟁은 이런 순서로 발생합니다. 우선 일을 많이 해요. 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시간 지나가는 속도가 정말로 빨라요. 최근에는 스타벅스 기프티콘 2개를 날린 적도 있었죠. 가서 먹어야지, 먹어야지 했는데요. 정신차리고 보니깐 기프티콘 유효기간이 일주일 정도 경과되었어요. 결국 스타벅스 커피 2잔을 날렸죠. 이런 일이 있고 나면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하든 이런 시간들은 꼭 확보해야겠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크게 보면 비슷한 순서대로 다시 시간 확보를 해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발생하죠. 그래서 가끔 스케줄이 비는 하루가 소중하기만 합니다.



예전이라면 외출은 돈을 쓰는 목적에서 사용하는 단어였다면, 요즘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하는 잡동사니 업무를 처리하는 스케줄입니다. '나갔다 올게'에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은행 또는 병원에 다녀오거나,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준비물을 구하러 가거나. 그런 날은 되도록 일찍 귀가하려고 해요. 단 1시간이든 2시간이라도 자기계발을 하려고 합니다. 바쁠 때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공부하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까? 이런 고민에도 지체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손에 잡으려고 합니다.



1년은 365일.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 사전적인 의미에서 시간이 달라진 것은 없는데 무엇이 이렇게 다른 시간을 쓰도록 만든 걸까요? 한때 퇴사만 하면 무엇이든 한다는 다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시간에 대한 의미가 참 다릅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다소 추상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해요.



그렇다고 무조건 비는 시간을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은 마음먹고 하루 종일 일정 없이 보내본 적도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았어요. 굉장히 무료하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평생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면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어떤 정신병이냐면, 몸과 마음이 둘 다 정상적으로 살아있는데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 지켜봐야 하는 그런 병이요. 시계 초침 소리만 듣고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는 규칙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면 사실 자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한때는 멍 때리기로 대회에 출전해볼까도 싶었는데 요즘은 좀 다르네요.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에 다닐 때는 유유자적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나 역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생각에 자신이 없습니다. 원하지도 않고요.



일을 하다가 부족한 부분을 여실히 느낄 때, 스스로 채우고 싶다는 마음. 그런 마음대로 별도로 시간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가장 빠른 방법은 아이러니하지만, 일은 일이지만 그런 시간조차도 나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은 일이지만 배우기도 하는 순간.



너무 실력이 부족하면 협업하는 사람에게 민폐가 되겠지만 적어도 그 시간은 일로서만 바라보기에는 그 시간의 가치가 정말 소중한 것 같습니다. 가끔 비는 하루는 그 시간을 위한 보강 훈련으로 보일 정도로.



오늘 글이 조금 길지만, 시간 얘기가 나와서 이왕 길어진 것 좀 더 길게 써내려 갑니다. 한 번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0세 또는 1세부터 인생을 시작했고, 어쨌든 시간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고 본다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다시 말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배움의 시간이 별도로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인생은 실전이라고 그 실전에서 끊임없이 배우는 걸까? 그리고 진짜 인생을 살아간다 의미는 무엇일까? 내 책장을 채우던 책들은 나의 인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것을 읽는다는 건 진짜 인생일까? 진짜 인생을 산다는 것은 그 책장을 나의 이야기로 채우는 게 아닐까? 비유를 하면 유명 작가의 책들로 내 책장을 채우지 말고, 내가 성장해 온 기록으로 가득 차 있는 클리어 화일로 책장을 채우는 게 아닐까? 인생은 이미 시작됐는데 과연 클리어 화일을 채우기 위한 여정을 준비하느라 너무 지나치게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닐까? 현재 여정에 뛰어든 상태에서 현재를 충분히 살아내는 동시에 다음 여정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ASAP. 비즈니스 메일에서나 쓰던 이 용어는 내 인생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ASAP = As Soon As Possible (가능한 한 빨리)



그 흔하디 흔한 클리어 화일이 타인의 책을 뛰어넘는 날이 오면 진짜 인생을 산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지금은 이런 생각에 대한 실마리를 모두 이해하지 못 하지만. 그렇게 축내던 시간이 몇 만 배로 귀중해지니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준비만 하느라 1년을 투자하였다고 해서 그 1년을 보장해 주겠다며, 100살 인생을 한 살 더해서 101살 인생으로 늘려준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해내야 하는 것이겠죠. 어쨌든 도달해야 하는 것이겠죠. 일하다가 생각나서 몇 자를 적었습니다. 다만, 다음에 비는 하루가 생기면 꼭 한 번은 더 늦기 전에 인생 방향성과 나의 색채에 대해 고찰하고 싶습니다. 하루에도 수만 번 바뀌는 게 사람의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따위 빈약한 생각이지만 생각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서 다행입니다. 브런치 채널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기록해두면 언젠가는 다시 보겠죠.




같은 시간에 대한 다른 생각, 그거슨 동상이몽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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