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과 적당한 거리 유지하기

외국에서 한인 사장님과 일하기

by 노마드키미

호주 시드니에서 공부하던 시절 비싼 학비와 방값을 충당하기 위해서 알바를 하여야만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하기에는 내 입맛에 꼭 맞는 적당한 알바 시간대가 잘 없었다.

학교를 다닐 때는 오후 5시 이후에만 시간이 괜찮았고, 방학일 때는 오전부터 풀타임으로 가능했다.


호주 시드니에는 한인 사회가 너무나 잘 구축이 되어있다.

한국에서 일자리나 알바를 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자리 사이트를 보면 된다.

한국사람이 시드니의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 일자리나 알바를 구할 때는 "호주나라"를 검색한다.

(요즘도 있는가 몰라...)


그렇게 해서 구하게 된 알바는 한 평에서 두 평 남짓한 작은 액세서리 가게였다.

작은 가게지만 기차역 안쪽에 있어 사람들의 유동성이 좋았다.


가게에서는 작은 액세서리(귀걸이, 목걸이, 팔찌, 반지 등등) 들을 팔았다.

시급이 높은 건 아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하기에는 딱이었다.


시드니의 악명 높은 한인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호주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사장님과 일을 하게 되어 조금 부담스러운 감이 있었다.

사장님께서는 오전/오후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트생이 한 명씩 필요했다.

나는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오후에 일을 했고, 사장님께서는 오전에 일할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더 필요했다.






내가 사장님과 함께 일을 하는 1년 동안 여러 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사장님은 항상 나와 함께 있을 때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장님을 통해 전해 들은 기억나는 몇몇의 아르바이트생 그녀들은 이러이러하다더라.


첫 번째 아르바이트생 이야기

: 얼굴도 이쁘고 똑똑하고 영어도 잘한다. 집이 부자여서 어릴 때부터 유학을 나왔다. 그녀는 시드니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알바를 그만두어야 된다.

(그래서 내가 그녀의 알바 자리를 인수받게 되었고, 사장님이 칭찬을 한 사람은 그녀가 유일했다.)


두 번째 아르바이트생 이야기

: 고등학교 때부터 시드니에서 유학을 해서 영어를 잘하고 이쁘다. 그런데 그 잘하는 영어를 두고도 왜 그렇게 장사를 못하 지는지 모르겠다. 손님들이 오면 영어도 잘해서 조금만 설명하면 될 텐데 그게 안된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그만두었다.)


세 번째 아르바이트생 이야기

: 나이도 많은데 한국에서 뭐하다가 왔는지 모르겠다. 영어는 잘 못하지만 장사는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손님들한테 싹싹하게 대하고 잘하는 거 같다. 처음에는 그렇게 잘하더니 요즘 좀 이상하다. 일하는 와중에 딴짓하고 결혼도 안 했는데 남자랑 동거하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그만두었다.)


네 번째 아르바이트생 이야기

: 처음에 뽑을 때는 착실해 보이는데 그게 아니다. 비자가 학생비자이긴 한데 학교를 제대로 나가는 거 같지는 않다. 처음에만 열심히 했지 그 뒤에는 장부에 돈 훔쳐가고, 일하는 시간에 일은 안 하고 숙제한다. 완전 드라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그만두었다.)






사장님이 하는 이야기 중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이고, 얼마나 과장된 이야기 인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냥 들을 뿐이다. 호응 없이 그냥 들으니까 호응이 없다고 뭐라고 하셨다. 그래도 난 그냥 듣기만 한다.

저렇게 아르바이트생들이 계속 바뀌는 곳은 분명 사장님의 문제도 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의 입장은 내가 들어보지 못했지만 물론 그녀들의 고충도 많이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장님과 1년을 함께 했고,

사장님은 금전적으로 힘든 나의 유학시절 많은 자비를 베풀어주신 고마운 분이시다.

- 방학을 맞아 일주일 다른 도시로 놀러를 가는데 알바 시간 다 빼주고 거기에 용돈까지 넣어 주셨다.

- 크리스마스에는 작은 카드와 용돈을 넣어 주셨다.

- 방학 때는 풀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 등등


그러고 나서 나는 시드니에서 학교를 마치고 호주를 떠났다.

호주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사장님께서는 톡으로 새로운 아르바이트생들의 이해 못할 행동들을 나에게 보고하시곤 했다.





내가 그 까다로운 사장님과 함께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영어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장사를 미친 듯이 잘하는 "장사의 신"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그 까다로운 사장님과 적당한 "거리"를 잘 유지했던 거 같다.

차갑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일하는 장소의 상사와 불필요한 감정교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의 뒷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많다. (사람들은 그렇게 남들 뒷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지곤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친구도 아니고 그렇게 남의 뒷 이야기를 하며 사장님과 친해질 필요가 없다.

나에게 다른 아르바이트생의 나쁜 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내 이야기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거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사장님 비위를 맞춰준다고 그 이야기에 동조하거나 말려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 그냥 대답만 하고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사적인 감정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안 하려고 안 하는 건 아닌데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는 나도 모르게 거리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안 하게 되더라. 상사와 함께 있는 그 공간이 어색해서,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개인사를 남발하지 말자.

특히나 남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더더욱!


이렇게 사장님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정직하게 내 할 일만 확실히 하면 된다.

모든 관계가 너무 가깝다고 좋은 건 결코 아니다.


2017년 다시 시드니에 갔을 땐, 이미 그 가게는 사라지고 없었다.

말 많고 까다로운 분이셨는데 가끔씩 이렇게 생각이 난다.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몸 건강히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연애는 더럽게 못하는 연애 고자이지만...

연애 외의 모든 관계는 잘하고 있는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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