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디지털 노마드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이곳은 나의 새로운 일기장이 될 예정이다.
그야말로 뜨겁게 떠오른 단어, 디지털 노마드.
하지만 이제는 흔해진 이름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는 인스타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에서도 해외에서도 놀면서도 여행하면서도
패시브 인컴이 술술 흘러들어오는
그런 멋진 디지털노마드는 아니다.
어쩌면 시간에 맞춰 노동력을 제공하며 살아가는,
조금은 촌스러운 디지털 노가다꾼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든 살아갈 수 있다’는 자유만큼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나를 처음으로 ‘나’로 만든 순간
학생이라는 이름표를 내려놓고
처음 나를 자각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강사라는 직업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늘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그 순간, 비로소 나 자신을 조금씩 알게 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디지털 노마드,
그리고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렇게 나를 인정하기까지는,
사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몸과 마음이 병들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한 곳에 꽤 오랜기간 메어있었고,
여러 스트레스로 쓸데없는 물건을 사고, 아까워서 버리진 못하고 쟁여놓는 맥시멀의 대명사였으니까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수많은 변화가 있었고,
또 그만큼의 선택과 고민이 있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그 기록이 작은 위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나는 키보드를 두드린다.
모든 것의 시작, 10년 전 퇴사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은 10여 년 전,
회사를 퇴사하고 떠난 유럽 일년살기에서 시작되었다.
어학연수와 여행을 동시에 품었던 그 여정은,
내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
요즘 유튜브를 켜면 흔히 볼 수 있는 영상들.
“퇴사 후 세계여행”
“나 홀로 1년간의 유럽 생활”
나는 그걸 이미 오래전에 해버린 셈이었다.
운 좋게도 나와 비슷한 선택을 한 사람들을 만났고,
우리는 함께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즐거운 1년을 보냈다.
그때의 나는 디지털 노마드는 아니었다.
단순히 모아둔 돈을 쓰며 자유를 누렸던 여행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시절 나는 깨달았다.
생각보다 세계여행은,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 많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일상으로, 그리고 또 다른 갈림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각자 원래의 자리로 복귀했다.
집을 사고, 아이를 낳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그 모습이 기특하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나 역시 다시 현업으로 돌아가 2~3년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휴가가 오면 언제나 혼자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수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을 만났다.
그들의 삶은 낯설고도 매혹적이었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해도 괜찮을까?”
머릿속에서 질문은 늘 맴돌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30대 중반, 마지막 기회처럼 다가온 시간
그리고 찾아온 30대 중반.
나는 이 시기가 아마 커리어 전환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나를 움직였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의 기록을 이곳에 남기려 한다.
앞으로 이곳에는 내가 겪어온 여행의 순간들, 노매드로서의 일상, 그리고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작은 이야기들이 채워질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같은 길 위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내 경험이 조금은 따뜻한 불빛이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