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배워가는 나트랑 한 달 살기 6

베트남 속 작은 유럽, 달랏을 가다.

by Walk홀릭


나트랑 한 달 살기를 계획했을 때 다낭처럼 근교에 가볼 만한 곳이 있을까 찾아봤었다. 무이네나 판랑이 인기지만 사막을 보는 것에는 크게 감흥이 없었던 나는 나트랑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달랏이란 곳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짐을 챙겨 며칠쯤 달랏에 머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해변가에서 보내는 지금의 느긋한 시간이 좋아 먼저 투어를 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저렴한 투어비용에 친절 가이드님의 안내를 받으며 버스에 올라탔다. 아침 일찍 출발한 탓에 가이드님의 첫 멘트와 함께 잠이 들어버렸다. 평소 버스에서 오래 잠들지 못하는데도 쾌적한 버스 덕에 3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잠들었고 눈을 뜨니 달랏 시내에 들어서 있었다. 가이드님의 첫 번째 목적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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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관광지인 린푸억 사원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트랑과 다른 선선한 날씨 덕분인지 벌써부터 달랏여행이 기대감이 커졌다. 내가 알던 베트남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지루하지 않았다. 달랏은 해발고도 1500m에 위치한 도시라 1년 내내 선선한 기후를 유지한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외국인보단 베트남 MZ세대들에게 핫한 여행지일정도로 베트남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살결에 스치는 쾌적한 바람과 함께 첫 번째 관광을 시작했다.


린푸억 사원은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외벽을 장식해 이국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냈다. 마치 방콕의 왓아룬 사원을 연상시켰지만 웅장한 왓아룬 사원과 다르게 린푸억사원은 좀 더 섬세했다. 30분간 짧은 시간 동안 꽃으로만 만든 불상, 순금으로 만든 거대한 불상 등 천천히 눈에 담았다. 눈뿐 아니라 사원에 퍼진 향과 탑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까지 온몸으로 느끼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30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아쉽지만 이런 부족함이 다음 방문을 기약하게 하는 만든다고 생각해 미련 없이 떠났다.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전, 전망 좋은 카페에 들러 달랏 특산 커피를 마시며 잠깐 쉬었다. 고지대에 선선한 날씨 덕분에 달랏은 커피가 유명하다고 한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맛을 디테일하게 구분할 정도로 식견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달랏에서 마신 커피는 향과 맛이 평소에 마시던 아메리카노와 굉장히 달랐다. 좀 더 진하고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산미가 있었다. 평소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즐겨마실 수 있을 정도였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이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바쁘게 사진을 찍고 있을 때 그들과는 떨어져 오롯이 달랏 시내를 보며 기억에 남기고 있었다. 바쁘게 무언가 하는 것보단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순간을 기억에 담으려 했다.


'남는 게 사진만은 아니니까'


KakaoTalk_20251208_171119729_26.jpg 달랏역


달랏역 쪽으로 들어서자 내가 알던 베트남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펼쳐졌다. 마치 작은 유럽의 도시에 온 기분이었다. 유럽풍 건축양식에 베트남의 특색이 어우러진 건물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날씨도 선선하고 처음 보는 풍경들을 눈에 담으니 걷고 싶은 충동이 커졌다. 어느새 나트랑은 잊고 달랏의 매력에 조금씩 빠지고 있는 게 아닐까?


역 앞 작은 정원을 한 바퀴 돌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것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잠시나마 과거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 천천히 그 시대의 모습을 상상하고 싶었지만 투어의 특성상 이런 여유는 느끼지 못하기에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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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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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다이 궁전


이후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크레이지 하우스와 베트남의 마지막 황제 바오다이의 여름 별장인 바오다이 궁전을 차례로 둘러봤다. 여행지마다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사진을 찍으며 언제 시간이 그렇게 갔는지 몰랐는데 밝았던 하늘이 노을로 접어드는 것을 보고 나서 이제 투어의 마무리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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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에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답게 노을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어둠이 밀려왔다. 마지막 일정인 야시장에 도착하니 각종 특산품과 값싼 의류가 즐비했다. 시장을 천천히 걷다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니 아래의 북적임과 달리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독특한 달랏만의 건축물들이 둘러싸인 시장의 모습은 광장을 연상케 했다. 이곳의 명물인 아보카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달랏의 야경을 기억에 새겼다.


되돌아가기 전 너무 아쉬웠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달랏을 걸어보며 진짜 달랏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던 낯선 이곳의 이색적인 풍경에 매료되어 좀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이 커져갔다. 나트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달랏에 머물 숙소를 예약해 버렸다. 다시 방문하면 특정 관광지만 빠르게 다니는 여행이 아닌 천천히 걸으며 진짜 달랏의 모습을 기억에 간직할 예정이다. 며칠 뒤 다시 만날 달랏의 모습에서는 어떤 매력을 뽐낼지 기대하며 알찼던 투어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