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를 떠나온 2년의 시간

숨을 다시 고르고 차분히 ...

by 노마드키미

크루즈를 떠나온 2년의 시간과 지금


아주 오랜만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타자를 두드린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어떻게 뭐부터 써내려 가야 할지 모르겠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국을 떠나 외국인들 사이에서 공부하고, 소통하고, 일을 하며 지냈었다.

그러한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내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사라졌나 보다.


한국에서도 완벽한 한국인이 아니고, 외국에서도 완벽한 외국인이 아닌

그 중간쯤에서 여기에도 끼지 못하고, 저기에도 끼지 못하는 "이 방 인"인 거 같다.


내가 원해서 크루즈로 돌아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한국에 있는다고 해서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그렇게 외국생활을 접고, 한국에서 지낸 시간이 정확이 2년이 지나가고 있다.

나 역시도 그동안 내적으로 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1. 지상에서 크루즈와 관련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였다.

- 사업과 동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물론 배우고 있는 부분도 많지만 그로 인해 받은 상처와 힘듦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항상 자유롭게 다니고 나의 의지와 의식대로 움직이고 행동한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내가 사업을 시작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사업은 절대 혼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손을 잡고 발을 맞추어 함께 나가야 한다는 거다. 나의 순수한 민낯을 드러낼 시 그걸 순수하게 받아주는 사람 대신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씁쓸하다.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2. 미용(헤어)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 모든 걸 내려놓고 흘러가는 데로 천천히 지켜보고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될 듯한데, 내 나이 30 중반에 나는 또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였다. 호주에서 미용(피부)을 배웠고 그 분야로 일을 했다. 지겨워오기 시작했다. 난 한 분야에서 오래 할 수 있는 장인은 아닌가 보다. 그리고 미용(헤어)이 재미있을 것 같아 헤어를 시작하고 국가자격증까지 땄다. 헤어 분야는 알면 알수록 해야 될게 너무나 많다. 어떻게 보면 이 헤어분야가 도전하기 좋아하는 내 성격과 잘 맞을지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나를 너무 닦달하지 말자.


3. 올해 발리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 똑같은 열대 기후의 더운 동남아시아이지만, 내가 느낀 발리의 땅기운은 다른 아시아 나라의 땅과 확연히 다른 신성한 무언가가 있다. 그 신성한 기운이 나를 발리로 다시 끌어들였다.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고 나간 해외이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 습하고 더운 기운이 온몸을 감 싸돌 때 비로소 자유를 다시 느꼈고 그 짜릿한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나는 "물보다 빈땅(Bintang)"을 퍼부어 마시며 온 몸으로 자유를 만끽하였다. 언제나 입버릇처럼 "발리에서 게스트하우스 하고 살 거야!"라고 외치고 다녔는데, 이렇게 외치고 다니면 나중에 발리에서 뭐라도 하고 있지 않을까?


4. 여전히 나를 찾아 헤매고 있다.

- 나는 나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표면적인 것들에 대해서만 안다고 생각하고 무식하게 앞으로만 밀고 나갔었지, 섬세하게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헤어린 적은 없었다. 말로만 나를 찾아간다는 표현을 했지 어떻게 찾아가는지 그 방법도 몰랐다. 천천히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상처 받은 부분은 어루만져주고 나와의 좋은 관계 형성에 시간을 좀 할애해야겠다. 명상을 시작해보고 싶다.


5. 여전히 맥주는 나의 사랑이다.

- 예전에는 새로운 나라에 갈 때마다 그 나라 맥주를 꼭 마시고 그 새로운 맛을 음미하며 알싸하게 취하는 게 좋았다. 그 맥주사랑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 대신 한국에서는 여러 종류의 맥주를 마시는 것보다는 우리나라 맥주 한 가지만 주야장천 마신다. 여전히 맥주 한잔이면 그 알싸한 기분에 "Everything will be alright!"이다. 계절이 주는 영향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추운 겨울이 오니 와인도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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