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여유를 아는 사람들 속에서...
한결같이 비추는 햇살이 다시 저 물때쯤 나는 여유롭다고 느끼기엔 아쉬운 짧은 여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돌아간다면 다시 치열한 일상의 반복을 겪게 된다.
‘어차피 또 마주칠 일들인데 왜 미리 걱정하지?’
오늘만큼은 기다림 없는 오늘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베트남 좁은 골목 반미집. 좁은 골목안쪽으로 들어오니 보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작은 터전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익숙한 공간이지만 나에게는 더 넓은 시야를 만들어주는 작은 조각이었다.
좋은 곳에 올 때마다 생각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하는 작은 선물조차 작은 여유에서 오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타인을 떠나온 길 위에서 오히려 소중한 존재들이 더 또렷해졌다.
‘사람에게 치이고 싶지 않아 도망쳤는데 결국 내 안엔 사람이 남아 있구나’
점점 진정한 여유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 거 같지만 완전히 느끼기엔 아쉽게도 여행이 너무 짧았다...
여행 기간 동안 거의 호텔 수영장에 있었지만 마지막인 만큼 미케비치 해변가 선베드에 앉아서 여유를 찾아갔다. 눈을 감고 산뜻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역동적으로 몰아치는 파도 소리에 잠시 집중하며 머릿속을 비웠다.
다시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니 한시장 풍경과 다르게 자유롭고 여유롭게 미케비치를 즐기는 백인들이 많았다. 아마도 대부분이 유럽인들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 풍경이었다. 저들은 어떻게 여유를 진정으로 알고 즐기고 있을까. 작은 타월 위에 누워 책을 읽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만 있거나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바다에 들어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맞거나. 여유란 저렇게도 저절로 몸에 스며드는 걸까? 참으로 부러웠다. 나는 내내 치열하게 살아왔고 그것만이 정답이라 믿었는데... 물론 내 인생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단지 지금은 그 생각이 조금씩 흔들릴 뿐이다. 그저 바라만 봐도 여유로웠던 해변가에서의 시간이었다.
공항에 가기 전 머무른 호텔에 위치한 루프트탑 바에서 칵테일 한 잔을 하면서 밝고 화려한 다낭의 야경을 구경했다. 잔잔한 재즈음악과 이파리를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다낭에서의 아쉬운 마무리를 맞이하고 피곤함과 아쉬움을 가진채 새벽 항공기를 타러 공항으로 이동했다.
항공기를 타기 직전까지 그렇게 졸고 있던 내가 항공기 안에서는 왜 이리 잠을 설치는지... 어느 정도 지났을까 하늘에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직접 겪고 느낀 여유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마음속에서 ‘뭔가 해야 하지 않나?’ 초조함이 자꾸 피어올랐다. 내가 생각한 여유는 무언가를 하더라도 시간의 '강박'에서 벗어나고 꼭 해야 한다는 '집착'을 떨쳐내는 것이다. 아직 나는 여유에 대해서 완전히 알진 못하지만 이번에 작은 한 조각을 내 손에 쥔 기분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진정한 여유를 찾기 위해 다시 돌아오길 약속하며 행복한 다낭 여행의 마침표를 찍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