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정 Aug 24. 2020

제주에서 한 달 살기

노마딩하기 좋은 도시, 제주

숨 가쁘게 바쁜 서울, 그중에서도 손꼽히게 소란스러운 곳 - 강남역을 떠나 제주도로 내려온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자연과 도시가 섞여있는 섬

남들은 나더러 타고난 도시 사람 같아서, 절대 시골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지만 - 어릴 적부터 자연 속에서 뛰놀며 사는 삶을 진심으로 행복해했던 사람으로서 자연과 어우러져 살고 싶은 열망 같은 것이 항상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것 같다.

이런 뷰가 쭉 펼쳐져있는 섬

재택근무러인 탓에 강남역에 살면서도 매일같이 헬스장 - 집을 전전하며 잠에 들기 위해 누울 때마다 바다와 숲과 어우러져 사는 발리의 삶을 그리워하고는 했었는데, 코로나로 입국이 금지된 탓에 꿩 대신 닭으로 제주도로 내려오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관광 목적으로는 적어도 네댓 번은 왔던 것 같지만 이렇게 혼자, 바이크를 타고, 아무 일정 없이 살러 온 것은 처음이서여인지 이 작은 섬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왜인걸, 생각보다 제주도 이 녀석, 꽤 괜찮다. 바다도, 숲도 어디서나 30분 내로 갈 수 있어서 - 아니 보통 도심에서 10분 정도만 달려도 둘 중 하나는 갈 수 있으니까 - 자연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꽤나 추천할만한 도시인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해수욕장이 폐쇄되기는 했지만, 사실 제주도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작은 해안가들도 많고, 소소하게 등산할만한 오름들도 많다. 취향에 따라 골라갈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달까. 바이크 하나만 있으면 남북을 가로질러 서귀포/중문에서 제주시까지 1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으니까. 생각보다 크면서도 생각보다 만만한, 굉장히 귀여운 섬이다.


지나다니며 이런 뷰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거

오명가명 손을 이따금씩 흔들어주시는 라이더 분들과 함께 정신 잃고 해안가와 한라산을 달리다 보면 종종 어마어마한 뷰를 마주하게 된다. 말도 타고, 다이빙도 하고, 문어도 잡고, 파티도 하고, 모든 게 가능한 곳이라는 거. 도시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볼 수 있다.


디지털노마드 프로그램

운이 좋게도 이곳 스타트업 디지털노마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열흘 간 숙소를 제공받으며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내용이 꽤나 알찼다. 제주도에 이런 내용으로 정부가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다니. 편견 없는 힙한 대표님의 마인드와 실행력에 박수를 보내며 - (제주시는 더 적극 밀어줘야한다.)

깔끔한 서귀포시 넥스트챌린지 공유 오피스
문어를 잡는다던가 (해녀체험)
넓은 산악 뷰를 배경으로 요가를 한다던지
'변종의 늑대' 베스트셀러 작가님이 사인도 해주셨다
편견 없는 펍 네트워킹

오신 분들의 구성이 참 흥미로웠는데, 현재 디지털노마드로 살고 있거나 사는 것을 고려 중인 창업 씬의 분들이 대거 참여하셨다. '2030으로 이루어진 영한 스타트업 모임을 제주도에서'라는 마치 발리를 연상케 하는 조합이었다.



모두가 바이크를 몰고, 서핑이나 요가를 하며 자신만의 창업을 하는, 그야말로 젊은 힙스터들의 성지인 발리랑은 아직 결이 조금 다르지만, 한국에서 그런 장소를 하나 찍어 시작하게 된다면 아마 제주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짧은 한 달 살기 끝에 해본다. (사계에나 저지문화예술마을 쪽에는 이런 힙스터 둥지들이 일부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노마드 씬이 더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는데 앞으로 원격근무가 활발해지고, 제주도의 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좀 더 개발된다면 이곳도 발리처럼 언젠가 좀 더 힙한 젊은이들의 성지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서울과는 또 다른 색다른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마딩하기에는 꽤 좋다는 거.

한 달 살기 총평
- 액티비티를 좋아한다면, 자연을 좋아한다면 정말 추천하는 장소. 한국에서 갈 수 있는 가장 '한국답지 않은' 장소가 아닐까.
* 가격 : 거주용 집은 비싸지 않다. 보증금 0-300만 원 선에 한 달 월세 30-50이면 괜찮은 오피스텔이나 집을 구할 수 있다. 다만, 관광지로 가면 식비가 전반적으로 비싼 편이고 메뉴도 대부분 해산물로 만든 한식이라는 것 (강남 물가..)
* 액티비티 비용 : 아주 싸지는 않지만 비싸지도 않다. 서울이나 다른 유명 액티비티보다는 저렴한 편. 배낚시 같은 것들은 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 등산이나 서핑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 : 종류별로 바닷가와 오름이 갖춰져 있어서 끝도 없이 즐길 수 있다.
* 탐험할만한 자연 히든 스팟이 많다는 것 : 온갖 동굴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생태 군락지(?)와 동물들이 많은 것 같다.

- 제주 한 달 살기 집은 미스터멘션이나 당근마켓에서 구할 수 있다.


제주 삼 시 세끼: 어촌 편 (예정)

다음 달부터는 해안가의 작은 집을 하나 렌트해두었는데, 여기서는 본격적으로 꿈꿔왔던 제주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바로 앞이 한치 낚시 스팟이라 배가 고플 때 한치를 잡아먹을 수 있고, 돌담에 둘러싸인 작은 텃밭이 있어 소소하게 농작물을 재배할 수도 있다. 바닷가 옆에서 고양이 둘과 돌담집에 도란도란 사는 삶이라니, 이런 호사가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100억 벌면 뭘 할 거예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