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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도노마드 Jan 07. 2022

이키가이 (Ikigai)

내 삶의 가치를 찾아서

지난해 이맘때쯤 직장을 그만두고, 나의 진로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을 검증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로 돌아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고 좋은 기회로 벤처캐피탈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스타트업 투자 심사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메모장 한편에 적어두었던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해볼 수 있는 약간의 자금을 얻고 팀원들을 만나게 되어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첫 사업은 잘 풀리지 않았다.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몹시 커져만 갔다. 다시 취업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아이템으로 또 창업에 도전해볼 것인지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취업부터 창업까지 짧은 시간 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다 실행해 보니, 오히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더 막막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키가이(Ikigai)'라는 개념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이키가이는 일본어로 삶을 뜻하는 ‘이키’와 가치를 뜻하는 ‘가이’가 결합된 단어로 ‘삶의 가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하루하루 소소할지라도 자기만의 이키가이를 실천하며 행복한 생을 열어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일본인들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이키가이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돈이 되는 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 이 모두 충족되는 곳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키가이 벤다이어그램 (출처 : forbes.com)



짧은 영상이었지만 무언가 실마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누구에게는 별거 아닌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의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는 문제를 풀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노트를 펴고 현재 나의 이키가이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차례로 적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고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돈이 될 수 있는 일과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은 무엇이지.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먼저 '좋아한다'는 건 뭘까? 내가 생각하는 좋아하는 일이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수 있어야 하고 마치고 나면 다시 또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반복하더라도 그 마음이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새로운 이야기 (또는 문제)를 접하고 그 속에서 내가 몰랐던 삶의 가치나 세상의 원리를 발견하고 그 사실을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 좋다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일까?


내가 잘하는 일을 파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그 비교 대상을 나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과 비교하기 시작한다면 내가 세계 1등을 할만한 특정 재능이 있지 않은 이상 잘하는 일을 찾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범위를 좁히기 위해 자의든 타의든 내가 3년 이상 훈련하였고, 그중에서 노력 대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대학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였고, 수학적 모델을 통해 현상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에는 어느 정도 잘할 자신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전반적으로 학점이 우수한 편은 아니었지만 계량경제학이나 미시경제학 같이 수학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경제학 과목에서는 성적이 대체로 잘 나왔었다. 그리고 이런 역량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조화 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일까?


돈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가 내게 대신 일을 맡기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만큼 기회가 많다 것인데, 나는 여기서 직무가 아닌 산업으로서 그 대상들을 고려하였다. 그 이유는 직무적인 측면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서 이미 충분히 파악이 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돈이 되는 일에서 직무를 정하고 좋아하고 잘하는 영역에서 산업을 택해 볼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고, 미래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은 무엇일까? 어느 정도로 세분화해서 볼 것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넓게 보았을 때 나는 금융 , 헬스케어, 컨텐츠 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은 무엇일까?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은 산업보다 좀 더 추상적인 상위 개념으로서 생각해보았다. 우리 인류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푸는 일 말이다. 다양한 문제가 있겠지만, 나는 우리 사회가 '자유'의 가치를 잃지 않으며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회의 비대칭',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네 가지 질문에 대해 하나씩 답을 채워나가 보니 많은 선택지들을 거를 수 있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은 명확해졌다. 새로운 인생 표를 갖게 되었고, 다른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나도, 세상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의 답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그리고 정답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내가 또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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