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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정 Cathy K Jun 21. 2020

회사다니면서 서비스 론칭하기 (1)

대충 힘들었다고 찡찡거리는 글

네, 드디어 론칭했습니다. 론칭한다고 한 날짜로부터 2주쯤 흐른 뒤에 공식적으로 대충 돌아가는 웹사이트가 나왔습니다. 네, 원래 그런 거죠. 1인 가정이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 가정이 무너진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제 꼴이 딱 그 꼴입니다. 1인 기업은 제가 일을 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아요. 그래서 이제야 론칭했습니다.


무너진 회사를 일으켜 세우느라 어깨가 빠지는 줄 알았다고요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는 지난 글에서 이미 밝힌 바가 있지만, 굳이 또 보여드리자면 대충 이런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하겠다고 마음먹은 게 약 두 달 전, 실제로 일을 하기 시작한 게 한 달 전쯤이니 실제로 론칭하는 데는 3주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역시, 사람은 생각보다 게으릅니다. 얕봐서는 안 돼요.


https://ivyathome.co

 (버그나 제안사항이 있다면 얼마든지 알려주세요. 버그당 500원.. 드립니다.. 대왕 버그는 1000원..!)


자, 간단한 사이트인데 도대체 뭘 하느라 브런치도 안 올리고 집에 처박혀 있었냐고요?

사실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면 이런 이미지인데..

생각보다 웹사이트에는 많은 수작업이 들어갑니다. 고스란히 저의 피와 땀이자 체력입니다. 원래 풀타임 잡도 있는데 이걸 투잡으로 하려니 정말로 제 몸이 후달리더군요. 장장 26살.. 버틸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몸이 약 2주 동안 튜터들 인터뷰하겠다고 밤을 수시로 새웠더니 아작나버렸습니다. 그 덕분에 코로나 핑계로 멀리했던 운동을 재개했어요. 안 하면 정말 제 가정이 무너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웹사이트를 론칭하는데 무엇이 필요한가를 설명하기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 지금 제가 론칭한 사업은 한 마디로 해외의 고급 튜터와 유학생들을 원격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입니다. 스타트업 냄새 한 스푼 끼얹기 위해 요즘 스타일로 웹사이트를 좀 영하게 만들고자 애를 써봤고요 (더 영하게 만들어줄 디자이너님 환영), 그렇다고 교육 사이트니까 너무 영하지는 않되, 적당히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그 사이 어딘가를 찾아 헤매느라 또 며칠이 지났답니다. 요즘 스타일에 맞게 섭스크립션 기반의 월정액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 상의 세련됨을 추구해봤습니다. (비단 트렌드 때문이 아니라, 섭스크립션이 사업주에게나 고객 모두에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이런 양방향 플랫폼 - 공급자(튜터)와 수요자(학생)가 만나는 온라인 공간 - 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측이 동시에 서비스에 올라타 주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런 일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수요자가 많아야 이 사이트를 믿고 사용할 것이고, 수요자 입장에서는 마찬가지로 공급자가 많아야 이 사이트를 이용하거든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눈치를 잘 봐야 합니다. 어느 쪽을 먼저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잘 대답해야 우리의 기업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어요. 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마치 이런 시나리오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과 튜터 사이에서, 어디를 먼저 찾아가야 YES를 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어요. 저는 이미 나이를 조금 먹어서, 막 대학에 입학하려고 하는 친구들 혹은 그 친구들의 어머님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풀이 없어요. 후배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 후배들 역시 어느새 나이를 먹었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깝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튜터 풀이었답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1단계. 튜터 구하기

그렇죠, 이 친구들에게는 우리가 빌 게이츠의 딸과 결혼할 거라고 먼저 얘기해줘야 돼요. 그럼 아무것도 없는 생판 남인 날 뭘 믿고 그렇게 해줄까요? 자, 뭔가 보여줘야겠죠. 아무것도 없는 내게 있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약간의 '말빨' 뿐이에요. 우리는 그것은 거창한 말로 청사진, 비전, 미션, 뭐 그런저런 멋진 말들로 이야기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초기 단계에서는 그저 망상증 환자일 뿐입니다. 우린 그런 나만의 망상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랜딩 페이지'라는 것을 만들어요.


메뉴에는 없지만 처음 만든 렌딩 페이지가 여기 있어요: https://ivyathome.co/blank-4 

초초기 단계에서, 아무것도 없는데 남을 설득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무기이자 양심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의 렌딩 페이지를 제작하는 데에는 하루 정도가 들어갑니다. 사실 실질적인 작업 시간이라고 하면 뭐 4시간 정도. 아이디어만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다면 금방 합니다. 예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는 해요. 문제는 이걸 가지고 이제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그러고 보니 렌딩 페이지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라, 처음 고객이 보게 되는 페이지인데요, 저는 뭐랄까 좀 더 서비스 스케치 같은 콘셉트 안이라는 개념으로 이야기를 해버렸네요.


어쨌든, 이렇게 '내가 무엇을 할 것이다' '어떤 서비스가 될 것이다'가 남들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가 되면 일단 기본은 갖춘 거예요. 이걸 가지고 어떻게 설득시키느냐는 또 다른 일이 됩니다. 처음에 이렇게 랜딩 페이지를 만들었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요.


일단 우리 웹사이트가 검색이 되려면 구글이나 여러 사이트에 등록하고, 키워드를 입력하는 수고를 거쳐야 합니다. (간단한 작업이지만 귀찮아요.. 다음에 소개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등록을 해도 정말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긴 골목 상권이거든요. 골목 중에서도 저기 안에 시골 다락방 3층쯤에 위치한 침침한 사무실에 불과합니다. 이런 골목 상권에 백종원 씨가 딱 와서 방송 한 번 딱 띄워주고 하면 참 좋겠지만 그런 일은 자연 발생적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이제 우리의 구성원이 되어줄, 미래 빌 게이츠의 사윗감들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합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다행이에요. 이 허접한 웹사이트에 오면 고객들은 실망만 할지도 모르니까요.


이제부터는 마케팅과 영업 그 사이 어딘가의 영역에서 우린 일을 합니다. 마케팅, 음 다 좋은데 돈을 태워 광고를 해도 보여줄 콘텐츠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영업에 가까운, 1:1로 가정 방문을 하게 됩니다. 그럼 우린 어디에 이 친구들이 살고 있을까 고민을 해야 해요. 제가 찾고 있는 것은 아이비리그 출신 튜터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1) 대학 커뮤니티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레딧, 단톡 방, 학교 게시판 등?

(2)???


일단 제가 처음으로 생각한 것은 대학 커뮤니티였어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레딧 및 학교 단톡 방을 뚫으려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았습니다. 페이스북 그룹들에 모두 가입하고 구인 글을 올려보기도 하고요, 레딧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학교 커뮤니티 학생 글들에 댓글로 스팸 도배를 해보기도 했어요. 결론은 페이스북 계정 일시 정지.. 학교 단톡 방은 뚫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부탁도 한두 번이기도 하고 친구들이 다 이미 졸업을 해버렸어..


그렇게 삽질을 삼 주 정도 했습니다. 구글 광고도 10만 원 정도 태워봤는데 듣도 보도 못한 클릭률 (0%대)와 CPC (클릭당 거진 1만 원꼴)가 뜨더군요. 역시 웹사이트부터 때깔이 좋아야 사람들도 들어오나 봐요. 개인적으로 구글 광고 기본 모드 (전문가 모드가 있고 기본 모드가 있습니다)는 정말 비추에요. 돈을 쓰면서 굳이 왜 이 돈 많은 기업에 기부를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내 마음이 아파집니다.


아아, 역시 안 되는 걸까요.. (1) 번에 제가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가 모조리 망해나가던 하던 차에 지인이 조언을 해줍니다. 다른 유사 서비스에서 초반에 링크드인으로 리크루팅을 했다더라고. 그리고 이 한 마디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링크드인에다가 회사 페이지를 만들고, 채용 공고를 만든 지 불과 48시간 만에 그 전 3주 동안 들어온 요청의 10배가 들어왔어요.


(a) 링크드인 회사 페이지 : https://www.linkedin.com/company/ivy-at-home/ 

(b) 링크드인 잡 공고 모습 (지금은 닫아서 볼 수 없어요)

(c) 열흘 동안 약 $163 썼습니다.

- 채용 공고를 내는 데에는 최소 $6달러부터 들어요

- 잡 공고로 지원은 48명 이상이 했습니다. 링크로 디렉트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테스트로 적은 돈은 아닐 수도 있지만 이걸 통해 느낀 건, 링크드인은 정말 최고라는 거예요. 첫 번째, 링크드인에 회사 페이지와 잡 공고가 있는 순간 사람들의 신뢰도가 확 올라갑니다. 브랜딩 효과가 어마어마해요. 두 번째, 들어오는 사람들의 퀄리티가 엄청납니다. 분야라던지 잡 디스크립션만 잘해두면 들어오는 사람들의 이력이 꽤 잘 맞아요. 교수님, 변호사, 현직 교사들이 대거 지원했답니다.


링크드인이 효과가 있는 것을 보고 실험을 하나 더 해봤습니다.


(d) 알바를 써서 링크드인에서 직접 리크루팅 하기

- 사실상 헤드헌터가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인데요, 잡 공고를 올려도 정확히 제가 원하는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효율이 떨어져서.. 결국 제가 실험 삼아 해 보았지만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이 이거였어요. 학교 후배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이런저런 조건의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라!라고요. 그렇게 이 친구들을 하루에 2시간씩, 5일 정도 부탁한 것 같고요. 총 300명 정도에게 개별적으로 친구 추가와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이 방법이 먹혀들어가서 결국  



약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대성공. 역시 찾으면 방법은 있어요. 안 된다는 건 아직 내가 방법을 못 찾은 것뿐이라니까요 ㅠㅠ라는 진리를 깨달으며 저는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참,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집에서 혼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돈은 나가고, 왜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데 답을 찾느라 끙끙거리는 시간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해변에서 모히또 하며 멋지게 인스타그램을 하는 그런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었지만 저의 5월은 이렇게 표독스럽게 흘러갔습니다. 이렇게 들어온 튜터들을 또 한 번 걸러서 면접을 잡고, 각자 30분~1시간 정도씩 면접을 약 50명 정도를 혼자 일주일 동안 봤습니다. 면접 프로세스를 만들고, 인터뷰를 만들고, 또 이 친구들을 종류별로 나누고 하는 작업이 또 머리가 아팠지만 그런 건 재밌었어요.


이렇게 뽑힌 친구들이 현재 홈페이지에 있는 30명이에요 ㅠㅠ 면접을 본 후에도 튜터 가이드북 및 내부 규정, 계약서를 직접 만드느라 (!!!) 또 다른 일주일이 갔답니다. 그렇게 6월 첫째 주가 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우리 사윗감을 구했으니, 예쁘게 꾸며서 빌 게이츠의 딸을 찾아 나설 차례입니다.


6월 둘째 주에는 웹사이트를 제대로 갈아엎었고요, 6월 셋째 주에는 광고를 설정했어요. 사실 별 거 아닌 과정일 수 있지만 다음 편에서 하나하나씩 조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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