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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정 Mar 20. 2021

앞으로 4년 안에 은퇴하는 법

자본주의의 시간은 불공평하게 흘러간다

시간이 과연 모두에게 고르게 존재할까?


이 순간에도 흘러가는 시간만큼 정확하고도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지만, 시간은 절대로 공평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그렇지 아니하다.


이 세계에는 지금 수많은 서로 다른 시간대의 사회들이 뭉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의 다양한 면모들은 단지 역사의 한 시점, 하나의 작은 사회와 매우 특정한 사회 구성원들의 신념, 행동 양식, 의식주와 문화적 기질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가 절대적 진리라고 여기는 수많은 것들 역시 지극히 한정적이고 일시적인 작은 내 주변 사람들 간의 암묵적 동의에 가까울 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여행을 하는 순간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니, 리조트로 가는, 한국말과 약간의 영어랄 것도 없는 단순한 몇 가지 이국적인 단어만 뱉으면 되는 편리한 허구적 관광 말고. 진짜 현지로 스며들어 그 곳에 삶의 뿌리를 박고, 하루하루 끼니와 처자식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마주하게 되면 -


우리는 종종 이질적이지만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일상에 감탄하고, 압도되고, 충격받고 마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작은 해변가 마을에 사는 나는 거의 이 동네의 유일한 한국인인데 (총 2명 있다) - 이 곳에서 사람들은 내 검은 머리를 신기하게 여긴다. 이곳은 동화 같은 곳이여서, 오렌지빛 지붕으로 둘러쌓인 작은 골목길을 걷다보면 종종 창문을 통해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들과 검은 고양이를 볼 수 있다.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이 작은 마을은 아직 발전하지 못한, 관광으로 근근이 먹고 사는 중소형 유럽 도시에 가깝지만, 이곳에서 단 1시간만 차를 운전하면 리스본이라는 세계에서 꽤나 유명한, 젊음과 문화의 도시에 당도하게 된다.


리스본은 나도 아직 자세히 탐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세계의 대도시는 대부분 서로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어디를 가든 Zara, H&M과 같은 상점들과 거대한 애플 스토어, 맥도날드, 버거킹과 같은 패스트 푸드점이 자리하고 있고 그 곳을 거니는 사람들은 왜인지 다들 바쁘게 휴대폰을 쥐고 어딘가로 향한다.


그러나 아는가, 이곳에서 또 한 시간만 아래로, 남쪽으로 향하게 되면 모로코라는, 아프리카라는 이국적인 나라의 한 작은 나라가 나오는데, 그 곳의 사람들은 끔찍하게 가난해서, 바다를 수영해서 건너 이쪽의 우유와 치즈가 풍부한 유럽 대륙으로 건너온다.


피부가 까맣고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 유럽은 최신 의료 체계와 풍부한 음식, 그리고 무료 기본 소득과 교육을 제공하는 선진국이며 그들에게는 목숨을 걸고 넘어올만한 유토피아와 같은 곳이다.


반면 한국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곳 유럽의 어떤 면모들은 미개하기 짝이 없다. 이 곳 포르투갈은 불과 지난 달, 병원이 없어 환자들을 비행기로 외국으로 싣어 날랐다. 이곳에는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앱도 아직 없고, 지역 상점에서는 마스터나 비자 같은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멋들어진 서울의 카페들과 풍성한 먹을꺼리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나름 유럽 관광의 성지인 이 곳에 제대로 된 카페 하나 없다는 사실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포르투갈은 2008년 대공황 이후 경제를 회복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이곳의 기본 소득은 약 월 50만원에 불과하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대도시의 탄생이라는 단순한 잣대 하나로만 이 세 지역 (포르투갈, 모로코, 한국)을 비교했을 때, 우리는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을 2021년이라 한다면, 포르투갈은 지금 한국의 2010년쯤에 와 있고, 모로코는 여전히 한국의 1960년대 즈음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본주의의 불균형; 시간의 공평하지 않음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이는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포르투갈에서 사는 한국 사람은 2021년의 한국 소득으로 2010년의 한국 물가를 살아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연스레 부자가 되는 것이고, 이곳으로 이주한 모로코의 가난한 노동 계급은 1960년대의 한국 물가로 2010년의 수십년의 인플레이션을 당겨서 체험하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높아진 삶의 수준과 물가를 체험하게 된다. 동시에, 상대적인 사회 최하위층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지리적 위치의 이동으로 우리는 한 마디로 자본주의의 다른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생성되는 상대적 빈곤과 부유함은 노력으로는 결코 따라잡을 없는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월에 세후 평균 500만원을 벌어들이는 27살 대한민국 국민인 내가 서울에서 은퇴하려면 최소 6억 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36살에야 비로소 은퇴할 수 있지만, 베트남 하노이로 은퇴하게 된다면 단 4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2025년에 은퇴할 수 있다.


서울에서 은퇴하기

은퇴 시기: 2030년

은퇴까지 걸리는 시간: +9년

은퇴 연령: 34살

생활비 월 200만 원 (전체 자산의 4%)

 자산: 6억 원

하노이에서 은퇴하기

은퇴시기: 2025년

은퇴까지 걸리는 시간: +4년

은퇴 연령: 29살

생활비 월 80만 원 (전체 자산의 4%)

자산: 2억 5천 만원

(빠른 자산 증식을 통해 이른 은퇴를 준비하는 FIRE 족의 계산법 : 월에 이자율만큼 증가한 자산만을 출금하여 생활할 수 있게 되면 은퇴할 수 있음)

전세계 도시별로 은퇴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는 웹사이트: https://nomadlist.com/fire


리모트 근무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인 이유, 그리고 디지털 노마드가 똑같은 돈으로도 더 잘 사는 이유는 삶의 지리적 제약이 없기 때문이며, 공간에 제약받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 뒤에는 사실 거대한 자본주의 원리가 숨어있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 모두가 시공간으로부터 보다 더 자유로운 삶을 찾기를 기원하며, 더 많은 디지털 노마드, 온라인 수익 창출, 해외 리모트 잡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면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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