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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정 Cathy K Jul 16. 2020

성공하는 창업가의 비밀

1000억 원의 자격 요건

오늘 아침에 업계 지인으로부터 아는 선배가 수 백억 원대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스타트업이 투자받는 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건만, 이 일이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그 스타트업이 가장 힘들었던 당시 내가 바로 곁에서 그 과정을 지켜봤었기 때문이다. 일 년 반 전, 나도 그 선배도 돈이 없을 당시에 나와 내 친구는 여행하며 잠시 그 선배 집에 묵었더란다. 그때 어찌 된 일인지 매일같이 전화를 했었는데, 전화를 할 때마다 여러 이야기를 들었었다. 이제 나름 성공한 입장에서 돌아보자면 모든 스타트업이 겪는 성장통 같은 거였지만, 당시에는 참 처절했던 기억이 난다.


"이거 하다가 잘 안 되면, 뭐.. 괜찮아. 그래도 엑싯(주로 대기업에 의한 인수, 기업 공개 혹은 보유 지분의 대부분을 판매해서 현금화하는 것)하면 내 동기들보다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누가 사준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지만.. 누군가는 사주지 않을까?"


"우리 도시에서 솔직히 생각한 만큼 트렉션(숫자, 지표)이 안 나오고 있어. 어쩌면 여기서는 희망이 없나 봐. 다음 달에 당장 다른 나라로 가야 할 수도 있어. 이렇게 성장이 안 되면 나는 다음 달에 바로 인도로 갈 거야. 인도에서 빵 터질 수도 있지 않을까?"


솔직히 말해서 그 스타트업이 그다지 나쁜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성장이 더딜 뿐. 이미 유수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나름 인정받고 있던 회사였다. 멋진 사무실과,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아늑한 집을 가지고 허쓸하고 있는 그분에게는 그러나 충분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고 대학에서 학생 회장까지 하며 승승장구하던 사람이었으니까. 동기들이 20대에 이미 대부분 연봉 4-5억을 찍고 있던 그들만의 리그에서 창업하겠다고 먼 이국으로 떠난 이 선배는 튀어나온 못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부모님부터 동기들에 이르기까지 쉼새 없이 두들겨 맞았겠지. 왜 그런 안전하지 않고, 멋없는 사업을 하냐며 말이다. 어떤 이들은 알게 모르게 무시했을 것이다. 내심 실패하기를 바라면서.


선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이야기가 흔한 창업가의 고난과 역경을 겪고 일어난 뻔한 레퍼토리 같아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안다. 그렇지만 정말인지 당시에 보기에는 처절하고 외로운 싸움이었다. 투자금은 떨어져 가고, 원하는 성장은 나오지를 않고, 경쟁자보다 잘하는 것은 없고, 꾸준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지만 잘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지옥 같은 상황. 희망은 있으나 정말 실낱같아서, 그걸 붙잡고 있는 게 때로는 멍청해 보이는, 무모한 도전 그 자체.


이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잡은 채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이미 대단한 사람이다. 사실 대서특필 되지 않을 뿐이지, 창업계에 있다 보면 또래 창업가의 자살이라던지, 행방 묘연, 혹은 타살로 추정되는 자살까지 다양한 비보를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본인 포함 수십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들에게 우울증은 기본이요, 성공까지 너무나 먼 길이 존재하는 스타트업의 death valley에는 정말로 사람의 목숨을 잡고 뒤흔드는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포기하는 사람과 나아가는 사람의 차이가 뭘까? 마음속 어딘가에 위치한 뿌리 깊은 허기와 욕망 같은 본능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릿'이니 의지니 혹은 '유 캔 두 잇' 무한 긍정을 외쳐대는 예쁜 말들은 전부 가짜다. 왜냐면 정말인지 빚만 은행 잔고에 수십 억이고 사업이 망해가는데, 진심으로 유 캔 두 잇 외쳐대는 건 이미 광기이기 때문이다. 미쳐야 성공한다는 건 아마 이런 상황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유 캔 두 잇이 정말 그렇게 믿어서 나온다기보다는, 그렇게 믿어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걸 죽어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 긍정을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상황. 그게 실제로 많은 창업가들이 처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도 처절하게 나아가는 그 어마어마한 힘은 본능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좋은 창업가가 흔치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그리고 모두에게 이런 식의 '창업' (소소하게 스토어팜을 운영한다던지 책을 판다던지 하는 것과 다른 결로 흔히 말하는 대규모 사업)이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창업가에게는 현실을 냉혹하게 판단하면서도 그 너머에 랄라랜드를 보는 어마어마한 망상력이 요구된다. '지금은 이렇지만, 이렇게 이렇게 하면 (사실 이 부분은 당장은 없는 경우가 많다), 다음에는 어마어마하게 성공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의 상상을 진짜라고 믿는 능력. 그리고 그게 가능 하라리라는, 맹신에 가까운 확신. 힘들 때 포기하지 않을 처연한 원동력. 이를테면, 열등감, 트라우마 같은 것들. 죽어도 이거 아니면 안 되게 만드는 것들이 필요하다.

눈 앞은 지옥인데 머릿속은 랄라랜드로 채울 수 있는 재주가 요구된다

위의 선배의 경우에는 그게 뭐였을까. 아마 이 것들이 조금씩 합쳐진 결과였을 것이다. 지금 당장 성공할 방도가 보이지 않지만,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성공으로 본인에 대한 믿음이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언젠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었을 것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해?' 이런 건방진 생각이. 그리고는 열등감과 조급함이 일부 일상에 스며들어, 조금 늘어지고자 할 때마다 채찍질을 해줬을 것이다. '연봉 4억짜리 동기들보다는 잘나야 해, 그들에게 내가 한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줘야 해'라는 말 못 하는 조급함 같은 것들이. 이런 생각들이 합쳐져서 치열함이 되었고, 처절하지만 매일 나아갔으며, 그것들이 지금 모여 새로운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선배가 큰 소리로 본인 생각과 마음을 공유해주는 비교적 투명한 사람이어서 그렇지, 다른 성공한 대부분의 창업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쳤으리라고 생각된다. 근거 없는 낙관과 계속 시도하는 힘. 결국 될 거라는 믿음과 포기하지 않아야 할 조금 찌질하더라도 확실한 '감정적인' 이유. (열등감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원동력으로 승화시켰다는데 다른 점이 있다.) 그 찌질하고 지난한 과정을 버텨냈기에, 나는 이 창업가라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이다. 내가 보는 '인간 승리'에 가장 가까운 일이니까 말이다.


포레스트 검프 같이 그냥 무조건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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