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사막생활 2
외국여행이나 외국생활에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생활이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심한 내 성격 탓인지 특별히 한국음식이 그리워 외국생활이 힘든 적은 없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렇게 그렇게 먹고 생활하고 지낸다.
피자는 내 돈 주고 절대 사 먹진 않지만, 또 있으면 그렇게 맛있게 잘 먹는다.
김치도 그렇게 그리운 건 아니지만 , 또 있으면 그렇게 맛있게 잘 먹는다.
대부분 외국살이의 힘듦 요인은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외로움...?
(그런데 이 외로움이라는 것은 한국에 있을 때나,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으나 갑자기 예고도 없이 훅훅 찾아오는 거라 내가 지금 외국생활 중이라 유독 더 외롭고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사우디에 오고 나서 유독 내 시간이 많다.
그래서 "그렇게 그리운 건 아니지만, 있으면 너무나 잘 먹는 물김치"를 만들어 보았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물김치를 이곳 사우디에서.. ㅋㅋ
(조만간 김치도 만들 예정이다.)
레시피는 검색창에 "물김치 만들기"를 치니까 수많은 정보들이 흘러나왔다.
그중 가장 간단하고 빠른 레시피로 골라보았다.
한국 배추는 구하기 힘들어 일단 배추처럼 생긴 아이들을 모아보았다.
한국 배추의 미니미 사이즈이다.
배추를 깨끗이 씻어 볼에 담고, 소금물을 배추가 잠길 정도로 부었다. 소금의 양은 적당히 짜게... ㅋ
배추 이파리가 얇아서 소금물에 2-3시간 정도 담가 놓으니 적당히 숨이 죽었다.
배추가 숨이 죽을 동안, 양념에 필요한 과일 육수, 그리고 찹쌀풀을 만들었다.
과일 육수 : 파, 사과, 양파를 썰어 넣고 물을 넣어 1시간가량 끓였다. (과일 색깔 청량하다 ㅋ)
찹쌀풀 : 찹쌀가루를 구하지 못해 밀가루 풀을 만들었다. 밀가루 몇 스푼 + 과일 육수를 넣어 약한 불에 5분 정도 끓이니 걸쭉해졌다.
물김치 속 양념 :
파, 양파, 당근 먹기 좋게 썰기
다진 마늘 + 다진 생강 + 밀가루풀 + 고추
배추 절일 때 쓴 소금물 + 생수
과일 육수가 끓으면 좀 식히고, 그동안 소금물에 절인 배추는 채에 걸러 물기를 뺀다.
소금물은 간이 싱거우면 더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버리지 말고 둔다.
과일 육수 + 소금물에 절인 배추 + 속 양념을 골고루 썩는다.
간을 보고 조금 싱거운 거 같으면, 배추 절일 때 쓴 소금물을 조금씩 첨가하면서 맛을 본다.
이렇게 하여 영롱한 물김치가 완성되었다. 정말 물김치 비주얼과 스멜이다!
상온에서 3시간 정도 두었다가 바로 냉장고에 넣었다.
요즘 요긴하게 잘 먹고 있다.
K-pop에 이어 K-food도 대세인데, 친구들한테 나눠주니 맛있게 잘 먹는다.
그리고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한 거 같아 뿌듯 ;)
# 생각한 줄
물김치를 만드는 동안 엄마가 만든 물김치 생각이 많이 났다.
그것도 매년 봄과 초여름에 만드는 돌나물 물김치.
항상 다 만들고 난 뒤, 냉장고에 넣기 전 뜨뜻미지근한 상태에 나보고 맛을 보라고 한다.
맛보는 게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알았다고 대충 대답하고 못 이기는 척 맛을 본다.
냉장고에 들어가기 전의 그 뜨뜻미지근하고 짭조름한 상태의 돌나물 물김치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