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서지사항: Simon Duffy, 'Deleuze and mathematics', Virtual Mathematics-the logic of difference(Clinamen Press, 2006), pp. 1~11
사이먼 뒤피(Simon Duffy)
이 논문집, 『잠재적 수학: 차이의 논리』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연구에 초점을 맞추어 새롭게 등장한 수학과 철학의 조우(engagement)라는 주제 안에서 이루어졌다. 들뢰즈의 수학에 대한 대응은 특정한 철학적 문제들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개념을 전개하기 위해 수학사 안에 대안적 경향들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대안적 개념사는 수학 학제의 몇몇 자기제한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으로서, 철학과 최근의 수학에서 좀 더 발전된 것들 간에 새로운 연결지점을 개척할 가능성을 제안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들뢰즈의 이러한 연구 내용은 들뢰즈 연구분야에서 작업하는 연구자들에 의해 경시되어 왔다. 이 논문집의 목적 중 하나는 수학과 들뢰즈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결정적인 약점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차이의 철학을 구축하고자 한 그의 기획과 그것의 몇몇 적용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 논문집의 기획은 들뢰즈 저작의 수학적 측면을 탐구하는 연구자들의 수가 증가하는 것과 맞물려 있으며, 그의 철학에서 수학적 활동의 핵심적인 역할과도 조우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최초로 시도됨으로써, 이 논문집은 들뢰즈 철학의 광범위한 영역을 탐구하려는 새로운 연구 조류에 하나의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들뢰즈가 이와 같은 연구에 개입한 유일한 현대철학자는 결코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이 논문집은 그의 저작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철학과 수학의 관계에 대한 이러한 들뢰즈의 대응들의 논리와 새로운 철학 개념을 구축하기 위해, 또는 철학과 수학 간에 새로운 조우의 선을 마련하기 위해 철학사와 관련하여 수학적 아이디어를 작동시켜 보고자한 다른 관련 논리를 표명하는 논문들로 범위를 확장한다. 여기에는 알랭 바디우(Alain Badiou), 질 샤틀레(Gilles Châtelet) 그리고 장-미셀 살란스키(Jean- Michel Salanski)의 논문이 포함되며, 미셀 푸코(Michel Foucault)와 장 카바이에(Jean Cavaillès)에 관한 데이비드 웹(David Webb)의 논문과 알버트 로트만(Albert Lautman)과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에 관한 샤를 알루니(Charles Alinni)의 논문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 한 권의 논문집은 질 들뢰즈의 연구작업을 직접적으로 표명하는 논문들과 그가 수학 분야의 발전과 철학의 담론 사이에서 탐색한 그러한 개입들에 집중한다.
수학에 대한 들뢰즈의 개입은 일반적으로 그리고 도식적으로 세 가지 서로 다른 특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들은 각각 차례로 서로를 함축하고 함축된다. 이러한 특성들 각각의 설명과 그러한 함축의 관계들 각각의 설명은 이러한 종류의 개입에 대한 합당한 이해를 전개하기 위해 요청된다.
1. 첫 번째 특성은 들뢰즈가 개입한 프로그램이나 수학 분야와 관련된 수학사 그리고 그것들과 연관해서 결정될 수 있는 수학사 안의 대안적 흐름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이러한 ‘역사들’이 학문분야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지배하는 기존의 (회고적으로 구축된) 수학의 역사에 대해 대안적인 흐름으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그 학문분야의 자기 구속적 제한을 돌파하는 문제의식 또는 수학적 문제에 의해 활성화되는 대안적인 계통 각각의 결정사항을 포함한다. 들뢰즈가 수학사와 그로부터 이끌어낸 수학적 문제의식 간에 설정한 긴장은 수학의 공리화된 집합론적 설명으로 기술될 수 있는 것과 수학에서 그와 같은 공리론의 틀 외부에 놓인 연구 프로그램이나 진보들 사이에 놓인 긴장에서 특별히 명확해진다. 예를 들면 여기에는 대수적 위상수학(algebraic topology), 위상이론(topos theory)와 미분 기하와 같은 몇 가지가 있다. 들뢰즈는 코필드(Corfield)가 규정한 ‘논리주의자의 관념’ 즉 ‘수학이 공리들의 집합에 관한 결론들을 탐구하는 것 너머의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포함하지 않는다’(2003, 23)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러한 집합이론적인 공리론과 그것의 규준 바깥에 놓인 수학적 문제의식 간의 긴장은 『천의 고원』(1987)에서 들뢰즈와 가타리가 왕립(Royal) 또는 주류 과학이라고 지칭한 것과 유목적 또는 비주류 과학이라고 한 것 사이의 관계를 규정함으로써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구분과 그것이 들뢰즈 철학의 발전에서 가지는 중요성은 다니엘 스미스(Daniel W. Smith)가 쓴 8장에서 설명된다.
그러므로 들뢰즈가 그의 전 저작에 걸쳐 탐구한 수학적 개입의 각각에 대한 이해는 특정한 수학적 문제의식(problematic, 문제틀)이 추출된 수학의 역사, 그리고 그것과 관련하여 전개된 수학사의 대안적 계통(lineage, 흐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한다.
2. 수학에 대한 들뢰즈의 개입에 있어서 두 번째 특성은 수학사에 있어서 이러한 개입(intervention)이 철학사과 관련하여 [수학의 역사가] 재설정되는(redeployed)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학사로부터 추출된 수학적 문제틀은 직접적으로 들뢰즈에 의해 철학사에 연관되어 철학적 문제틀로 재설정된다. 이것은 철학사의 대안적 계통과 대응하는 수학사의 대안적 흐름을 지도화(mapping)함으로써 성취된다. 다시 말해 이것은 두 흐름의 관련 역사들로부터 이끌어낸 수학적, 철학적 문제틀의 수렴점을 독립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수학적인 문제틀을 철학적 문제틀로 재설정하는 것은 들뢰즈가 철학사와 관련하여 도입한 전략 중 하나이다. 들뢰즈는 실재로 철학사로부터 철학적 문제틀을 추출하고 그런 후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기 위해 그것을 상호관계 안에서 또는 수학적 문제틀과 연관하여, 또는 다른 담론들로부터 추출된 문제틀과 관련하여 재전개하는데, 그와 가타리가 공저한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따르면, 이것이 철학의 임무이다.
3. 수학적이면서 철학적인 문제의식을 함께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는 것은 수학에서 들뢰즈의 개입이 가지는 세 번째 특성을 구성한다. [수학과 철학] 상호간의 관계에서 이 세 번째 특성의 함축은 수학사에 관한 들뢰즈의 개입이 차이의 철학을 구축하고자 한 그의 기획을 조력하는 방식으로 어떤 메커니즘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알랭 바디우가 철학을 수학적인 방식으로 구상하는 것과 관련하여 명확히 하는 바, 즉 존재론으로서의 수학의 근본적인 위상(2005)이라는 것과는 달리, 들뢰즈의 차이의 철학 구성에서 어떤 수학적 존재론의 역할이 처음부터 명확하게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은 다만 들뢰즈에 의해 그 자체로 확실히 기술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다. 바디우가 그의 사건의 철학에서 주로 활용한 것은 범주 이론(category theory)과 관련된 집합론인 반면, 들뢰즈가 주로 도입한 것은 대수적 위상수학, 함수분석(functional analysis) 그리고 미분기하이다. 수학의 존재론이라는 바로 그 질문은 수학적 문제틀과 특정한 존재론적 철학적 문제틀이 상호간에 함축된다는 사실을 요청한다. 이는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상호 종합’(reciprocal synthesis, 1994, 172)라고 규정한 바 있다. 바디우가 수학(또는 보다 특성화하자면 집합론을) 존재론으로 취급하는 것은 수학과 철학 사이의 이러한 종류의 상호함축을 이미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도식에 따르면, 들뢰즈는 결코 수학자로 불리워질 수 없으며, 또는 어떤 특정한 들뢰즈적 수학이 존재한다고 할 수도 없다. 다시 말해 특유한 수학적 문제틀에 들뢰즈가 개입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떤 특정한 전통이나 수학 학파에 스스로를 매어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와 가타리가 ‘“직관주의”(intuitionist) 학파(브로우웨르, 헤이팅, 그리스 불리강, 등등)’에 대해 언급할 때, 그들은 이 학파가 ‘직관의 환원불가능한 권리를 주장하거나, 심지어 매우 우아한 구성주의를 설명했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들과 내재적으로 공리론과 맞서는 문제의 계산에 속하는 어떤 개념을 전개하고, 다른 규칙들(특히 배제된 중간항[the excluded middle]과 관련하여)로 나아가기 때문에 수학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Deleuze and Guattari 1987, 570 n. 61). 들뢰즈는 문제 자체의 계산이라는 이 개념을 직관주의가 공리론을 반대했던 철학사의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수학적 문제의식으로부터 추론한다. 이때 그가 결코 직관주의의 원리에 스스로를 긴박하지 않는 수학사의 에피소드라는 영역에 관련하여 재설정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들의 계산이라는 논리(the logic of this calculus of problems)이다. 들뢰즈와 수학의 직관주의 학파와의 관계는 이 책의 11장에서 아덴 이븐스에 의해 다루어진다.
그러므로 들뢰즈는 수학사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특정 종류의 수학적 문제틀에 매우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이는 철학적 담론과의 관련 속에 놓인다. 그러므로 그는 철학사와 관련된 수학의 역사로부터 추출된 실재적인 수학적 문제틀 뿐만 아니라 수학적 문제틀의 발생 논리, 즉 문제의 계산이라는 것도 철학사의 맥락에 재도입한다고 이해될 수 있다. 이것은 게다가 차이의 철학을 구축하는 그의 기획 안으로 재배치된 철학적 문제틀을 발생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들뢰즈가 차이의 철학이 가진 한 특성으로서 철학적 문제의식의 발생논리를 결정하는 것은 철학사적 맥락 안에서이다.
들뢰즈는 수학 분과와 철학적 담론 사이를 탐색하는 어떤 적합한 개입의 사유를 드러내기 위해, 이러한 논리의 작동 메카니즘, 즉 수학 분과와 그로부터 이끌어낸 수학적 문제틀에서 결정된 바에 대한 설명을 요청한다. 이는 왕립과학과 유목과학, 공리론과 문제들 간의 관계에 관한 논리, 또는 수학사와 그것으로부터 나온 수학적 문제틀 간의 관계에 관한 논리와는 달리, 그와 같은 설명은 왕립과학이나 수학에 의해 공식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논리라고 하겠다. 그것은 오히려 유목적 과학의 발생 논리 자체이거나, 각각의 수학적 문제 자체의 발생이다. [또한] 이것은 왕립 과학이나 수학에 의해 형식화되지 못한다고 증명된 어떤 논리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이것은 그 논리의 역설이며, 그러한 학문분과들 안에서의 발전 또는 전이에 대한 특성화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리의 작동 메카니즘에 관한 설명이 7장에서 탐색되는데, 이는 미분 계산법의 역사와 관련되며, 11장에서는 아덴 이븐스에 의해 직관주의 철학에서의 무리수 개념과 연관하여 다루어진다. 이 논리, 즉 문제의 계산이라는 논리는 그러므로 단순히 왕립 과학과 유목 과학 또는 수학사와 연관된 수학적 문제틀 사이의 상대적인 차이로 특성화되지 않는다. 이것은 오히려 각각의 수학적 문제틀 자체의 발생이라는 바로 그 논리의 특성화이다. 그래서 들뢰즈가 차이의 철학을 구축하기 위해 사용하는 철학적 문제들을 생성하기 위해 철학사의 맥락에서 하나의 차이의 논리로 재설정하는 것이 이 논리이다. 이 논리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전개하는 것은 수학사에 대한 들뢰즈의 개입과 그의 저작을 통해 드러나는 수학적 문제의 활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것이다.
연구를 위해 요구되는 또 다른 중요한 특성은 들뢰즈가 철학적 담론과 반복 가능한 수학 분야 안의 발전들 사이에서 탐구하는 그러한 종류의 개입에 상응하는 어떤 방식이다. 들뢰즈가 수학 분야를 탐구하면서 수행하는 개입은 충분한가? 또는 이러한 개입들의 논리가 수학의 다른 발전들과 관련하여 다른 곳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이렇게 묻는 목적은 새로운 철학적 개념들을 구축하기 위해, 철학사와 관련하여 철학적 문제로서 직접적으로 재설정될 수 있는 새로운 수학적 문제를 특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마누엘 데 란다(Manual DeLanda)의 글은 문제발생의 논리가 심지어 어떤 공리론에 의해 특정 문제가 재전유된 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함으로써, 또는 실재로 형식주의가 성과들을 축적하고 확장했는데, 이러한 이후에도 이 [문제발생의] 논리가 수학 분야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함으로써 이 문제와 교전하는 이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이다. 데란다의 논문은 또한 수학분야의 결정적인 지점들 그리고 그에 따라 발생된 문제들의 탐구와 새로운 철학 개념의 창조를 위한 잠재력의 개방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따라서 이 방면에서 연구는 들뢰즈에 의해 활용된 수학적 문제들에 응답하여 수학에서의 보다 최근의 연구작업으로 나아간다. 하나의 문제틀로서 그것들의 지속적인 자격의 검사, 또는 그러한 문제들의 재전유 이후에 수학적으로 대체된 공리들. 이것은 새로운 수학적 문제틀을 정립하고 특성화하기 위한 것인데, 이때 수학적 문제틀은 철학사의 맥락에서 철학적 문제틀로 재정립될 수 있고, 이는 새로운 철학 개념을 세우기 위해 수학적 문제들의 수렴점을 고립시킴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발전 가운데 하나는 범주 이론인데, 이 프로그램은 수학에서 ‘지배적인 전통의 언어가 된 집합론을 극복하는 것’이다(Corfield 2003, 198). 범주 이론은 수학적 구조를 집합론의 공리로 환원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비록 범주 이론이 집합론의 역사적 과정에서 출현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집합 개념의 ‘범주화’는 어떤 기술적인 개량이라기보다는 수학에서의 근본적인 개념적인 변화를 드러내는 것이다(Robin 2004 참조). 사실 범주 이론은 집합론이 수학에서 어떤 대안적 통합의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잠재적 힘을 가진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다(Salnaskis 2002, 102 참조). 문제의 구성이라는 질문, 즉 아마도 범주 이론이 그러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바, 들뢰즈의 수학에 대한 개입은 이러한 방식으로 특성화될 수 있으며, 이는 다니엘 W. 스미스가 8장에서 다루고 있다. 범주 이론은 ‘대수적 위상 기하학(algebraic topology)의 프로그램 안에서 연속체 사상(寫像)(continuous mapping)을 연구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Corfield 2003, 198). [또한] 대수적 위상 기하학은 앙리 푸앙카레(Henri Poincaré, b. 1854-1912)에 의해 미분방정식을 질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들뢰즈에게 있어서 푸앙카레 연구의 이러한 측면에 대해서는 7장에서 취급된다. 대수적 위상기하학과 집합론적 위상학의 차이는 ‘후자가 ... 일상적으로 아주 흔한 논증과 공식이라면, 반면에 전자는 수학적인 이해방식의 진보에서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Macintyre 1989, 366). 들뢰즈의 작업은 수학 분야에서 그와 같은 변화에서 취합되는 수학적 문제들의 이런 저런 종류들에 개입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런 문제들이 어떤 범주론적 결정요소를 부여할 수 있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우리가 여기서 ‘잠재적 수학’이라고 부르는 수학에서의 혁신적인 차원은 이러한 종류의 문제들이다.
집합적인 연구 성과로서의 이 논문집은 들뢰즈의 수학적 개입의 세 요소들이 그의 저작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내고, 그의 철학이 수학분야와 철학적 담론 사이에 어떤 특정한 종류의 개입을 실행하는 바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 책은 이 둘의 관계를 하나의 새로운 이해로 부각시키려고 한다. 한편으로 두 분야 간의 차이를 인지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차이에 대한 좀 더 깊은 탐구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알랭 바디우는 철학과 수학의 관계에 대한 하나의 특성화를 제공하는데, 이는 들뢰즈의 작업에 집중하여 이러한 관계를 좀 더 탐색하기 위한 무대로 설정된다. 바디우는 철학의 두 가지 다른 스타일, 즉 ‘작은 스타일’과 ‘큰 스타일’을 구분함으로써 특정 종류의 상호관련을 방어하면서 시작한다. 철학의 작은 스타일은 ‘수학의 철학’을 특화하는 부차적인 역할이라는 상을 수학에 부여하는데, 이는 ‘과학사와 인식론’이라는 좁은 분야, 즉 분류와 역사화라는 두 가지 활동에 고착될 수 있다. 큰 스타일의 철학이란 바디우가 옹호하는 것으로서, 수학이 철학을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하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라는 것이며, 이는 철학적 질문이라는 익숙한 배치 안에 강제적(폭력적)으로 침입함으로써 수행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수학을 철학 자체의 필수적인 조건으로 생각하면서, ‘철학에 있어서 기술적인 외부이자 규범적인 내부’라고 본다. 바디우는 철학의 필수적인 임무가 이 큰 스타일의 새로운 항목[개념]들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질 샤틀레(b.1944-1999)는 수학, 물리학 그리고 철학 분야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와 그의 철학적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들뢰즈 철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샤틀레의 논문은 이전에 출간되지 않았으나, 뤼드 울름 출판사(Édition-Rue d’Ulm)에서 나올 그의 두 번째 논문집인 『운동의 문제』(Les enjeux du mobile)에 포함되어 있다. 이 논문에 대한 주석이 샤틀레의 책상에서 발견되었다. 이것은 그가 죽기 직전까지 무엇을 작업하고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이 주석은 샤를 알루니가 출판을 위해 편집하였으며 서문을 붙였다. 이 논문은 수리 물리학의 다이아그램[도상]에 대한 샤틀레의 근본적인 전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도상학’(diagrammatics)은 샤틀레와 들뢰즈 각자 연구의 수렴지점 중 하나다(Deleuze and Guattari 1987, 141-8 참조). 코필드(Corfield)에 따르면, ‘다이아그램은 단순히 고차원 대수학(higher dimensional algebra)의 어떤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하고 결과를 생생하게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2003, 254). 대수적 대상이 일단 우리의 위상학적 이해를 돕게 되면, 위상학적 대상은 비로소 대수적으로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위상학적 대상 자체의 투사[사영, projection] 또는 다이아그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수행된다. 샤틀레는 매듭이론(knot theory)에서의 특정한 예와 관련하여 그와 같은 도상학적인 함축을 탐색한다.
쟝 미셀 살란스키는 수학과 철학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면서, 하이데거적인 또는 현상학적인 이해 방식 사이의 양자택일로부터 그것을 떼어 놓는데, 그러한 양자택일적인 방식은 수학이 객체 너머에 수립된 것에 대한 어떤 이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며, 철학과 수학보다 철학과 논리학의 패를 더 선호한다. 살란스키는 들뢰즈가 논리적 개념보다 수학 안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될 만한 그러한 것, 즉 고전적인 의미에서 형이상학의 일반론을 제기함으로써 이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음을 고려한다. 살란스키는 초월적인 것에서 갱신된 개념과 관련하여 우리가 보다 칸트적인 방식으로 수학/철학의 쌍을 마찬가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예로 나아간다.
들뢰즈는 수리 철학자 알버트 로트만이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썼던 저작과 조우하는데, 그의 수학적 문제에 대한 논리와 해석에 대한 접근은 동시대의 많은 프랑스 수리 철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에 대해서는 샤를 알루니가 소개한다. 로트만과 뱌슐라르를 통해 알루니는 분석철학이 지배적이었던 발전과정에 대한 대안적 역사를 작성한다. 이것은 로트만이 특히 대칭/비대칭의 구분과 관련하여 이중성(duality) 개념을 전개하면서 수리철학의 탈실체화 과정을 실험한 바를 포함한다. 이 이중성의 전개는 바슐라르의 변증법적 초합리주의 기획과 연관되는데, 이는 과학적 사유의 발전과 변형에서 수학의 근본적 역할을 의미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웹은 푸코의 역사적 선험성(a priori) 개념을 쟝 카바이에의 작업에 관련시키면서 명확하게 한다. 카바이에는 푸코가 프랑스 인식론의 전통에서 탁월한 인물로 지속적으로 인용한 수리 철학자다. 웹은 역사적 선험성이 특히 현상학과의 대립지점에서 (푸코 이전에 이미 잘) 발전된 사유의 형식적 본성이라는 개념과는 적어도 거리를 두고 출현했다고 논증한다. 카바이에가 후설의 형식 존재론을 비판한 것은 수학의 이념을 어떤 전적으로 구분되는 형식 과학, 즉 초월적 주체도 경험적으로 파생된 주체에도 근거하지 않는 그런 과학으로 승격시켰다. 나아가 그것은 무엇보다 그 자체의 역사성에 의해 특성화되며, 이와 유사하게 주체의 역사성이나 어떤 형태의 문화사로 환원불가능한 것이다. 웹은 푸코가 카바이에의 부름에 응답한다고 보는데, 이때 카바이에는 개념의 철학에 기대어 주체의 철학으로부터 단절한 것이다(Cavaillé 1970). 이러한 경향은 20세기 후반기에 프랑스적 사유가 지속해 나갔던 여러 입장들이기도 하다.
사이먼 뒤피는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1994)에서 전개한 수학적 문제들 중 하나에 대한 역사적 참조점을 제공하면서, 이 문제가 들뢰즈 차이의 철학이 발전하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소개한다. 이 수학적 문제가 도출되는 수학사적인 에피소드는 계산의 역사고 그것의 다양한(대안적인) 발전의 선들(계보들)인데 이는 19세기 말까지 엄격한 대수적 기초를 놓았다. 논증은 1960년대의 집합론, 특히 논란이 많은 아브라함 로빈슨(Abraham Robinson)의 공리에서의 발전과정에 기초하여 구성되며, 정당화를 위해 계산의 선근원적(pre-foundational) 증명을 허용한다. 이는 수학과 잔여로 남은 계산에 대한 형이상학적 전개과정 간의 관계를 재도입할 수 있도록 한다. 적실하게 말하자면 이런 잔여는 엄격한 대수적 기초의 결정에 속한 결과이다. 뒤피는 들뢰즈가 미/분화(different/ciation)라는 형식으로, 즉 차이의 철학이 드러내는 어떤 관계 이론의 논리적 도식 안에서 전개된 차이의 논리를 규정한 것은 『차이와 반복』에서 그와 같은 논변의 전개를 통해서라고 논증한다. 이 논리적 도식은 들뢰즈의 차이의 철학과 그것이 관여하는 수학적 문제틀과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 중 하나를 제공한다.
다니엘 W. 스미스는 수학에 있어서 두 가지 다른 양상으로서의 ‘공리론’(axiomatics)과 ‘문제론’(problematics) 사이의 들뢰즈적인 구별의 본성을 시험에 부친다. 그는 이 두 가지 간의 근본적인 차이는 각각이 어떤 상이한 연역의 방법을 가진다는 것에 있다고 논증한다. 공리론에서 연역은 공리로부터 도출되는 정리로 움직인다. 반면 문제론에서 연역은 문제로부터 이념적 사고와 사건(ideal accidents and events)으로 움직인다. 이때 사건은 문제를 조건 짓고 문제를 해결하는 상례들(the cases)을 형성한다. 우리가 본 대로, 이러한 구별은 들뢰즈가 주류 또는 왕립 과학과 소수 또는 유목 과학 간의 구별에서 특성화한 구분이다. 스미스는 이러한 구별의 인식론적 존재론적 구별의 중요성을 들뢰즈 철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분석한다.
아덴 이븐스는 수학 개념을 지칭하는 상징들의 쓰임들을 탐색하는데, 그가 논증하는 바에 따르면, 이는 개념이 발생되는 문제적 이념(Idea)을 모호함에 처하게 하는 어떤 작용자다. 그는 수학에서 변환(transformation)의 본성을 증명하는데 기여하는 직관주의 수학의 명확한 역사를 사유하는데, 다시 말해 이것은 수학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가며, 새로운 것을 포함하면서 나아가는가를 사유하는 것이다. 반면 수학에서 형식주의와 실재론 학파들은 ‘무리수’를 효과적으로 중립화하였고, 이때 이들은 직관주의를 이런저런 형식주의 가운데 하나로 취급하였다. 직관주의는 브로우웨르(L.E.J Breuwer)가 이러한 [무리수에 대한] 해석에 도전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직관주의적 계산에서 무리수는 어떤 종류의 구축적이거나 발생적인 역할을 떠맡는다. 그러나 그와 함께 직관주의자들은 점차적으로 무리수를 다루는데 있어서 엄격한 형식주의자들을 형성시켰다. 세기 중반에 이르러 무리수의 발생적 성격은 다시 한 번 중립화되었다. 이븐스는 무리수의 이런 논리, 즉 구축적이거나 발생적인 역할은 어떤 특정한 공식화(formalisation)에 의해 마침내 재전유되고, 수학 뿐 아니라 다른 분야들에서 실행된 그런 종류의 변환을 성격지운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공하는 예는 음향학의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와 어떤 단독적인 음향의 정확한 결정요소가 가지는 문제적 본성이다.
아르카디 플로트니츠키는 들뢰즈의 철학과 버나드 리만(b.1826-1866)의 연구에 의해 구성된 수학에서의 발전들 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리만의 수학은 개념적(conceptual) 수학으로 간주되는데, 이는 그와 동시대에 경쟁하던 집합이론적인 수학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플로트니츠키는 또한 범주 이론이 집합론보다 리만의 수학적 프로그램에 훨씬 더 가깝다고 논증한다. 나아가 그는 사실상 대수적 위상기하학과 미분기하학에서 범주 이론이 파생되어 나왔으며, 리만의 연구를 뒤이어 [이 두 분야가] 발전되었고, 리만의 연구가 그것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다고 본다. 플로트니츠키가 들뢰즈 철학의 개념 건축술에 있어서 리만의 수학적 착상들의 함축을 살피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마누엘 데란다는 들뢰즈의 위상을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에 대한 일종의 예언자로 설정한다. 최근의 연구란 예컨대 바스 반 프라센 같은 분석적인 과학철학자들이 ‘위상공간’(phase space)에 대해 탐구한 것을 의미한다. ‘상태공간’(state space)이나 ‘위상공간’이라는 개념은 푸앙카레에 의해 개척된 미분방정식에 대한 시각적이고 기하학적인 접근과 관련 있으며, 지난 20년간 컴퓨터의 시각화 도구들의 활용에 힘입어 괄목할만 하게 발전했다. 데란다는 들뢰즈가 알버트 로트만의 연구로부터 도출한 존재론적 분석을 토론에 부친다. 로트만은 푸앙카레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반 프라센이 행한 분석에 대해 그것의 이점을 사유하면서 들뢰즈의 신-유물론적 철학에 대해 그 분석이 가지는 의미를 증명해 낸다.
로빈 듀리(Robin Durie)는 들뢰즈 철학에서 수학과 존재론, 또는 형이상학의 관계를 결정하는 문제의 역할에 대한 하나의 참조점을 제공한다. 그는 들뢰즈 철학이 출현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몇몇 개념의 영역이 탄생하는 장을 결정하는 수학적 발전계열을 윤곽 짓는다. 이것은 미분 계산의 발전을 포함하는데, 미분기하와 변수들의 계산이 발생하는 지점, 즉 n-차원의 공간과 다양체에 대한 리만의 혁신적인 작업, 푸앙카레의 위상학의 전개에서 비선형 미분 방정식의 질적 이론(qualitative theory) 그리고 이와 같은 발전의 최근 경향인 르네 톰의 붕괴 이론이기도 하다. 듀리는 이 각각의 수학적 발전들을 뒷받침하는 원리는 수학에 대한 이 이론들의 관계론적 접근이라고 논증한다. 듀리는 전진적인 관계들(forging relations) 의해 이러한 접근이 복잡성 이론(complexity theory)과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과학과 함께 존재하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철학을 위해 출현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