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누군가는 이야기로, 누군가는 숫자로, 누군가는 믿음으로. 나는 연결을 통해 세상을 이해해보고 싶다. 모든 것이 서로 얽히고 기대어 있다는 감각. 그걸 조금 더 선명하게 보고 싶다. 나는 지금 박사 과정과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삶의 선택지를 넓히고,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이라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네트워크’는 내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 주제 중 하나다.
네트워크라는 주제를 처음 고민하게 된 건 MBA과정에서 ‘네트워크 분석‘수업을 들으면서였다. 세상의 복잡함을 수학적 연결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수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수업에서 바라바시 교수님의 책과 논문을 읽었고, 노드와 에지, 스몰월드, 중심성과 같은 개념을 접하면서 세상의 움직임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이 이렇게도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흥미로웠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수업 중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다. 나는 주식들 사이의 수익률 관계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각 주식이 네트워크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분석했다. 그리고 그런 위치가 모멘텀 효과(과거 수익률이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봤다. 처음에는 단순한 분석 과제로시작했지만,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주식 하나하나가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세상의 많은 문제는 그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관계 속에서 생기는 거구나.” 그 이후로 나는 ‘연결’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그런 관심은 자연스럽게 불교의 철학으로도 이어졌다. 누군가 내게 종교가 있냐고 물으면 “없다”라고 대답하지만, 불교의 사유 방식은 오래전부터 좋아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그런 생각은 내가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잘 닿아 있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서로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고 말한다. 내 생각과 행동, 고통과 욕망도 단독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모두 관계 속에서 생기고, 변화하고, 사라진다. 그걸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삶의 자세를 네트워크라는 렌즈를 통해 배우고 싶다.
그리고 요즘엔 이런 생각도 한다. “사람들이 연결을 더 잘 이해하면, 이기심도 더 잘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많은 사회, 경제 문제의 해결책은 인간의 본능인 이기심과 이타심의 균형을 찾는데 있다고 믿는다.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전체 네트워크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건 도덕보다 더 설득력 있는 방식일 수 있다.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변화하게 만드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네트워크 연구의 힘이다. 나는 연결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그 이해가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나마 덜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