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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도노마드 Feb 18. 2022

혼자 있는 시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직장을 그만두고 준비하던 일들도 잠시 쉬어가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어들었다. 20대의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길이라 믿었다. 매 학기 동아리나 대외활동에 참여했고 관심 분야가 있으면 직접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다행히 좋은 인연들을 만나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불안감이 커져 갔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될까' , '성장이 멈춰 버리는 건 아닐까' 라며 속으로 되뇌었다. 그러다 글쓰기 수업 시간에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말하다> 중 친구와 인맥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20대,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 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러잖아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작가의 생각에 백퍼센트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으니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사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어느 때보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무엇보다 글쓰기 수업을 계기로 매일 내 생각과 경험을 글로 옮기며 '나'에 대해서 점점 더 알아가고 있어 기쁘다. 그 기쁨에 비례하여 불안감도 줄어들어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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