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아름다운 장소들 둘러보기
잠을 자는 거조차 아까웠는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깼다. 창 밖으로 은은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조식을 먹으러 버기를 불렀다. 시내로 나가지 않는 한 리조트 외에는 식당이 많지 않아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점심은 간단히 간식으로 때우기로 했다.
버기 위에서 아침의 신선한 공기 쐬며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좁은 길이었지만 버기로 구석구석 이동이 가능했다. 지난번 휑하던 모습과 달리 부드러운 조명 아래 다양한 음식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헤비 하지 않은 음식들과 유기농 과일을 착즙 한 주스. 아침치곤 많이 먹었지만 속이 부담되지 않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개인적으로 한 달 동안 먹었던 조식 중 이곳이 가장 좋았다. 저 멀리 보이는 호수와 주변의 소나무 숲들을 바라볼 수 있게 위치한 레스토랑의 위치와 뷰도 음식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데 한몫하는 거 같았다.
둘째 날 원래는 리조트에서 온종일 휴식을 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숲 속 곳곳에 숨어 있는 매력적인 장소들을 안 보면 아쉬움을 남길 것 같아 짧게 나가보기로 했다. 오전에 가볼 곳은 다딴라 폭포다. 세계 최장 길이의 루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베트남 MZ 세대에게 핫한 여행지라고 한다. 숲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리조트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다행히 그랩이 금세 잡혀 편하게 이동했다.
폭포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지만 나는 가장 인기 있다는 루지를 타고 폭포로 향했다. 다낭에서 탔던 감질나는 루지와 다르게 확실히 길이가 길어 속도감을 즐기기에도 충분했고 훨씬 재밌었다. 루지 종착지에서부터 보이는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와 묘한 청량감을 불러일으키는 폭포소리. 포토 스팟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건지기 위해 줄을 길게 서있었다. 나는 줄을 서기보다 벗어난 자리에서 시원한 폭포의 느낌만을 최대한 사진에 담기 위해 열심히 카메라 화면을 보며 사진을 다양하게 찍었다.
폭포 주변은 크지 않아 폭포 하나를 보고 즐기기 적당했고 몇 가지 마실 것을 파는 가게와 기념품 가게가 전부였다. 나는 폭포 옆 벤치에 앉아 리조트에서 보던 숲과는 또 다른 매력을 눈으로 담으며 힐링했다. 소나무 숲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도 둘러싸인 숲이라 한층 더 울창했고 숲의 깊이가 더해졌다.
리조트로 돌아오니 숲 사이사이에 햇살이 드리워져 있었다. 전날의 흐린 날씨에서 오는 운치와는 또 다른 싱그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같은 장소가 날씨 하나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이곳에선 지루함이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부드러운 햇빛을 맞으며 다시 한번 리조트를 천천히 걸었다. 가벼운 산책 후 숲 속 풍경이 그대로 보이는 공용 거실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 좋은 곳에선 시간이 유독 빨리 흐르는 것일까. 야속하기만 했다.
리조트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었다. 리조트에서 약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독특한 조형물들이 있는 공원이 있는데 해가 지기 전 자전거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구불구불한 길에 화물 트럭과 대형 버스가 간간이 지나가서 조금 위험했지만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거니 조심히 페달을 밟아 나갔다.
입장료가 제법 비쌌고 공사 중인 구간이 많아 실망할 뻔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조형물이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볼거리가 많았다. 뜬금없는 위치에 있는 관광지 느낌이 아닌 숲과 호수를 배경 삼아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었고 천천히 둘러보니 생각보다 시간도 꽤 걸렸다. 아직 미완성 단계이지만 완성되면 시내에서 그랩을 타고 와도 볼 만한 장소가 될 것 같았다.
조형물보다 더 좋았던 건 가까이서 호수였다. 잔잔한 물결과 고요한 풍경이 이국적인 호수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이미 호수 앞 의자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서양인들을 보니 그 감동을 나만 느낀 게 아닌 거 같았다. 언제 노을이 지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호수를 보며 사색에 잠겼다. 시간이 되면 마지막날 아침에 체크아웃 전 다시 한번 와서 그 감동을 느끼리라 혼자서 다짐하며 어두워지기 전 리조트로 돌아갔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야속한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마지막날의 어둠이 예외 없이 찾아왔다. 어제 다짐했듯 오늘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야외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직원에게 야외 테이블을 부탁했다. 비가 오지 않아 저녁 식사를 하기엔 기온이 괜찮았다. 실내보단 야외가 식사의 기분을 한층 더 끌어올렸고 고요하고 포근한 저녁의 분위기를 음식과 곁들이기 좋았다. 마치 어릴 적 상상했던 동화 속 풍경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날인 만큼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켰다. 버섯 샐러드, 두부 커리, 바질 파스타, 양갈비 스테이크까지. 하나같이 자극적이지 않아 끝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곁들인 와인과 함께 천천히 아쉬운 마무리를 준비했다. 더욱 깊어가는 어둠 속에서 여자친구와 리조트에서 보낸 이틀을 떠올리며 이곳을 머릿속에 새다. 언젠가 또 여유가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떠오를 장소가 되었다.
아쉬움을 곱씹으며 늦게 잠들었고 이내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내 아쉬움을 공감하는지 숲에는 잔잔한 비가 내렸다. 신선한 조식을 든든히 먹고 체크아웃 전 산책을 하려고 했으나 산거머리에 물리는 바람에 어제 다짐했던 호수는 결국 가지 못했다. 지혈을 하면서 널브러진 짐을 싸고 나서야 행복했던 리조트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탁 트인 바다에서 여유를 배우기 위해 온 베트남에서 숲의 매력을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홧김에 시작한 달랏의 짧은 여정에서 잊지 못할 첫 추억을 남겼고 그중 만난 이 리조트는 나의 인생 리조트가 되었다. 리조트의 여운을 가슴에 담고 이제 달랏의 진짜 모습을 보러 시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