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알바로 간간이 먹고살지만
요즘 나는 의외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지만 말이다. 과거 취준생 시절 상황과 지금 상황이 비슷한 거 같지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은 완전히 반대다. 취업 준비 당시엔 불확실성과 ‘늦음’의 두려움이 동시에 나를 짓눌렀다. 거기에 경제적으로도 계속 어렵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 맘 편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조차 나에겐 부담이었다. 그리고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은행앱을 열어 한참 동안 계산을 하며 한숨을 쉬곤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과금 내기 급급하지만 그래서 웃음을 잃은 적은 없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과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았기에 그걸 이루기 위한 과정이 그저 행복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자유로운 삶
솔직히 허상 가득한 신기루 같았다.
'과연 저게 가능해?'
'결국 겨울이 오면 배고픈 베짱이가 되는 거 아냐? 성실한 개미가 되어야 늙어서 고생 안 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가졌던 생각이다. 그때는 몰랐다. 내 시야가 정말 좁았었다는 걸...
자유로운 삶은 베짱이처럼 놀고먹는 것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고 개척해 나아가는 삶이란 걸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갑갑한 직장생활을 해보니 더더욱 간절해졌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마주하다 보니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직장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커져갔었다. 그러다 올해 여름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뒀다. 먼 훗날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지금 시점이 인생의 변곡점이 될 거 같다.
누군가는 그런다.
'좋아하는 일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것에 깊게 매달려본다는 것도 충분히 값지다고 생각한다. 한평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살다 인생을 마무리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나는 좋든 싫든 무언가를 할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해 왔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걸 제대로 매달려보고 싶었다.
이런 결단이 나에게는 파격적일 수 있다. 왜냐면 어릴 때부터 나는 항상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인생에서 성공하는 거라고 귀에 피가 나도록 듣고 자랐다. 어린 나이에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세상에 전부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고3 수능이 망했을 때 정말 인생이 망한 줄 알았고 시험을 못 본 것에 대한 자괴감과 앞으로 살아갈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질 인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펑펑 울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꼭 공부가 아니어도 꼭 대학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조건을 충족하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어릴 적 대학에 집착했던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재수를 한 것에 너무 후회했다. 어쩌면 가장 젊고 찬란한 1년의 시간을 좁은 강의실에서 모두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더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직장 생활이 아닌 자기 자신을 브랜딩 하여 수익을 얻으며 좀 더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정된 직장생활보단 저렇게 사는 것에 대해 크게 동경했다. 하지만 매번 생각만 하고 실행을 주저했었다. 그래도 10년 넘게 공부한 것이 아까웠고 무엇보다 4년제 대졸 학력을 포기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만 항상 간직만 했었는데 반복된 직장 생활의 피로감이 실행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던 거 같았다.
비록 지금은 첫걸음마 수준이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해야 하지만 이제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약 없이 맘껏 실행하며 살아가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아마도 나는 안정적이고 정답으로 정해놓은 길보단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삶이 맞았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내가 선택했지만 그 무엇보다 어렵고 험난한 길일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꾸준하게 나아가도록 매일매일 다짐하며 실행해야 한다. 그렇게 누리고 싶은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
해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하지만 해가 뜨기 시작하면 그렇게 짙었던 어둠은 빠르게 사라지고 활기찬 햇빛이 온 세상을 비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어둠이 보여도 포기만 안 하면 언젠가는 해가 뜰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 어둠을 버틸 수 있게 나는 하루하루가 다행히 너무 행복하다. 긴 겨울을 지나 활짝 필 꽃봉오리처럼 가슴속에 희망을 품고 오늘 하루도 꾸준히 나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